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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핏 Jun 02. 2019

스포 없는, 기생충 리뷰

영화 <기생충>(2019)


 아마도 2019년에는 영화 <기생충>보다 더 대단한 작품을 만나기 힘들 것 같다. 2019년이 반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그런 예감이 강하게 든다. 전 국민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을 영화 <기생충>은 봉준호가 오랜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만든 영화로, 2019 칸 영화제 황금 종려상 수상작이다.


 감독 본인이 직접 스포일러에 대한 언급 자제를 부탁한 만큼, 나는 이 영화를 아직 보지 않은 관객들을 위해 내용에 대한 결정적 언급 없이 이 영화를 몇 가지 키워드로 리뷰해보고자 한다.





1. 시원하게 풍자되는 계급의식: 극명한 대비로 그려낸 수직적 계급도


 봉준호는 정말이지 일관성 있게 서민과 부자로 나뉘는 사회의 계급에 대해 이야기해 온 감독이다. 이번 작품은 그 부분에 있어서 끝판왕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지하와 지상의 대비, 햇빛을 볼 수 있는 곳과 아닌 곳의 아주 극렬한 대비를 보여줌으로써 계급의식의 민낯을 전시한다. 밖으로 지나가는 행인이 보이는 반지하에 사는 기택(송강호 분)네 집과, 높은 담벼락을 두고 너른 마당을 갖춘 저택에 사는 박사장(이선균 분)네 집의 차이에서 보여지듯, 부의 유무는 사람을 전혀 다른 공간에 살게 만든다. 계급이 없어졌다고 어렴풋하게 믿고 사는 우리 삶에서 이러한 차이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공간이 바로 이 '집'이다.




2. 어떠한 순간에도 잃지 않는 코미디 본능


 그의 영화는 아무리 심각한 순간에도 잃지 않는 위트로 유명하다. 설국열차에서 아주 중요한 순간에 생선을 밟고 넘어지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번 작품 역시도 심심할 틈 없이 위트 있는 대사와 상황의 향연이 펼쳐진다. 관객이 할 일은 마음 놓고 가서 영화에 반응하는 것뿐이다.



3. 남의 비극을 사랑한 봉 감독


 영화의 중간 클라이맥스 부분. 봉 감독의 시그니처나 다름없는, 시간적 압박이 존재하는 서스펜스 시퀀스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이 부분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지만 나는 이런 장면을 찍기 위해 이 영화가 달려온 것이라 생각하기에 지지한다.



4. 봉이 덜 보이는 봉의 작품!


 이 점에서 나는 그가 비로소 완성형 거장이 되었다 생각한다. 내가 느끼기에 그는 이번 작품을 겪으며 화면 뒤로 자신을 숨길 줄 알게 되었다. 이전까지 봐왔던 작품들에서 화면 바깥으로 튀어나올 것 같이 개성을 풍기던 젊은 감독이, 이제는 배우들에게 맡기고 뒤로 빠질 줄 알게 된 것 같다. '못 알아들을까 봐 떠먹여 주는 주제의식'이라는 점에서는 더욱 뚜렷해졌지만, 장면 하나하나에서 '봉'의 잔상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 점이 바로 거장의 품격이라 생각했다.


5. 연기력이 완성한 장면들



 

 기생충에는 다소 극적인 장면들이 많이 등장한다. 자칫 잘못 연기했다가는 웃긴 게 아니라 우스워질 수도 있는 장면들에서 배우들의 연기력이 특히 돋보인다.


-송강호: 송강호는 이제 사람이 아니라, 캐릭터로만 존재하는 어떤 생명체로 보인다. 어쩐지 실생활을 살아가는 그의 모습이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가장 극적인 것이 그의 얼굴인 것 같다. 비교적 적은 분량에도 그가 차지하고 있는 지분은 상당하다.


-조여정: 이 영화 최대의 수혜자가 되기를 바라는 배우다. 그녀의 연기력이야 말하기도 입 아프지만 연기력에 비해서 좋은 역할을 못 맡은 배우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터다. 그녀는 자칫 우스워질 수 있는 변화무쌍한 캐릭터를 인생 연기로 극복해낸다. 연기도 잘하고 예쁘기까지 한 독보적인 배우.




6. 결국 재미있는 영화가 승리한다.



 칸 영화제는 예술성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것으로 유명한 영화제다. 지난해 황금 종려상을 수상한 <어느 가족>만 해도 흔히 말하는 예술 영화로 분류된다. 칸 영화제의 선택은 여태까지 거의 그런 식이었다. 그러나 <기생충>은 예술 영화와 상업 영화라는 두 가지 분류 체계 자체를 뒤 흔드는 영화다. 배급사이자 투자사인 CJ 측에서 언급한 대로 장르가 봉준호라는 말이 납득된다. 


 <기생충>은 '가장 재미있게 만들어진 영화야 말로 가장 예술적이다'는 말을 들어 마땅한 영화다. 예술과 상업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 잡은 게 아니라 재밌게 만들다 보니 잡은 것처럼 느껴진다. 

 이제 궁금해지는 것은 이 영화가 얼마나 대단한 관객 스코어를 기록할까 하는 단순한 궁금증이다. 이미, 검증은 완료되었다.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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