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빌리시(Tbilisi)
트빌리시의 이면,
그래피티(Graffiti)
인생 여행지였던 조지아. 그렇지만, 모든 것이 좋았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중세 유럽풍 주택과 교회, 현대식 건축물 그리고 소련의 유산이 뒤섞인 수도 트빌리시에서 유달리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그래피티(Graffiti)인데요. 마치 미국 뉴욕이 연상될 만큼 조금만 관광지 일대에서 벗어나니 그래피티가 많았습니다. 특히 조지아의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다고 하는 거리는 더 그랬죠.
처음 마주했을 때 느낌은 '예술'로 다가왔습니다. 마치 표현의 자유를 갈망하는 것과 같은 현지 사람들의 마음이 읽히는 것과 같았는데요.
쿠타이시의 벽화거리가 너무나도 아름다웠고 도시와 잘 조화를 이뤘기에 이는 표현의 자유이자 예술 작품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현지 젊은이들은 과연 무엇을 이를 통해 표출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가만히 살펴보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관련하여 '우크라이나 지지'와 관련된 것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골목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친러 성향의 정당이 정권을 잡은 상황을 반증하는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방문했던 기간에는 아니었지만, 요즘 트빌리시에서는 심심치 않게 각종 시위가 번화가 루스타벨리 'April 9 Memorial(소련의 1989년 트빌리시 학살 사건 추모 건물)'를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봤을 때, 소련의 트빌리시 비극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지금의 친러정권의 여러 가지 행보가 충분히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표현의 자유로써 그래피티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과유불급
그렇지만, 딱 이 사자성어로 트빌리시의 그래피티를 정리하고 싶습니다. 두 가지 측면에서 저는 이 그래피티가 예술과 표현의 자유를 넘어 문자 그대로 '낙서'에 가까웠다고 생각하는데요.
첫 번째는 April 9 Memorial과 같은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건물 앞 분수대 칠해진 스프레이 때문이었고, 두 번째로는 메세지를 뛰어넘어 무지성으로 골목 곳곳에 칠해진 낙서 때문이었습니다.
얼마나 낙서를 많이 하는 것인지 April 9 Memorial 본 건물 입구 벽면에는 CCTV가 마치 낙서를 감시하는 것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게 충격적이었습니다.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지만, 분수대 뒤편의 낙서를 보니 이게 뭔가 싶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서울 문래동과 같은 조지아 여행 핫플레이스 파브리카 트빌리시로 가는 길목에서 봤던 풍경은 더욱 어질어질했는데요. 이건 뭐 그래피티도 아니고 화풀이로 남의 집에 낙서를 한 것 같았습니다.
그나마 파브리카 트빌리시 입구로 들어가니 예술 작품 같은 그래피티가 있었죠.
처음에는 이국적이었는데, 계속 이런 의미 없는 낙서가 이어지니 마치 어느 폐허가 된 도시 한복판을 걷는 것과 같은 기분도 들기도 했죠.
이처럼 조지아가 저의 인생 여행지는 맞지만, 쭉 여정을 돌이켜 보면 썩 좋지 않았던 이와 같은 기억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걸 상기하게 됐던 오늘의 주제.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과연 이것들은 예술일까요? 아니면 단순 낙서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