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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커 Oct 17. 2021

주민등록증 없이 전입신고 하는 법 1

1년 내내 세계관과 서사 처돌이로 살아오며 쌓인 인사이트


2021년은 새로운 직장에서 새로운 광고를 하며

부족함을 통감한 한 해였다.

가장 크리에이티브한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굳어버린 머리를 들고 버텨낸 한 해였으니까.

2022년엔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올 한 해동안 배우고 쌓여온 인사이트를

정리하고 익혀보려는 의미로 이런 글을 쓰게 되었다.


초록 물고기.

1997년에 개봉한 한석규 주연의, 이창동 감독 데뷔작이다.

사실 느와르에 취향이 있는 편이 아니라 영화는 그렇게 인상깊지 않았는데,

이 영화에 대한 한 평론이 지금의 광고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가져와 봤다.



이창동의 인물들은 다들 주민등록 번호와 주소가 정확히 찍힌 주민등록증 하나씩 지갑 안에 넣고

우리 주위에 섞여서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씨네 21 前 편집장 조선희-



주민등록증.

대한민국 인구수만큼 있는 흔해빠진 물건.

하지만 허구의 등장 인물은 결코 가질 수 없는 실존적인 물건.


난 주인공이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고 살아갈 것 같다는 이 엄청난 찬사가,

세계관과 캐릭터에 진심이 되어가고 있는 광고 업계에 꼭 필요한 전언이 아닐까 싶었다.


비록 주민등록증은 없지만, 실제로 살아가는 것 같은 캐릭터를 창조하고

소비자 곁에 그리고 소비자의 마음 속에 전입신고를 마치게 하는 일.

이것이 세계관과 서사, 캐릭터를 광고에 접목하는 일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그 본질에 접근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아니 사실 스스로 정리해서 갈고 닦을 수 있도록

나름대로 몇가지 방법을 정리해 봤다.


*직접 참여한 프로젝트 위주로 선정했지만,

사실 별로 한 것이 없어서… 옆에서 지켜본 이의

레퍼런스 분석 정도로 생각하면 편하다.


1. 캠페인 테마는 자서전의 제목을 짓듯:브랜드의 역사를 서사로

올 해 진행한 미원 디지털 캠페인 <내 서사에서조차 나는 감칠맛 내는 조연, 미원>

미원은 엄청난 장수 브랜드다.

아마, 전국민이 알 만한 브랜드일 것이다.

하지만, 전국민이 사랑하는 브랜드는 아니었다.

잘못된 조사 결과, 미신적 불호, 수많은 경쟁자…

65년간의 역사 내내 미원을 둘러싼 모든 것이

미원의 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없을 정도였다.

미원을 쓰는 행위가 죄책감이 되고

미원을 쓰는 것이 부끄러워질 지경이 되어

찬장 안 구석이 미원의 집이 되고 말았다.


아마도 전통적인 방법론은 미원의 무해함과

편익을 강조하는 크리에이티브였겠지만

단편적인 광고로 65년간의 문제를 해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65년의 역사를 미원의 입장에서

재조명하기로 했다.


미원의 존재감과 역사를 관통하는 한 단어,

미원을 미워하는 대신 안쓰러워 하게 만들 단어,

결국 65년의 역사를 서사로 풀어낼 한 theme,

미원이 자서전을 쓴다면

자신의 인생을 관통하는 한 단어로 소개할 말,


조연이었다.


이 theme이 결정되면서 우리의 크리에이티브는

주재료에 가려져 음식 이름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미원의 65년 역사를

65년 간의 조연 서브남 서사로 바꾸는 작업이 됐다.


멜로 드라마에서 서브남 클리셰를 수집하고,

미원의 역할을 서브남으로 은유하고,

65년간 우리 곁에 있던 미원을 재조명하고,

찬장으로 돌려보낸 3분 40초의 드라마의 시작은

한 단어로부터 탄생한 셈이다.


다행히도 많은 이들이 미원의 서사에 반응했고

수많은 자연 바이럴과 9천 개가 넘는 코멘트를 남겼다


Insight)

브랜드의 역사에 근간한 서사는

쉬이 무너지지 않는 탄탄함이 있다.

유행하는 서사를 이리 저리 섞어봐도

뭔가 브랜드의 이야기같지 않다면

브랜드의 자서전을 쓰듯 하나의 theme을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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