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병원 가는 게 맞지. 보험 고민하는 건 나중 일이야.
1) 보험
우울증 약을 처방받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보험 어떡하지?"였다.
누구에게도 나의 우울증 약 복용 사실을 알리기 싫었지만, 보험설계사이자 나의 보험을 관리해주고 있는 고모에게 전화를 걸었다.
"고모, 내가 정신과 약을 복용해야 할 게 있는데, 보험 괜찮을까?"
"어디가 아픈데?"
그냥 넘어가 주길 바랬으나 고모는 나에게 어떤 병명으로 정신과까지 가서 약을 복용하게 되었는지 궁금해했다. 조카의 건강이 걱정돼서 물어보는 거겠지만, 내 병을 알리기 싫었던 나는 매우 부담스럽고 싫었다. 우울증보단 차라리 ADHD라고 말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업무에 집중이 안될 정도로 산만해서, 진정시킬 겸 약 처방받았어"라고 대충 말을 얼버부렸다.
다행히 고모는
아프면 병원을 가는 게 맞지. 보험 고민하는 건 나중 일이야
라며 꽤나 나에게 명쾌한 답을 내려주었다. 보험이 걱정되는 건 맞지만, 보험 때문에 병원을 안 가는 게 더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고모는 앞으로의 보험 가입에서 설문조사를 할 때, 정신과 진단 사실이 있는지 여부에서 체크를 해야 할 거고, 불이익(보험료 증가) 등이 있을 수 있다고는 했다. 만약, 정신과 진료 경험을 속인 후 보험 가입을 하면 나중에 어떠한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속여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약을 복용하다가도 완치가 되어 장기간 복용을 하지 않게 되면 치료종류 및 소견에 따라 어느 정도 첨삭이 가능하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더불어, 알아본 바에 의하여, 2013년 개정된 정신건강증진법에 따르면 보험업 법상 보험상품의 가입, 갱신, 해지와 관련하여 정당한 사유 없이 정신질환 때문에 피보험자를 차별할 수 없고, 보험사가 정신질환자의 보험 가입을 차별했을 경우 그것이 정당하게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보험사 측에서 입증하도록 규정하였다.
생각해보면, 고혈압, 당뇨와 같은 성인병이 있거나 고령일수록 보험 가입이 어려워지곤 하는데 그와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 보험 때문에 고혈압, 당뇨 치료를 안 하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2) 진료비
다음은 정신과 진료 비용에 대한 이야기이다. 생각보다 정신과 자체 내에서 약을 제조해서 만들어주는 경우가 많다. 내가 가는 병원도 그렇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약국에서 처방받는 것보다 병원에서 약 처방을 바로 해주니 편하긴하다. 약국에서 처방받으면 대략적으로 약에 대한 설명을 해주고는 하는데, 아무래도 주변 신경이 쓰일 것 같다.
정신과는 나에게 맞는 약을 발견할 때까지 상담과 진료를 통해 1주일~2주일마다 약을 바꾼다. 나도 조금씩 약을 변경하며 나에게 맞는 약을 찾아가고 있다.
무튼, 나의 경우 정신과 비용은 크게 3가지이다. (1)상담비 (2) 약 조제비(병원에서 조제해주지 않는다면, 약국에서 나갈 비용이다) (3) 검사비
검사비와 상담비는 초반에 많이 들어가는 비용이다. 검사비는 비보험도 있기 때문에, 좀 더 부담될 수 있다. 특이한 점은 상담비와 진료비가 별개이다. 예를 들어, 나의 심리 상태를 묻는 종이를 내가 작성한 다음 그걸 통해 상담이 이루어지면 상담비가 들어간다. 상담비 + 약 조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조금 비싼 편이다.
반대로, 단순하게 약 복용 관련해서나 컨디션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가 오고 간다면, 상담비를 받지 않는다. 간단한 진료비 + 약 조제 비용이 들어간다. 하지만 약이 일주일 치되다 보니 그래도 1만 원~2만 원 정도는 나온다.
그렇게 한 달에 약 10만 원 이상의 돈이 들어가는 것 같다. 내가 비싼 병원을 다니는 편인 것 같긴 한데 무튼 그렇다.
3) 진료비 지원
그래서 알아보았다. 이런 걸 지원해주는 복지는 없을까?!
'청년 마음건강바우처'라는 사업이 있었다. 만 19세~만 39세 소득기준 없이, 월 20만 원씩 3개월간 심리상담 비용을 제공해주고 있으며 본인부담금은 10%(약 2만 원)만 지불하면 된다. 각 지역마다 조금씩 신청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본인의 주소지의 주민센터를 확인해보면 된다.
사실 이것보단 나는 약을 복용하는 사람으로서, '경기도 청년 마인드케어'가 좋았다. 외래치료비를 최대 연 36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는 복지이다. 5년 이내 정신과 질환을 최초로 진단받은 만 19세~ 34세 경기도 청년이면 재산 범위 상관없니 지원이 가능하다. 대신 질병코드가 F20~48 사이에 들어야 하는데 웬만한 우울증 공황장애, 조울증과 같은 것들은 모두 속해 있다. 질병코드는 의사 선생님만 알기 때문에 의사 선생님한테 직접 물어보면 된다.(간호사 분들도 모른다.) 내가 준비해야 할 신청 서류는 1. 신청서 2. 등본(3개월 이내) 3. 통장사본 4. 민증 사본이고 나머지는 다 병원에 요청하면 영수증 등 필요한 것들을 프린트해주신다. 심지어 병원에서 서류를 요청해서 나오는 비용조차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직접 가서 제출하면 되는데, 그 과정에서 나는 조금 좋지 않은 일이 있었다.(이건 다음 글에 쓸 예정이다.)
무튼, 이렇게 내가 우울증을 겪으며 알게 된 사실들이다. 나처럼 우울증을 처음 겪거나 우울증으로 인해 궁금한 사항들이 조금은 해소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