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끔 종종 생각하는 생각이다. 걱정 많고, 예민하고, 감성적인 나. 술을 좋아하고, 술에 취해야지만 속 얘기를 하는 나. 가난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고, 친절한 척 하지만 누구보다 다른 속내를 갖고 있는 나. 독립적으로 보이고 애어른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결국 어른아이가 되어 애정결핍 소리를 듣는 나.
나는 왜 이렇게 태어났을까, 혼자 고민을 많이 해봤다.
나보다 더 불우한 사람들 중엔 성공한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왜 뭐가 문제일까.
유약한 성격이 문제일까, 더 큰 고비가 없어서 복에 겨운 소리를 하는 게 문제일까.
나는 그래도 나를 지지해 주는 엄마와 삐뚠 듯 보이지만 본인 입 풀칠하는 오빠가 있다. 빚 많고 나를 은행 ATM으로 보는 아빠가 있지만 그래서인지라도 나를 아낀다.
객관적으로 볼 때?
모르겠다. 주관적으로 볼 때인지, 객관적으로 볼 때 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비교적 불행하지만, 비교적 덜 행복할 뿐이다.
남과 비교하지 말라고 하지만 내 주위 사람들을 견주어 볼 수밖에 없다. 현실을 이겨낼 힘도, 순응할 힘도 없는 나는 그 간극에서 매우 피곤하다.
화장실이 가고 싶고, 배가 고프고, 웃음이 난다. 난 그렇게 우울하지 않지만, 우울하다.
외로워서 그런 줄 알았지만 누구를 만나도 외로움은 채워지지가 않는다, 내가 누구를 만나고 고민할 자격은 될까?
조금 호전되는지 싶었지만,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는 불안정한 심리가 지쳤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알면 좋을 텐데, 순간순간 인정 하면서도 평생 지속 되는 게 버겁다고 종종 느낀다,
글을 그동안 안 쓴 이유도 내가 쓸 자격이 됐나 싶었다. 처음엔 분노에서, 엄마에 대한 안타까움, 나에 대한 정의로 시작했다면 점점 의미가 없어져갔다. 그러던 와중 나의 상태에 심각함을 느꼈고 문득 글을 쓰고 싶었다.
그래서 글을 다시 써보는데, 이상하게 우울했다. 글을 썪던 초창기와 다를 바가 없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그때만 한 열정조차 없어서 그럼 걸까.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것 없다는 생각에 전에 쓴 글들을 읽으면서 죄절감을 갖게 된다. 저 때 저런 다짐을 했지만 결국 그 자리에 있는 나.
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부정적인 생각에 여념 없던 나에게 단단한 언니가 조언을 해주었다.
잘하고 있어, 운이 아니야,
별다른 말하지 않았지만, 갑작스레 들어온 언니의 칭찬은 나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언니도 쉽지 않은 환경에 참 야무지게 살아가는 게 대단하다 싶었는데 나는 언니처럼 왜 야무지지 않나 싶었는데 이런 언니가 그렇게 얘기하니까 왜 이렇게 뭉클한지.
이왕 힘들 거면 강인하던지, 나약해버리던지 애매한 나는 왜 이렇게 태어났을까. 남을 대놓고 부러워할 수도, 남보다 좋지 않은 환경이라고 불평할 수도 없는, 애매한 복지도 못 받은 나 자신이 오늘따라 답답하면서 처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