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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송이 장미 노래가 시작된 사랑의 도시 시그나기

시그나기(Sighnaghi)

by 포그니pogni



수백만 송이 백만 송이
백만 송이 꽃은 피고


다들 '백만 송이 장미'란 노래 들어보셨죠? 여기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 근교 여행지로 차로 2시간만 달려가면 이 노래가 유래한 사랑의 도시 '시그나기'가 있습니다.


이 노래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우리나라에서는 가수 심수봉 님이 리메이크하여 발매를 했는데요. 도시 어디를 가든 백만 송이 장미가 울려 퍼지는 것을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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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과연 실화는 어떤 내용일까요?


실제 조지아의 가난한 화가 '니코 피로스마니'는 한 프랑스 여배우에게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렇지만, 가진 것이 없어 그녀를 위해 집 앞 거리 곳곳에 장미 백만 송이를 깔았다는 일화가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런 이야기가 소련 시절 러시아 가수에 의해 노래로 만들어졌고, 지금도 조지아 현지인들에게 '사랑의 도시'로써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 도시에는 24시간 결혼 등록소에서 있는데, 언제든지 혼인신고가 가능하다고 하는데요. 아마도 그 이유는 이곳에서 혼인신고를 하면 영원한 사랑을 누릴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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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의
프로방스


이 도시의 매력을 방증하는 또 다른 별칭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조지아의 프로방스'입니다. 프로방스는 프랑스 남부와 이탈리아 북부를 아우르는 목가적인 풍경이 아름다운 지방을 뜻하는데요.


이런 수식어가 붙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요새 도시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중세 성벽 마을로써 현재까지 남아 있는 시그나기 성벽에서 바라보는 코카서스 산맥 중심 전망이 실제 프로방스 못지않게 수려합니다.


시그나기 성벽 주변은 중세 유럽 소도시와 같은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데요. 특히 붉은 지붕으로 대표되는 아름다운 중세풍 건물이 이곳의 운치를 돋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세 마을을 지나 시그나기 성벽에 올라 걸으면 펼쳐지는 장관에 눈을 뗄 수가 없답니다. 내가 조지아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인지 유럽 소도시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의 아름다운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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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프로방스 지역과 마찬가지로 와인이 유명한데요. 8,000년 전부터 와인을 만든 지방이 바로 시그나기가 속한 카헤티주입니다. 유명 와이너리도 많고, 이런 전망을 감상하며 와인 한잔 즐길 수 있는 카페와 식당도 즐비합니다.


유럽에서 와인은 프랑스가 제일 유명하죠? 2년 전, 파리와 남프랑스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많은 와인을 마셨는데, 시그나기 어느 식당에 앉아 과연 무엇이 다른지 비교를 하면서 마셔봤습니다.


조지아 와인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크베브리 사페라비(Qvevri Saperavi) 레드 와인을 마셨는데요. 색이 프랑스 와인보다 탁하고 다소 거칠지만, 깊은 풍미가 느껴졌습니다. 전통 항아리에서 발효하기에 레드와 화이트 와인 모두 색이 탁한 게 특징이죠.


그런데, 음식과 페어링 하기에는 조금 더 가벼운 프랑스 와인이 낫다고 생각됐는데요. 그렇지만, 조지아 요리가 대체적으로 기름진 음식이 프랑스보다 많기에 이런 짙은 와인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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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 도시에서 가장 오랜 시간 머물렀던 시그나기 중앙공원(April 9 Park)으로 이동해 보겠습니다. 참고로 중앙공원의 본 명칭인 4월 9일은 소련의 트빌리시 학살 사건과 관련된 우리나라의 3.1절과 같은 의미 있는 기념일입니다.


저는 여기서 한참을 앉아 이 도시의 평화로운 분위기를 즐겼습니다. 환한 미소로 뛰어노는 아이들부터 공원에서 버스킹을 하는 노신사까지. 특별함은 없었지만, 오히려 특별함이 없어 특별했던 공원에서의 기억입니다.


어쩌면 시그나기의 정체성이 이 공원에 있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요. 하루면 다 돌아볼 수 있는 조지아 여행지 시그나기지만, 하루 정도 숙박하는 것도 추천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아직 끝이 아닌데요. 도시 근방에 특별한 수도원이 있어 다녀오는 시간을 가졌는데, 이는 다음 시간에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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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