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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이색 여행지, 트빌리시 소비에트 투어

트빌리시(Tbilisi)

by 포그니pogni
[좌] 트빌리시 소비에트 아파트 단지 / [우] 트빌리시 파브리카


회색 콘크리트벽,
트빌리시 '구소련' 유산


10년 전 중앙아시아 국가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1년 동안 '교환학생 + 글로벌인턴십(한국무역보험공사 알마티 지사)' 경험을 하며 유라시아를 탐방하는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특히 글로벌인턴십 기간 동안 구소련권 지역 거시 경제 분석을 하며 동 지역에 관한 관심을 많이 갖게 됐는데요. 그래서 카자흐스탄에 머무를 당시 러시아 상트페레트부르크, 혼자서 모스크바 여행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함께 과거 소비에트 연방에 속해 있던 국가들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갖게 됐고, 구소련 국가에 방문하면 이와 관련한 명소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발트 3국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에서 KGB 지하감옥을 가기도 했죠.




어찌 보면 다크투어리즘이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요. 이번 조지아 여행에서도 소련과 관련한 문화유산 투어를 계획하게 됐습니다.


사실 가장 기대됐던 곳은 조지아의 고도 쿠타이시 근교에 있는 '츠할투보'란 지역입니다. 과거 소비에트 시절에는 휴양지로 호황을 누렸으나, 지금은 폐허가 된 건물만이 남은 도시인데요. 아쉽게도 모객 인원이 안 차서 가지는 못했습니다.


그 대신에 수도 트빌리시에 구소련과 관련된 문화유산이 있다고 하여 방문하게 됐습니다. 바로 오늘 소개할 소비에트 아파트 단지트빌리시 파프리카입니다.


특히 소비에트 아파트 단지는 2025년 상반기 MBC 구해줘홈즈에서 박나래 씨가 방송에서 소개하기도 했었는데요. 유럽풍 건축물이 즐비한 도시에서 삭막한 회색 콘크리트벽의 쓰러질 것 같은 아파트 단지를 구경하는 게 무척 흥미로웠죠.


한편 트빌리시 파브리카는 구소련 시절 공장을 리모델링하여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된 다음, 현재는 조지아 MZ들의 핫플레이스로 발돋움한 곳입니다. 부산 고려제강 공장을 리모델링한 F1963 혹은 부산 영도 조선소 업체 건물을 리모델링한 피아크가 생각나는 곳입니다.


먼저 서울의 은마아파트를 연상케 하는 현지 아파트 단지를 방문기를 먼저 소개토록 하겠습니다.



소련식 아파트 단지 블록 구조,
'마이크로레이온 (микрорайон, Microdistrict)'


조지아의 수도답게 소련 시절에도 코카서스의 중심지 역할을 했는데요. 아직까지 1960년대 ~ 80년대 건축된 소련식 아파트 단지가 현재까지도 즐비합니다.


특히 사회주의·공산주의의 영향을 받아 소련식 아파트 단지는 '마이크로레이온(주거 블록 단위)'이란 집단 주거 시스템으로 설계됐습니다. 일종의 도시 안에서 '셀(Cell)' 구조로 되어 있는 자급자족이 가능한 생활 단위였는데요.


이는 하나의 마이크로레이온 안에 학교, 유치원, 상점, 병원, 운동장, 공원이 함께 배치된 구조랍니다. '일자리' 빼고는 마이크로레이온에서 모든 걸 다 해결할 수 있는 형태인 것이죠.


채광과 통풍까지 고려하여 아파트 간격을 확보했다고 하니, 건물 모습만 보면 짓다가 만 것 같지만 알고 보면 꽤 합리적인 건축물인 셈이죠.




여러 소련식 단지가 있지만, 저는 구해줘홈즈에 박나래 씨가 갔던 곳을 동일한 장소를 다녀왔습니다. 왜냐하면 고지대에 위치한 특성 때문에 이동 편의를 위하여 각 아파트를 연결한 스카이브릿지(Skybridge)가 무척 인상적이었기 때문이었죠.


저도 카자흐스탄에서 소련식 아파트 단지에 방을 구해 반년 정도 자취를 했는데요. 그 때문에 이런 콘크리트 아파트 단지가 낯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상상 이상의 오래된 건물 외관과 창문도 없는 곳도 즐비해 솔직히 적잖이 놀랐습니다.


카자흐스탄에서 봤던 아파트라기보다 부산 원도심 지역의 사람이 살지 않아 쓰러져 가는 아파트 건물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만, 여기서 더 놀라웠던 것은 강남 은마아파트처럼 이곳은 꽤 부촌이란 사실이며, 재개발 이슈로 부동산 가격이 상당했다는 사실이었죠.


여행 당시 구글맵에 'Skyscraper'를 검색해서 방문했는데요. 지금은 지명이 지도에서 삭제되어 'Lift to the Skybridge'를 구글맵에 검색하여 볼트 택시를 잡고 이동하면 되겠습니다.



소비에트 아파트 단지, 스카이브릿지(Skybridge)에서 바라본 전망은 그동안 27개국 유라시아 지역 여행을 하면서 경험했던 그 어떤 전망보다 이국적이었습니다.


덕분에 수도 트빌리시는 잠시 거쳐가는 조지아 여행의 관문이 아닌 볼거리 그리고 경험할 곳이 풍부한 도시라는 생각을 갖게 됐는데요. 특히 역사를 좋아하기에 더 흥미로웠습니다.


한편 이곳을 여행지로 소개하고 있지만, 어쨌든 현지인들이 실제로 거주하는 곳이기에 여행하며 사진 촬영하고 돌아보는 것에 있어 상당히 조심스러웠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여기서 '낯선 동양인이 혼자 뭐 하고 있지?'란 표정의 현지인 아이를 마주하기도 했고요. 다리에 사람이 지나가면 괜스레 민망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의 기록을 남겨야 했기에 타이밍을 보고 꿋꿋이 사진을 남기기도 했죠. 덕분에 홍콩 같기도 하고 뉴욕 같기도 한 멋진 사진을 카메라 프레임에 남겼습니다.



소련 시절 옛 섬유공장,
파브리카 트빌리시(ფაბრიკა)


다음은 소련 시대 건물을 리모델링한 트빌리시 현지인 핫플레이스 '파브리카 트빌리시(Fabrika Tbilisi)'로 가봅니다. 근방에 벼룩시장인 드라이 브릿지 마켓(Dry Bridge Market)과 연계하여 코스를 짜기 좋은 장소인데요.


지명에서부터 이곳이 과거 구소련 시절 섬유(Fabric) 공장임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1950 ~ 60년대 완공된 건축물로써 오랜 시간 방치되어 있다가 2016년 리모델링되어 지금의 복합문화공간으로 발돋움하게 됐습니다.


'소비에트 문화(산업) 유산 & 현대 예술 감성이 공존'하는 공간인데요. 요즘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과거 산업 유산을 재활용하여 문화공간으로 바꾸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외벽은 섬유 공장 그대로의 콘크리트 벽을 유지하고 있기에 멀리서 봤을 때는 상당히 삭막해 보이는데요. 그렇지만, 막상 도착하면 그래피티 예술가들의 벽화가 있어 호기심을 유발하여 이 장소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그렇다면, 파브리카 트빌리시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요? 일단 복합문화공간답게 아트 갤러리와 공연 및 이벤트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라이브 음악과 DJ 파티 등이 정기적으로 열려 많은 현지 젊은이들이 찾는다고 하는데요. 밤이 되면 더 뜨거워지겠죠?


그리고 카페와 바, 독특한 조지아만의 디자이너 숍과 공방까지 입점해 있어 더욱 다채롭습니다.


마지막으로 실내로 들어가면 트빌리시 최대 규모의 호스텔인 '파브리카 호스텔' 체크인 카운터가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는데요. 덕분에 전 세계 젊은 배낭 여행객들도 많이 찾기에 더 뜨거운 핫플레이스로 발전한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체크인 카운터 맞은편에 있는 카페에서 보르조미 탄산수를 하나 구입하여 더위를 식혔는데요. 반려견 출입도 자유롭고 노트북 하나씩 들고 작업하는 디지털노마드도 많아 그야말로 젊음과 자유로움이 이 공간에 응집된 걸 볼 수 있었죠.




여러모로 기억에 많이 남는 조지아 트빌리시 여행지였던 소련 투어였습니다. 실제로 '겟 유어 가이드(Get Your Guide)'와 같은 플랫폼에 들어가면 소련 투어 상품도 있어 이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여행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조건적으로 과거의 어두운 잔재를 없애거나 청산하는 것이 아닌 보존하며 점진적으로 발전 혹은 이를 활용하고 있는 조지아의 모습은 우리에게도 하나의 시사점을 남기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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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