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내내 세계관과 서사 처돌이로 살아오며 쌓인 인사이트
제안 단계에서 별 역할을 못한 요플레 토핑은 사실,
제안 단계에서부터 이미 완성된 캠페인에 가까웠다.
뭔가 아쉬운 패키지 디자인을
셀프디스하는 유결점 마케팅으로
아이러니컬하게 토핑의 프리미엄함을 강조한다.
또, 특출난 실력이 껍데기(패션)에 가려진 두 모델
KCM과 조동혁을 광고 모델로 선정.
기존 브랜드의 자산인 로우파이 뮤직을
새롭게 승계하는 톤앤무드까지.
토핑을 만드는 페르소나이자 캐릭터인 ‘토핑가이’가
진심을 다해 만든 토핑이 담길 패키지를 보고
어떤 기분일지를 떠올리며 만들었으니
이것 또한 하나의 서사와 캐릭터를
브랜드에 접목시킨 광고라 할 만 하다.
해당 캠페인 제안을 마치고 디벨롭 제안 시에,
로우파이로 시작되 로우파이로 끝나는 음악에
아주 약간의 변주를 두고 싶어졌다.
절제된 감성과 도회적인 분위기가 매력적이었지만,
클라이막스에서만큼은 조금 더 감정이 과잉되게
메시지를 폭발시킬 수 있는 장치를 원하는 와중에.
KCM의 노래가 떠올랐다.
00년대를 풍미한 발라드 가수,
은영이에게 태양의 눈물 등의 명곡을 보유한
내가 정말 애정했던 가수.
로우파이 뮤직에서도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클라이막스에서만큼은 우리가 애정했던 KCM의
모습으로 변주하면 더 감동적이지 않을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고 이런 카피를 쓰게 되었다.
KCM의 노래 가사는 화자의 대상에 대한
슬프도록 애절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주로 화자 자체의 감정에만 집중하는
00년대 발라드 중 가장,
대상에 대한 표현이 세밀한 편이었다.
그런 그가 토핑을 주제로 그만의 노래를 한다면
어떻게 토핑을 만나게 되었는지와
그 소중한 토핑이 아쉬운 껍데기에 담기게 된
현재의 감정에 대해서 처절하도록 토로하지 않았을까.
이런 상상을 하며 가사는 완성되었고,
소리솜씨(최애 녹음실)는 그 가사에 맞는
절절한 00년대 멜로디를 덧입혀 주었다.
그렇게 온에어된 캠페인은,
독특한 유결점 마케팅 및 모델 선정과
발라드 클라이막스에 대한 감상을 불러일으키며
천 개 이상의 댓글과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아마도 단순히 발라드핏한 가사를 쓰려 했다면
잘 나오지 않았을 디테일이, 스스로가 사랑하는
가수의 감정선을 반영한 변주 덕분에
더 쉽게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Inshight)
전체적인 서사 구조가 완성된 후,
변주를 주고 싶을 땐 멀리서 찾지 말고
애정하는 대상에게서 찾아 보면
의외로 쉽게 해결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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