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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핏 Mar 12. 2019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

배우 이케마츠 소스케

도쿄 가고 싶을 때 볼 만한 영화



 2017년 가을, 부산 국제 영화제에 갔다가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라는 영화를 보았다. <종이달>의 이케마츠 소스케가 나온다고 해서 끌렸던 거 같다. 지난 2월 중순 경, 이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했다. 솔직히 개봉할 줄 몰랐던 터라 신기해서 글을 쓴다. + 하도 예전에 봐서 다소 기억의 오류가 있을 수 있다....


#이케마츠 소스케의 눈빛

좋은 대학을 나왔지만 공사판에서 일하는 신지 역의 이케마츠 소스케


 몇 년 전, 나를 놀라게 했던 배우의 등장이 있었다. 90년대 생 일본 배우로서는, 아무도 모른다의 야기라 유야 이후 처음이었다. 젊은 그에게서 어째서 그런 노련함이, 아무런 힘도 주지 않고 하는 연기가 나오는 것인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영화관을 나서며 그가 누군지 검색해볼 수밖에 없었다. <종이달>의 이케마츠 소스케 이야기다.


 그런 그가 오랜만에 괜찮은 영화를 들고 돌아왔다. 소소하게 그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가 소처럼 영화를 찍고 있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영화 종이달 이후로도 그는 크고 작은 역할을 가리지 않고 계속 영화를 찍어왔다. 태풍이 지나가면, 어느 가족, 아주 긴 변명, 데스노트 등등이다. (열일의 이유가 개런티가 적어서인지 감독들이 많이 찾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배우 개런티가 적은 게 일본 영화계의 장점인 것 같다)


 그의 여러 신작 영화들 중 내가 그를 제대로 본 것은 이 영화가 유일한데 단 한 편으로도 그가 한층 더 성장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내 착각인지도 모르겠지만 그의 눈빛은 한층 더 많은 이야기를 담게 된 것 같다. 그저 한 곳을 응시하는 것만으로도, 별 대사 없이도, 삶이 얼마나 신지(역할명)를 힘들게 했는지 느껴지니 말이다.



 #혼자들의 이야기


각자 어려운 사정들이 있는 인물들, 가장 오른쪽 인물은 브라질에서 온 이주 노동자다.


 위 사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한 공사판에서 일하고 있다. 매일 마주치며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나누지만 도쿄의 하늘 아래 이들은 철저히 혼자다. 이들이 공사판에 있는 것도 공사판을 떠나지 못하는 것도 각자의 사정들이 있다. 누구는 여자를 밝히고, 누구는 도박을 하고, 누구는 고국에 부양할 가족이 있다. 그중에서 신지는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존재다. 그는 사실 공사판에서 돈을 벌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대학 졸업자고, 돈을 벌 뿐 어디 쓰는 데도 없고, 여자를 밝히지도 않고 부양할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은 그래서 그를 이해하지 못한다. 공사판 사람들은 그저 그런 그에게 돈을 빌리고 싶어 할 뿐이다. 

 일을 끝나고 난 후 신지의 삶은 그래서 텅 비어 보인다. 고된 일이 끝난 후 그는 별 말없이 동료와 술 한잔을 하고 별 말없이 걸어서 집에 가고 별 말없이 책을 본다. 정말 그뿐이다.



#도쿄의 밤하늘과 네온사인 사이


삶에 지친 젊은이들의 얼굴이 둥둥 

 그렇게 밤이면 네온사인이 빛나는 도쿄를 표류하던 신지는 어느 날 갑자기 낮에는 간호사를 하고 밤에는 술집에서 일하는 미카를 만나게 된다. 얼핏 서로 굉장히 다른 곳에 속해서 사는 것 같은 두 사람은 그렇지만 서로에게 닮은 눈빛이 있다는 사실을 빠르게 알아챈다. (내가 보기엔 그랬다.)

불빛 사이에서 표류하던 두 사람이 만나는 순간은  밤하늘의 색이 어땠는 지를 확인할 수 있는 약간의 여유가 생기는 순간이다. 희망 없는 세대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외롭고 높고 쓸쓸한 그들의 삶 속, 조금이라도 기대 볼까 고민되는 상대는 만난 것만으로도 왠지 모를 희망이 샘솟는 것 같다.


이들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금세 말을 튼다


 별 대사 없이, 상당히 정서적으로 흘러가는 영화임에도 끝까지 이 영화를 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이시이 유야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이 몇 할, 이케마츠 소스케의 눈빛이 7할 가까이 된다. 다소 존재감이 미미했던 여자 주인공이 이 영화에게 남는 가장 큰 아쉬움이었다. 


 그렇지만 밤의 도쿄를 가 본 사람이라면, 그 정신 없음을, 실제로 도쿄에 살고 있는 사람과 그들이 발 딛고 선 땅의 차이에서 오는 알 수 없는 이질감을, 밤의 가부키쵸의 생경함을 본 사람이라면 이 영화가 자아내고 있는 이상한 분위기를 한 번 느껴보고 싶을 것이다. 잠시지만 정말 도쿄에 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영화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 리뷰였다. 


+이 영화는 전-혀 관광 장려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관광청에서 신고해야 할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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