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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핏 Jan 15. 2019

안타까운, 스윙 키즈

2018년 하반기 기대작의 몰락

<스윙 키즈>(2018)

강형철 연출/ 도경수, 자레드 그라임스, 박혜수, 오정세, 김민호 외.



1. 우선 내가 이 영화에게 느끼는 감정은 안타깝다에 가깝다. 이 영화가 갖고 있는 나름의 미덕에 비해서 영화로서의 퀄리티가 다소 미진하다는 점이 가장 안타깝다. 안타까운 퀄리티는 기술적인 부분에서 특히 두드러지는데 안이한 카메라 워킹과 정신없는 편집이 그렇다. 가끔 연출력이 돋보이는 장면이 있지만 전체적인 스토리 흐름과 잘 맞아떨어지는지는 의문이다.



2. 이 영화는 총 세 가지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 댄스+음악을 담은 뮤지컬/댄스 영화적인 스펙터클

 2) 오합지졸들이 모여 뭔가 이뤄나가는, 휴머니티와 코미디 요소를 지닌, 강형철 표 코미디+감동 영화

 3) 반전적 메시지를 담은 역사+반전극



 이렇게 세 부분이다. 우선 편집에 있어서 위의 세 가지 요소들이 아주 심하게 달그락 거리면서 이어진다. 과연 누가 이 구성을 생각해냈는지 의심될 정도로, 상당히 러프한 시나리오 상태에서 촬영에 들어간 것이 아닌가 의심될 정도로 완성된 영화는 어수선하다. 한 마디로 영화의 톤 앤 매너가 지켜지지 않았고 감독이 역점을 둔 부분을 나로서는 파악하기가 어렵다. 덕분에 2시간 13분가량의 러닝타임이 더욱 길게 느껴진다.  (아래서 계속)


 2018 하반기 한국영화 기대작으로 꼽혔던 스윙키즈의 포스터(좌), 유일한 주요 여성 캐릭터로 등장한 양판래 역의 박혜수(우)
흑인 병사로서 군 내에서도 무시당하는 병사 잭슨과 로기수 (좌), '땐스'를 하자고 모인 오합지졸들. 급하게 엮인 케미는 설득력이 다소 떨어진다(우)


 이렇게 구성된 영화는 각 부분을  따로 기대하고 간 사람의 불만족을 낳았다. 

 예를 들어 2번의 강형철 표 코미디 감동 영화를 보러 간 가족 관객들은 3번의 요소를 담은 결말의 잔인성과 극단 성에 당황을 표할 것이다. 그리고 (홍보의 방향성이 1번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그런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3번을 기대하고 간 관객은 1,2번을 차지하는 상당 부분이 쓸 데 없는 장면이라 생각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해당 영화의 홍보팀이 역점을 두었던  1번 요소를 기대하고 간 관객은 1번에 비해 상당히 비대한 2,3번 요소 때문에 지루함을 느낄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1번 요소는 특히나 충족되기 어렵다. 영화가 담고 있는 댄스는 화려함이나 기술적인 완성도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소위 볼거리로서의 매력이 별로 없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2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외국인 병사와의 우정 부분은 더욱 공감이 어렵게 그려져 있다. 외국어 연기 연출 상의 어려움 때문인지 외국인 배우들이 하나 같이 괴상하고 각자 다른 연기를 하고 있다. 한국인 배우들 중에도 다소 미진한 연기력을 드러내는 자들이 눈에 띈다. 예를 들면 로기수의 형 로기진. 그가 웃기는 사람이면 안 되건만, 웃음을 유발하는 연기력을 선보인다. 


많은 이들의 호감을 산, 중국인 춤꾼 샤오팡 역의 김민호(좌), 구수한 사투리를 구사하는 전통의 춤꾼 강병삼 역의 오정세(우)


 양판래라는 나름대로 새로운 양공주 캐릭터를 만들어냈지만 잘 사용하였는지는 의문이며, 전통적 스토리 라인에서 벗어나는 데는 성공하였으나 재미는 반감된다. 배우들 각자를 보면 연기를 잘 하지만 각자 다른 연기를 하고 있는 연기자들의 합 또한 생각해볼 지점이다. 그리고 그 연기 잘하는 오정세를 이렇게 밖에 못 썼나 싶은 마음도 조금은 들었다....


 중간중간 들리지 않는 대사들은 자막이라도 깔아주었으면 하게 만든다. 시대적 배경에 맞지 않는 메가 히트 음원을 사용해가며 제작비를 끌어올린 타당한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 (아마 익숙한 음악이 주는 효과를 기대했겠지만 쓴 돈만큼 효과가 있었을까? )


 나로서는 위에 나열한 이유로 이 영화가 별로라고 느껴졌다. 그러나 위에 나열한 그 어수선함 자체를, 누군가는 '다양한 레이어를 가졌다'라고 하면서 매력으로 받아들이기도 할 것이다. 또 누군가는 이 영화의 매력을 '시대의 암울함과 어딘가 슬픈 댄스의 조합'에서 찾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는 어쩐지 기억에는 남지만 재미가 없던 영화로 남게 될 것 같다.


 한국전쟁, 미군 내에서도 아웃사이더인 흑인병사와 로기수의 이념을 뛰어넘는 우정, 탭 댄스. 매력적인 여러 가지를 접목시킨, 이토록 좋은 소재를 가지고 도전을 일삼은 감독의 패기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부디 강형철 감독이 다음 작품에서 지금의 매력을 살리고 단점을 극복해 내기를 기대해본다. 이번에 관객 몰이에 실패했다고 해서 원래의 흥행 작법으로 돌아간다면 더욱 안타까울 것 같다. 



영화 외적인 이야기 / <스윙 키즈>와 함께 개봉했던 <마약왕>은 호불호가 갈린다는 평을 넘어 좋아하는 사람이 드물었음에도 스윙 키즈보다 약 40만 명가량의 관객이 더 들었다.(마:186만 명, 스: 146만 명 2019.1.14 기준) 사람들이 아직도 영화를 고를 때 송강호를 신뢰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스윙 키즈>가 개봉 전 유료 시사로 10만 명 이상의 관객의 깔고 간 것을 생각해보면, <마약왕>이 관객수로 <스윙 키즈>를 완전히 이긴 셈이다. 그렇지만 생각해야 할 것은 <스윙 키즈>가 <마약왕>보다는 훨씬 만들어질 가치가 있는 영화였다는 점이다. <스윙 키즈>는 신선한 소재와 신선한 여성 캐릭터의 기용 등 시대적 요구를 훨씬 더 많이 받아들인 영화다. 그저 <스윙 키즈>에는 송강호 같은 대배우가 나오지 않고, 신인을 대거 기용했을 뿐이다. <스윙 키즈>의 상업적 실패로 인해서,  앞으로 <스윙 키즈>와 같은 영화는 제작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조금만 더 잘 만들었더라면, 입소문을 타는 복병이 되었을 지도 모를 일이니, 여러모로 <스윙 키즈>의 완성도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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