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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정교회 성지, 시그나기 보드베수도원

시그나기(Sighnaghi)

by 포그니pog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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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시골의 '택시비'는
주요 도시보다 훨씬 비싸다


사랑의 도시 시그나기 방방곡곡 탐방을 마치고, 멋진 경치를 조망하며 식사를 마치니 오후 12시 무렵이 됐습니다. 수도 트빌리시로 돌아가는 마슈르카 차량은 오후 4시고요. 그래서 시그나기에서 불과 약 2㎞ 떨어진 조지아 정교회 성지 '보드베 수도원'에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조지아 여행을 하다 보면 '참, 이게 맞나?'란 생각이 들 정도로 골 때리는 순간이 있는데요. 트빌리시 혹은 쿠타이시, 바투미와 같은 대도시가 아닌 소도시를 여행할 때 발생하는 '택시비 NEGO'입니다.


대도시의 경우 '볼트 혹은 얀덱스' 어플을 이용하여 바가지요금 없이 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데요. 그렇지만, 소도시에서는 부르는 게 값입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듯이 택시 숫자가 한정되어 있기에 관광객 입장으로서는 높은 금액을 불러도 별다른 대안이 없는데요. '시그나기 ↔ 보드베 수도원' 2㎞ 왕복 요금은 거의 20GEL(한화 약 1만 원)로 거의 정해져 있었습니다.


이보다 높은 금액을 부르면 20GEL까지 가격 협상을 하던가 아니면 다른 택시 기사를 찾아 20GEL에 협상하면 되는데요. 30분 정도 수도원 근처에서 기다려주긴 하지만, 현지 임금 수준과 물가를 고려했을 때 상당히 비싼 것은 사실입니다.


트빌리시에서 20GEL이면 30분 이상 택시를 타고 구시가지에서 시 외곽에 있는 쇼핑몰(TBILISI MALL)까지 갈 수 있으니 말이죠. 그래도 여행이니까 기분 좋게 엄~~ 청 오랜 연식의 차량이었지만 그래도 벤츠 택시를 타고 수도원으로 향했습니다.



수도 트빌리시에서는 웬만하면 영어가 잘 통하지만, 조지아 여행에서 소도시로 갈수록 영어보단 러시아어가 소통이 더 잘 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어르신분들은 소련 시절을 겪었기에 러시아어를 거의 모국어처럼 사용하는 분들이 많았는데요.


택시 안에서 짧은 10분 동안 조지아인 기사님이 러시아어로 물어보길래 10년 만에 사용하는 짧은 러시아어로 잠시 소통을 했습니다.



"어디서 왔니?"

"한국(남한), 부산에서 왔어."

"오, 그래? 러시아어는 얼마나 할 줄 알아?"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10년 전에 1년 정도 거주해서 러시아어 조금은 할 줄 알아."

"오, 카자흐스탄? 놀라운데! 이름이 뭐야?"

"나는 ㅇㅇ이고, 러시아 이름은 세르게이야!"

(후략)



짧디 짧은 러시아어 단어를 기억나는 대로 갖다 붙이는 정도에 불과했지만, 오랜만에 사용해서 그런지 짧지만 무척 흥미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역시 저는 구소련 문화권이 유라시아 지역에서 가장 친숙하고 재밌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금세 보드베 수도원 근방 기다리는 택시들이 모여 있는 공터 주차장에 도착했고요. 사람들을 따라 입구로 들어가니 수도원이라기보다 마치 왕의 정원과 같은 녹지 공간이 나타났습니다.


그러고 나서 조금 더 걸어 들어가니 그야말로 웅장하고 남다른 조지아의 성지 수도원 건물이 눈앞에 나타났는데요. 수도 트빌리시에서 만난 성당/교회와는 또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성녀, '니노(Nino)의 유해'가 안치된
조지아 정교회 성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조지아에 처음 기독교를 전파한 '성녀 니노의 유해가 있는 곳'이 바로 보드베 수도원입니다. 정확하게는 성녀 니노가 묻힌 장소 위에 교회가 지어진 것인데요.


조지아 인들에게 니노란 이슬람교의 무함마드, 기독교의 예수님과 같은 성인 그 자체입니다. 그런 장소인데, 구소련 시절에는 병원으로 사용됐다고 하는데요.


소비에트 연방 시절 그들의 했던 각종 행위는 일제강점기 시절 우리나라에 가한 각종 악행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1991년 소련으로부터 독립 이후, 다시 수도원의 지위를 회복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처음 조지아 시그나기 여행을 준비하면서 굳이 여기까지 수도원을 보기 위해 방문해야 하나 싶었는데, 막상 와보니 너무나도 잘 정돈된 정원 한가운데 거대한 수도원이 우뚝 서 있는 모습이 위풍당당 그 자체였고요. 성지답게 성스러운 기운이 주위에서 느껴져 마치 소원을 들어줄 것만 같았습니다.


그리고 이곳이 유명한 이유로는 성지 자체로의 역사적 의미도 있지만,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카헤티 지역 목가적인 전망이 상당히 수려하기 때문입니다. 잠시 그 전망을 확인해 보고 오늘의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여태껏 27개국 60개 이상 도시를 여행하며 경험했던 장소들 중에서 관광객은 꽤 있었지만, 그와 별개로 가장 고요하고 평화롭고 자연 속에서 살아 숨 쉬는 것과 같은 분위기였다고 묘사하고 싶습니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끝없이 이어진 초록빛 포도밭이 있고요. 조금 멀리 바라보면 코카서스 산맥의 지류가 겹겹이 겹쳐져 있습니다. 뒤를 돌아보면 거대한 수도원의 석조 건물이 있고, 시야를 좁히면 수도원의 푸르른 잔디밭이 펼쳐져 있는데요. 모든 걸 종합해 보면 '그림 속의 한 장면 실재한다'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만약 이번 조지아 여행 여정에서 여기를 방문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후회했을까요? 택시 기사가 기다리고 있지만 않았으면 돗자리를 깔고 피크닉을 즐기고 싶은 마음입니다. 실제로 시그나기에서 1박 투숙하는 분들 중에 여기까지 걸어와 피크닉을 즐기는 분도 있더라고요.


지금까지 짧고 굵게 2화에 걸쳐 사랑의 도시 시그나기와 근교에 있는 보드베 수도원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물론 조지아가 트레킹으로 유명하지만, 트레킹 말고도 각기 다른 매력이 있다는 걸 알고 여정을 준비하셨으면 하는 바람이고요.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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