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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 순 Jul 15. 2024

내 맘대로 단약 하고, 다시 병원 갔다.

우울증 약과 불안장애 약을 6개월 정도 복용했을까? 크게 도움이 되는지도 모를뿐더러 일이 바빠지면서 병원 가기를 소홀히 하게 되었고, 결국 6개월 정도 약을 먹지 않았다.


약을 끊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지 못했다. (약은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연락을 해야 하고, 혼자 있으면 불안해했다.

급기야 이유 없이 눈물이 차올라 혼자 방 안에서 울기도 했다.


마음이 무겁다. 마음이 힘들다.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가끔씩은 누군가와 있어도 침대에 누우면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울증이 맞는데, 그때 당시엔 그냥 내 현실인가 보다 싶어서 내가 이상하다고도 느끼지 못했다.


그러던 중, 우울증 약을 먹는 회사 동료 언니가 나에게 진지하게 말했다.


"너도 병원 다시 가봐"

"나? 괜찮은데?"

"아니야, 나도 내가 심각하다고 느끼는데, 너 지금 심각한 것 같아."


그제야 아 내가 지금 상태가 안 좋구나 싶었다.

그 당시엔 정말 아무 생각 없었는데, 옆에서 제삼자가 객관적으로 말하니까 심각성이 조금 인지되었다.

그렇게 나는 6개월 만에 병원을 재방문했다.


의사 선생님은 그동안 왜 오지 않았냐라는 물음보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고 물었다.

나는 말하면서 또 울었다.


"저도 제가 왜 우는지 모르겠어요."


항상 하는 말이다. 내가 왜 우는지 나도 모르겠다. 울 일이 없는데.

여전히 나의 업무적인 능력은 성과가 없었고, 우리 아빠는 나를 힘들게 했다. 그리고 모든 게 해결되지 않은 채 시간만 흘렀을 뿐이었다.

의사 선생님은 그렇게 눈물이 나는 건 우울증의 전형적인 증상이라며 이 김에 풀배터리와 CTA 검사 모두 받아보는 건 어떻겠냐 그랬다. 어렸을 적 기반으로는 성인 ADHD가 아니지만 내가 말하는 증상이 우울증 약으로도 해결이 되지 않으니 심층적으로 검사하자는 것이었다.

6개월 전엔 검사비가 비싸다 보니 약을 먹으면서 확인해 보기로 했는데 선생님은 내 상태가 심각하다고 느꼈는지 조심스레 물어봤다.

그렇게 검사를 진행하게 됐다.


생각보다 검사는 매우 힘들었다. 풀배터리 검사는 3시간 동안 이어졌고, ADHD 검사도 매우 지루했다.

(해당 내용은 자세히 다른 편에서 다루도록 할 예정이다.)

2주 정도 후, 검사 결과가 나왔다.

검사결과가 무조건 넌 ADHD이야, 넌 우울증이야 라고 진단해주진 않는다. 담당 선생님의 해석과 나의 대답등을 분석해서 종합적으로 말씀해 주신다.


선생님 소견으로는 우울증과 경증의 ADHD였다. 지금부터 천천히 약도 복용해 가며 나의 삶을 높이자고 말씀해 주셨다.


약이 안 맞을 때는 복용 즉시 너무 졸려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옆에 직장 동료분이 너무 피곤해 보인다며 괜찮냐고 수시로 물어볼 정도였다. 다행히 우울증 약은 잘 맞아서 혼자 있을 때 울음이 나거나 불안한 정도는 많이 줄어들었다. 신기했다.


지금은 ADHD약을 바꿨고 요구량을 늘려보고 있다. 예전보다 집중하는 시간도 늘고 삶의 질이 조금 더 늘었다. 드라마틱한 변화는 아니지만 소소한 긍정적인 변화에 만족하고 꾸준히 병원을 가고 있다.

그때 그렇게 내 맘대로 단약을 하지 않았으면 불안정한 시간은 좀 덜 보내지 않았을까 싶으면서도, 그 경험이 있어서 약이 효과가 있다는 것도 인지가 가능한 것 같다.


내가 다니는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은 내년에나 초진이 가능하다고 한다. 다른 병원도 의사 선생님이 친절하거나 잘 설명해 주시는 경우 초진 받으려면 꽤 힘들다고 종종 들었다. 우리 사회에 이렇게 아픈 사람이 많다는 게 슬프면서도, 병원을 찾는다는 건 건강해지려는 의지가 있는 것이니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도 생각한다.

매일 행복할 수는 없겠지만, 힘든 순간을 견딜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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