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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핏 Jun 04. 2019

하나레이 베이, 깊은 상실의 바다

브런치 무비 패스 #6 (약스포)

#본 리뷰는 브런치 무비 패스를 통해 영화를 감상한 후 작성되었습니다.


하나레이 베이(2018) 마츠나가 다이시 연출/ 요시다 요, 사노 레오, 무라카미 니지로 출연 2019.6.6 국내 개봉

극중 사치 역을 맡은 배우 요시다 요
 '사치'라는 이름의 , 한 여자가 있다.
극중 사치의 아들 '타카시' 역을 맡은 배우 사노 레오

 

 하와이의 '하나 레이 베이', '19살에 상어에게 한쪽 다리가 뜯긴 채'로 그녀의 아들이 죽은 장소다. 여자는 10년째 매년 그곳을 찾아온다. 여자는 매번 해변가 같은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책을 보거나 해변을 바라본다. 그녀는 동네 사람들과 친해졌고, 단골 가게도 생겼지만, 바다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그런 여자가 바다에 발을 들이기까지 그녀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Hanalei Bay



1.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집 <도쿄 기담집>에 수록된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으로서는 두 번째로 영화화된 것이라고 한다. <화장실의 피에타>(2015)로 전주 국제영화제 ‘국제경쟁’에 초청됐던 마츠나가 다이시 감독의 신작이다. 이번 영화도 국내 개봉 전인 5월에 전주 국제영화제를 통해 소개되었다. 


2. 

영화 <하나 레이 베이> 에는 아들을 잃고, 그 아픔이 어떤 것인지 받아들이기까지 10년의 세월을 보낸 사치(요시다 요 분)가 등장한다. 10년의 세월 동안 그녀는 아들의 존재를 지워보려고도 하고 아무 일 아닌 것처럼 여기려고도 하지만 거부하고 또 거부하던 아들의 흔적을 마주치는 순간, 완전히 무너져 내린다. 


 하와이를 찾은 지 10년째 되어 이 이상한 휴가가 익숙해질 무렵, 그녀는 아들이 죽었을 때 나이 또래인 두 소년을 만나고, 두 소년을 통해서 아들 나이 또래의 사람과의 접점을 다시 찾는다. 그리고 그들로부터 뜻밖의 이야기를 듣는다. 소년들은 그녀에게 '외다리 일본인 서퍼'를 보았느냐고 묻는다. 우연히 발견한 희망은 절망이 될까, 환상이 될까? 


 잔잔하게 흘러가는 물에 돌 하나가 던져져 파문이 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영화다. 흔히 마지막 20분이 영화의 인상을 결정한다고 하는데, 마지막 20분 직전까지 본 사람과 아닌 사람이 완전히 다른 평점을 줄 것 같은 영화라고 느꼈다. 여운을 남기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과, 환상인 듯 아닌 듯 삽입된 한 장면 때문에 '추천하고 싶은 순간'이 있는 영화가 되었다.


3. 아름다운 하와이


 이야기는 어떤 방향으로 살펴보아도 슬프지만, 역설적으로 아름다운 하와이의 해변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서핑을 하다가 죽은 아들 이후에도 하나 레이 베이에는 수많은 젊은 서퍼들이 찾아와 파도를 탄다. 사치는 넘어지기만 하는면서도 물속으로 뛰어드는 일본인 소년들을 지켜보다가 그들에게, '서핑을 왜 하는지' 묻는다. 소년의 대답은 사치가 다다를 수 없는 어딘가에 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하와이의 주민은, 사치 아들의 목숨을 앗아간 자연을 두고, 그럼에도 자연을 미워하지는 말라고 이야기한다. 사람의 슬픔은 아랑곳 않는 듯 유유자적하기만 한 해변에게, 드문드문 나타나 사람을 해치는 상어에게 야속함을 느끼더라도, 자연은 죄가 없다는 말이다. 자연에 둘러 싸인 환경에서 살아온, 하와이 사람이라서 할 수 있는 말이라 느껴진다.


4. 여담


 세상의 온갖 불행을 한 몸에 이고 사는 여자 사치 역은, 배우 요시다 요가 맡았다. 우리나라에서 기무라 타쿠야의 드라마인 <히어로 2>(2014) 속 검사로 유명한 배우다. 

 그녀는 아들을 잃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하와이행 비행기를 타는 엄마의 마음을 느끼기 위해, 실제로 촬영차 하와이에 갈 때 매니저 없이 홀로 비행기에 올랐다고 한다. 이는 감독의 제안이었다고 하는데, 과연 이창동 감독의 영향을 받은 감독이 할 만한 제안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에 대한 배우와 감독의 열정이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영화는 6월 6일에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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