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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핏 Mar 04. 2019

더 페이버릿-여왕의 여자(2018)

아카데미가 올리비아 콜먼을 선택한 이유

오스카 시즌 영화 추천과 그 이유


<더 페이버릿-여왕의 여자>(2018)

-요르고스 란티모스 연출/ 올리비아 콜먼, 레이철 와이즈, 엠마 스톤, 니콜라스 홀트 출연


포스터만 잘 봐도 인물 관계가 느껴진다. 여왕의 무릎에 앉은 레이철 와이즈(우)와, 굴러온 돌 같이 앉아 있는 엠마 스톤(좌측)



1. 흥미로운 인물들


 우리나라로 치면 드라마 <여인천하>를 떠올리게 만드는 인물 간의 구도다. 신분 상승을 하려고 궁에 들어간 젊은 하녀, 여왕의 참모 역할을 하는 강인한 공작부인, 유약하고 부서질 것 같지만 자신의 권력을 잘 쓸 줄 아는 여왕으로 이루어진 삼각형은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긴장감을 만들어내는데 충분한 시너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유약한 지배계급의 인물과 강인한 하층민 캐릭터의 대비는 조금 다른 버전의 <아가씨> 같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아가씨는 기성(혹은 남성)에 대항하는 두 아가씨의 연대였던 것을 생각해보면 사뭇 다른 인물 관계도를 갖고 있기는 하나, 개인적으로 몇몇 장면에서는 아가씨의 잔상이 스치기도 했다.


 어찌 되었든 신분 상승 욕구를 가진 인물의 욕망은 늘 흥미롭다. 엠마 스톤은 어떻게든 신분의 사다리를 기어 올라가려고 하는 아가씨 역할을 코믹하면서도 힘 있게 연기해낸다. 또한 최종 보스급 카리스마를 지닌 사라의 캐릭터는 레이철 와이즈의 눈빛을 만나 완성되며, 오스카 위너인 올리비아 콜먼 역시 엄청나게 유약하고 곧 부서질 것 같은 여왕을 현실감 있게 그려낸다. 


2. 인생 연기를 선보인 3인의 배우+@


 이 영화를 개인적으로 오스카 시즌에 가장 볼 만한 영화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실화 바탕의 <그린북>의 작품상 수상이 논란이 되었던 것과는 달리, 이 영화에서 열연하여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올리비아 콜먼은 당연하다는 반응이었다. 나 역시 여러 작품에서 등장하는 올리비아 콜먼을 봐왔지만 늘 그 인물 자체로 보여서 오히려 주목을 못 받았던 배우다. 그런 배우가 이번에는 적절한 배역을 만났고, 마음껏 연기했다. 노미니로만 남은 다른 배우들은 아쉽겠지만 올리비아 콜먼의 수상에 고개를 끄덕거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인상적인 것은 내가 여러 영화에서 보았던 각 배우들의 연기보다 이 영화에서의 연기가 나았다는 점이었다. 즉, 다들 각자의 인생 연기를 펼쳤다는 이야기다. 엠마 스톤은 지금까지 해오던 연기의 연장선상에서 자신이 가장 잘하는 연기를 극대화하여 보여주었다. 그리고 어쩐지 폐비 같은 느낌을 주는 레이철 와이즈의 눈빛은 그녀의 원래 이미지 따위는 생각도 안 나게 만든다. 그녀는 눈빛만으로 연기할 필요도 없이 이미 이 역할 그 자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주연 3인방 외에도 니콜라스 홀트나 제임스 스미스 등의 조연 출연진 역시도 구멍 하나 없다.


원래 귀족이었지만 하층민이 된 그녀는 하녀에서 계급의 사다리를 타고 다시 올라가는 영악한 인물로 그려진다


3. 아름다운 궁전의 배경/ 복식

 압도적으로 아름답거나 웅장하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한 궁전 배경과 코스튬이 만나 눈을 즐겁게 한다. 18세기 초 앤 여왕 시대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인만큼 당시 궁정의 복식과 인테리어를 구현해 내려 애썼다.

아름다운 배경과 배우의 시너지가 돋보이는 장면이 많았다
여왕을 유혹하기 위해 함께 춤을 추자고 하여 추는 장면
최종 보스급의 카리스마를 보여준 레이철 와이즈



4. 뒷심이 부족하긴 하지만 뛰어난 연출력


 18세기 초 영국의 앤 여왕 시대를 풍자하기 위해서 영화를 만들었나 싶을 만큼 감독은 이 시대의 면면을 영화 곳곳에서 비웃고 있다. 종종 여왕도 오소리 같이 만들어버리는 화장법, 우스꽝스러울 만큼 큰 남성들의 가발, 오리를 경주시키는 문화 등등 그가 비웃고자 하는 당시의 문화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왜 만든 거지? 싶을 때쯤 아주 확실한 동기를 지닌 에비게일(엠마 스톤 분)이 나타나며 영화의 서막이 올랐음이 비로소 느껴진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예상할 수 없는 순간순간마다 비웃음과 조롱, 코믹한 요소들을 섞을 줄 안다. 또한 인물들의 거침없는 행동이나, 듣지도 보지도 못한 코믹한 액션씬, 예상이 불가능한 데서 튀어나오는 의외성이 있는 장면들은 도저히 영화를 보면서 졸 수 없게 만든다. 


 마지막에 가서 힘이 약간 빠지는 것이 느껴지지만 그 앞까지의 긴장감이나 영상미, 웃긴 거까지 하고 싶은 거 다했던 감독이니 좀 쉬게 해주고 싶다. 전작인 <더 랍스터>에서도 마지막에 가서 약간 힘이 빠지는 경향이 있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중간까지 하고 싶은 거 다하고 긴장감을 쌓아 올리는 방식을 선호하는 이 감독 스타일의 어쩔 수 없는 단점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세계관 설명하고 인물 소개하고 각 인물이 가진 욕망이나 인물들 간의 관계를 드러내는 것만큼은 이 감독이 무척 잘한다. 


 상당히 어려운 영화 임에도 불구하고 시작한 지 20분 안에 몰입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런 예술영화 극장에서는 개인적으로 자주 겪어본 일은 아닌데, 관객들 사이에서 웃음도 터져 나왔다. 이런 것이 다 연출의 능력인 것 같다.


이상의 이유로 이 영화를 추천하는데, 확실한 것은 꽤 재밌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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