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무비패스 #5
#본 리뷰는 브런치 무비패스를 통해 공연을 관람한 후 작성되었습니다.
연극 <어나더 컨트리>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 (5월 21일~8월 11일)
연극 <어나더 컨트리>는 오래전부터 영국에서 무대에 오르던 동명의 희곡을 원작으로 하는 연극이다. 이 연극은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이 되었으며, 영국의 대배우 콜린 퍼스가 연극과 영화의 주연을 맡아 뜨기 시작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 후로도 톰 히들스턴 등 젊은 영국 배우들의 등용문 역할을 하는 연극이었다고 한다.
희곡의 이야기를 짧게 요약 하자면 '1930년대 한 영국 사립학교에서 친구로 지내던 동성애자 가이 베넷과 공산주의자 토미 저드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시대와 사립학교라는 배경 탓에 캐스트에 여자는 단 한 명도 없고 오로지 남자 배우만 등장한다.
내가 이 이야기에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사립학교라는 엄격한 '체제' 를 거부하는 두 명의 문제적 인물이다. 키워드가 동성애라서 누군가는 두 사람이 커플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두 사람은 그저 친한 친구 사이다.
2인의 문제적 인물
1. 가이 베넷
영화에서 루퍼트 에버렛이라는 배우가 맡았던 가이베넷은 이 극의 주인공이다. 그는 엄격한 사립학교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다. 시종일관 장난 치기 좋아하고 진지하지 못하다.
어쩌면 상처를 숨기느라 일부러 가벼운 농담 따먹기만 하면서 사는 것 같아 보인다. 가이는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감춰야 하는 후배 앞에서 자신의 애인에 대한 성적인 농담도 서슴지 않는다. 그는 사립학교의 이단아이고, 다른 이(특히 극 중의 파울러)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기도 하다.
그는 상류층에 속한 소수자로서 살아가기 위해서 어떤 방법을 택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인물이지만, 시대는 그를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좁은 아량을 베푼다.
2. 토미 저드
개인적으로 토미가 이 극의 웃음 포인트였다. 남들이 뭐라고 말 하건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 대쪽 같은 선비(?) 스타일의 공산주의자이기 때문이다.
그가 내뱉는 대사 하나하나 살아 있는 인물처럼 느껴졌다. 그는 어쩐지 주위의 고집 센 사람 하나를 떠올리게 하는 인물로, 영화 속에서는 콜린 퍼스가 이 역할을 연기했다.
그는 공부하기 위해서 사립학교에 들어왔지만, 밤에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을라치면 점호가 끝났다는 이유만으로 손전등을 빼앗아 공부를 할 수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 쓰지 않으며, 친한 친구 가이 빼고는 누구에게도 곁을 내주지 않는다. 가이와 마찬가지로 그가 꿈꾸는 세상은 당장에 오지 않을 것이다.
어나더 컨트리
어나더 컨트리는 말 그대로 다른 나라라는 뜻이다. 이 극의 문제적 인물인 가이와 토미는 모두 1930년대의 영국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요소를 갖춘 인물들이었다. 꽉 막힌, 사실상 계급 사회나 다름없는 당대의 사립학교 사회는 그들이 가진 성 정체성이나 정치적 의견을 받아들여주지 않았다.
따라서 두 사람은 '다른 나라'를 꿈꾼다. 그러나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종속되어 있는 청소년기의 특성상 탈출이야 말로 먼 나라의 이야기다. 폐쇄된 사립학교, 그 안에서도 꽁꽁 닫혀있는 기숙사라는 공간은 혈기 왕성하고 열정 넘치는 두 청춘을 가둬 놓기에 너무나도 잔인한 공간이다. 캐임브릿지, 옥스퍼드 대학으로 진학하여 훗날 정치 등의 큰 일을 할 상류층 자제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는 쉬쉬하는 일들이 너무 많고, 다양성과 의견은 묵살된다.
캐스팅
연극도 캐스팅이 7할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다른 페어도 궁금하지만, 프리뷰 위크가 지나고 공식 오픈 첫날의 캐스트였던 이동하(가이 베넷)와 이충주(토미 저드)의 조합이 믿음직스러웠다. 이동하 배우는 내게 시그널에서 재벌 2세인 악역으로 등장했던 배우로, 이충주 배우는 팬텀 싱어의 싱어이자 뮤지컬 배우로 기억되고 있었다. 이렇게 무대에서 만나니 반가울 따름이었다.
이충주 배우의 경우 연극에서 보는 것은 생소하지만, 두 사람 다 상당한 연기 경력을 갖고 있기에 믿음이 갔다. 가이 베넷 역의 다른 배우로는 연준석과 박은석이 있으며, 토미 저드에는 신인 문유강이 더블 캐스팅되었다. 공연은 8월 11일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여담
-750: 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된 신인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이 연극이 웨스트엔드에서처럼 우리나라에서도 등용문으로 기능할지 기대되는 부분이다.
- 키 크고 잘생긴 남자 선배들 사이에서, 귀엽고 작고 소중한 하급생 '워트' 역을 맡은 전변현 배우가 상당히 눈에 띄었다.
-극장인 유니플렉스는 상당히 쾌적한 관람 환경을 조성해 놓았다. 필자는 1층 오른쪽 구석에서 보았는데 보는데 조금도 지장이 없었다. 2층에 올라가 보지는 않았지만 2층 역시 시야가 상당히 잘 나올 것 같았다. 다만 1층 너무 뒤쪽으로 가면 오히려 안 보일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