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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그니pogni Oct 23. 2020

유럽여행의 시작, 이스탄불 feat. 저가 항공 나빠요

Pongi, 유라시아 여행기 : 터키, 이스탄불 편 #1



인생이란 곧 용기를 내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거예요.
-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영화 中


  12월 26일, 교환학생 친구들이 떠난 후 공허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생애 첫 유럽여행이 시작됐다. 위 인용구의 명대사가 문득 와 닿는다. 나는 용기를 내어 밭매는 김태희가 있다는 오해가 있는 미지의 땅 카자흐스탄이란 미지의 땅에 발을 내디뎠다. Step-up을 해서 키르기즈스탄과 러시아라는 미지의 세계도 탐방했다. 이제 나에게 새로운 미지가 펼쳐진다.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로만 보던 유럽 대륙, 실제로 내가 간다. 일정은 아래와 같다.  


카자흐스탄, 알마티 - 터키, 이스탄불 (12시간 경유, 스탑오버) - 영국, 런던 - 벨기에, 브뤼셀 - 룩셈부르크 - 프랑스, 파리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 터키, 이스탄불 Again - 헝가리, 부다페스트 - 카자흐스탄, 알마티


  편도 35만 원에 『알마티 - 런던』行 티켓을 끊었다. 터키 페가수스 항공이라는 저가항공을 이용했는데, 정말로 싼 맛에 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제 잠시 그렇게 지겨워했던 카자흐스탄을 잠시 떠날 시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들뜬 마음으로 착석했다. 첫 행선지는 런던 가는 길에 12시간 경유를 하는 이스탄불이다. 잠시 나갔다 오고 싶어서 일부러 경유시간이 긴 비행기를 선택했다.


  "응? 그런데 왜 비행기가 안 뜨지????"


  분명히 비행기에 시동이 걸리고 이륙 준비를 하는 것 같은데, 뱅뱅 활주로를 돌고 있다. 오면서 눈이 많이 와서 불안했는데, 그게 원인이었다. 그 순간에 나는 '제발 빨리 뜨게 해 주세요.'라고 간절하게 기도한다. 스탑오버는 시간이 생명이기 때문에 비행기가 제시간에 뜨는지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다행히 1시간 만에 비행기는 이륙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잠시 잠이 들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보이는 바깥세상. 나는 지금 날고 있다. 창문 좌석에 앉아서 이렇게 날개와 구름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그렇게 평안할 수가 없다. 나는 저가항공이라도 당연히 물은 제공되는 줄 알았다. 그렇지만, 이놈의 페가수스 항공은 물도 1 EUR를 주고 사야 한단다. 그저 황당함 그 자체였다. 그리고 유로화가 없어 카드 결제를 하려는데, 이것도 말썽이다. 결국 10시간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이스탄불 사비하 괵첸 국제공항까지 왔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한 일은 편의점에서 물을 사는 일. 지금 다시 생각하면 청춘이니까 가능했던 여정이었다. 그리고 착륙을 준비하면서 이스탄불 주위를 맴도는데, 창문에서 보이는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 보스포루스 해협의 모습은 장관 그 자체였다. 목마른 것도 인지하지 못하고 그 황홀경에 잠시 빠졌었다.

  



  그리고 사비하 공항에서 이스탄불 여행의 시발점, '탁심 광장'까지 이동하는 일반적인 교통수단 하바 버스에 올라탔다. 용기를 내서 미지의 세계로 왔는데,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교통지옥. 이스탄불은 세계에서 가장 교통혼잡도가 높은 도시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비하 공항으로 떨어져 나처럼 스탑오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정말로 시간을 넉넉하게 잡아야 한다. 이어지는 글에서 언급하겠지만 공항에서 탁심 광장으로 올 때는 1시간 30분이 걸렸지만, 반대의 경우 러시아워에 걸려서 2시간 30분이 소요됐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Last Call을 경험했던 아찔했던 순간이었다. 그렇게 도로 위에서 까먹는 시간을 아까워하며 겨우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스탄불 탁심 광장에 있는 동상, 이 광장임을 알리는 상징물이다.



  우리나라와는 다른 느낌의 탁 트인 광장을 보니 진짜로 터키에 왔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광장 가운데 동상이 눈에 띄어 자연스럽게 그 앞에까지 발걸음을 옮겼다. 이것은 '터키 공화국 수립 기념비'로써 글자 그대로 터키인들에겐 상징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이를 중심으로 해마다 주요 행사가 탁심 광장에서 벌어진다는데, 내가 갔을 때에는 아쉽게도 그런 이벤트는 볼 수 없었다. 그런데, 너무 흐리다. 그리고 춥기까지 하다. 내가 상상했던 터키는 이슬람교의 메카라서 그런지 몰라도 항상 더울 것만 같았다. 이 광장을 가로질러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그들은 무얼 위해서 이렇게 바쁘게 움직이는 것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괜히 어느 행인의 발길을 따라 그들의 삶이 어떠한지 들여다보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낯선 '이방인'이 된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다. 나는 여행의 이유 중에 하나가 이방인으로서 잠시 사람들의 삶, 건물과 도시 분위기를 관찰함으로써 드는 '왜 그럴까?'라는 의문에 대해 나름대로 스스로 해답을 내려보는 지적인 재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에 잠긴 것도 잠시, 바로 현실로 돌아왔다. 당시엔 PSY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적으로 열풍이어서 한국 사람으로 보이니 "오우~ 오빤 강남스타일~♬"이라고 외치면서 내 옆을 스쳐가는 행인이 있었다. 그리고 누가 봐도 관광객이니 얼마나 달라붙던지 정말 귀찮았다. 그리고 흔히 터키는 6.25 전쟁 참전국으로써 형제의 나라라고 한다. 그래서 이미지가 더 좋았다. 위와 같은 재밌는 경험도 있지만, 원숭이 흉내를 내며 터키 말로 인종차별을 하는듯한 터키인도 있었다. 그 짧은 시간에 나는 터키인의 두 얼굴을 봤던셈이다. 당시에 처음으로 인종차별을 경험했는데, 그때 기분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더러웠다. 솔직하게 백인이 그러면 쟤네들은 원래 그런 놈들이겠거니 하고 넘어갔을 것 같다. 그런데, 괜히 터키인한테 이런 인종차별을 당하니까 기분이 더 나빴던 것 같다. 그래도 여행이니까, 빨리 잊어버려야지.





  12시간 동안 겨우 물 한 모금만을 먹었다. 그동안 배꼽시계가 울리지 않은 것도 이상하다. 이스탄불의 명동거리 같은 곳에 진입하니 케밥의 나라답게 케밥에 들어가는 고기의 스케일부터가 다르다.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그들의 뿌리가 터키인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연스레 이슬람교가 그들의 종교가 됐고, 생각보다 터키 음식문화가 카자흐스탄에 많이 뿌리를 내렸다. 먹을만한 로컬 음식 찾기가 힘든 그곳에서 케밥은 한 줄기 빛과 같아서 일주일에 최소 2회 이상 한국에 돌아올 때까지 먹었다. 지천에 깔려있는 게 케밥집이라 여러 곳에서 먹어본 후에 맛있는 집만 찾아갔었다. 한국돈 3,000원 정도면 먹을 수 있었던 케밥. 이제 케밥의 본고장에서 먹어본다! 


행복은 종종 열어 둔 줄 몰랐던 문으로 슬그머니 들어온다.
존 베리모어 (John Barrymore)


  미녀 삼총사란 영화로 유명한 영화배우 드류 베리모어의 할아버지, 존 베리모어의 말이 떠오른다. 행복은 종종 열어 둔 줄 몰랐던 문으로 슬그머니 들어온다고. 하루에 세 번 혹은 두 번 반드시 거치는 시간이지만, 식사 시간만큼 행복한 시간은 없는 것 같다. 나는 경건한 마음으로 일반적인 케밥이 아닌 다 오픈되어서 내 마음대로 조합해서 먹는 것을 골랐다. 사실 고르고 싶어서 고른 것이 아니라 메뉴판에 그림이 없어서 "Which one is popular one?"이라고 직원에게 추천받아 나온 것이다. 여행 가서 메뉴판에 그림이 없으면 참 난감하다. 생각보다 양이 적었지만, 고기와 같이 먹는 빵이 평소에 먹던 그런 빵이 아니었다! 쫀득쫀득한데 입에서 사르르 녹는다고 표현하고 싶다. 너무 배고파서 눈에 보이는 식당 아무 곳에 들어왔지만, 본고장에서 먹었던 첫 번째 케밥의 맛은 잊을 수가 없다. 그렇게 행복이 슬그머니 나에게 찾아왔다. 이제 본격적으로 탁심 거리를 돌아볼까? 비록 경유시간 때문에 그 유명한 블루모스크와 아야 소피아 성당에는 못 가지만 나는 다시 돌아올 거니까 그때를 기약해본다. 오늘의 목표는 탁심을 돌아보고 고등어 케밥을 먹으러 가는 것이다. 같이 여정을 짠 종민이가 이스탄불에 왔으면 무조건 먹어봐야 한다는데 궁금하다. 생각보다 배는 안 불러서 케밥을 하나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식당 밖으로 나왔다. 저 멀리서 알라신에게 기도를 하는 소리가 온 도시를 지배하고 있다. 과연 남은 하루 어떤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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