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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그니pogni Jul 17. 2021

걸어서파리 속으로,'나는 이방인이다!'

Pongi, 유라시아 여행기 : 프랑스, 파리 #3

무료입장 행사로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 '루브르 박물관' 앞 풍경



 이방인 (異邦人)
: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을 일컫는 말
[Stranger, Foreigner, Alien]



  지하철 루브르 박물관역에서 내려 지상으로 올라왔다. 연말연시 무료입장 행사를 맞아 어떻게든 들어가 볼 것이라고 길게 줄을 서있는 사람들. 이곳에서 만큼은 나는 이방인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카자흐스탄 생활을 하면서 해외여행을 시작해 지금까지도 여행이 좋은 요소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아마도 '이방인'이 되는 기분이 아닐까? 한국에서는 특유의 '남'을 의식하는 문화 때문인지 항상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도 옆사람이 뭘 하고 있고, 뭘 입고, 뭘 사는지 등등 많은 부분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외국에 가면 정말로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는 기분이라 행복하다. 남을 의식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온전히 여행지에서 그날의 분위기, 풍경 그리고 동행자의 말에 집중할 수 있다는 이야기니까.


  이방인이란 단어를 영어 단어로 번역하면 눈에 띄는 단어가 있다. 바로 'Alien', 내가 아는 뜻은 외계인인데 문득 파리 거리에서 나도 이들에게 외계인으로 느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이렇게 영어 단어를 보면 정말 신통방통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루브르 박물관 - 샹젤리제 거리 - 개선문 - 에펠탑」까지 나만의 '걸어서 세계 속으로'를 촬영하는 순간이 다가왔다. 나도 모르게 "오~ 샹젤리제~♬♪♬♪"라는 음악을 흥얼거리고 있다.

 

  일단 앞선 글에서도 언급했듯 연말연시 1박 2일이란 짧은 일정이기 때문에 박물관에 줄을 서서 기다리면서까지 구경할 시간은 없다. 그리고 대중교통 무료 행사가 시작되기 전에 우리는 다시 한인민박 숙소로 돌아가야 한다. 지난 런던 여행에서도 비행기를 잘못 탔던 친구 덕분에 시간이 없어 대영박물관은 그냥 스쳐 지나가듯 대충 훑어만 보고 왔다. 약간 아쉽다는 생각은 들지만,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  


  저기 보이는 투명한 피라미드 같은 조형물을 배경으로 나도 여느 관광객과 마찬가지로 꼭대기 꼭짓점을 손가락으로 찍는 포즈로 사진을 촬영한다. 그리고 정신없지만 시원하게 뿜고 있는 분수대 앞을 잠시 감상한다. 어떻게든 좋은 자리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겠다는 이방인들 틈새에 우리 일행도 끼어들었다. 참고로 사진 촬영하고 다시 올리려고 보니 너무 못난이로 나와서 기념사진은 Skip 했다. 예전에 런던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할 때 파리에 와봤다는 종민이에게 물어봤다. 


"개선문까지는 얼마나 걸려?"

"음.... 한 1시간이면 걸어갈걸??"


  이번에도 룩셈부르크에서 새벽 기차를 타고서 파리에 왔던지라 몸이 무거운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서 적당히 빠르게 보고 어디 카페나 식당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그런데 '1시간은 무슨...........', 파리라는 도시가 워낙 커서 분명히 목적지가 멀리서 보이는데 한참을 걸었던 것 같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샹젤리제 거리 가는 길의 미니 개선문
(좌) 도로 반대편에서 바라본 루브르 박물관 / (우) 콩코드 광장의 도로 풍경



파리의 역동성이 느껴졌던
샹젤리제로 가는 거리



  루브르에서 출발해 미니 개선문, 오벨리스크, 콩코드 광장을 지나 샹젤리제 거리까지 가는 길. 사뭇 같은 대도시 영국 런던과 도시 분위기가 대조된다. 이것이 바로 섬나라와 대륙에 있는 나라의 차이인가? 물론 똑같이 도로엔 수없이 많은 차들이 지나가고, 거리에는 수많은 현지인과 이방인이 뒤섞여 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 그렇지만, 주관적인 느낌에 런던 시민들은 항상 움츠리고 있는 모습이 머릿속에 잔상으로 남아있다. 반면에 파리 시민들은 표정에 대부분 여유가 넘쳐 보였다. 프랑스계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은 프랑스인을 '유럽의 중국인'이라면서 상당히 나쁘게 보지만, 내가 봤던 프랑스인들은 멋쟁이에 행복한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느낌에는 거리 풍경도 한몫을 했는데, 런던의 경우 거리가 상당히 비좁다는 느낌이라 사람들이 빽빽하게 서로의 어깨를 칠 정도로 좁은 공간에서 움직이며 "Sorry"가 이곳저곳에 난무한다. 하지만, 파리의 경우 건물들도 상당히 큼직하고 인도도 진짜 넓었다. 그런 영향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샹젤리제 거리에 도달하기 전에 가장 역동성이 넘쳤던 장소는 '콩코드 광장'이다. 가시적으로 명확하게 표현하기 어렵지만, 그냥 마치 바탕화면 배경으로 나오는 역동적인 도시의 모습을 실사판으로 가져다 놓은듯한 풍경이었다. 나는 그 모습에 취해 안전한 인도에서 그저 넋을 놓고 바라봤다.



파리(Paris) 크리스마스 마켓 상점 모습



  그리고 샹젤리제에 도착하기 전에 '크리스마스 마켓'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크리스마스 마켓이라니, 영국 노팅힐에서 봤던 마켓 이후로 오랜만에 시장다운 시장을 봤다. 영국과의 차이점이라면 '시식 권유'였다. 나는 대형마트에서 눈치 보지 않고 시식하는 것을 좋아한다. 지금은 코로나19의 여파로 어떤 대형마트에서도 시식 코너를 찾아볼 수 없지만, 한두 개씩 집어 먹으며 감질맛이 남는 오묘한 느낌이 좋아 대형마트에서 시식을 운영하고 있으면 거의 모든 음식을 먹어본다. 물론 어찌 보면 거지 근성이라는 관점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중에서 추리고 추려 구매까지 하여 집에서 만들어 먹는다. 아무튼 파리(Paris)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시식이라니 이게 웬 떡인가?? 영국 마켓 대비해서 확실히 종류가 많다. 프랑스가 영국 대비해서 얼마나 풍요롭고 축복받은 땅에서 살았는지를 느낄 수가 있었다. 아무튼 무엇부터 먹어볼까? 나는 치즈 파는 상점으로 눈길이 갔다. 그리고 상인이 칼로 치즈 하나를 먹음직스럽게 잘라줬다. 치즈의 본고장 유럽에서 먹는 제대로 된 치즈는 어떤 맛일까?



Oh, Shit! 이게 무슨 맛이야?? 



  그랬다, 치즈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나는 치즈 입문자가 먹기 힘든 '블루치즈'를 먹었던 것이다. 블루치즈의 푸른곰팡이가 가장 맛있는 부분이라던데, 이건 뭐라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썩은 맛이 입에서 감돌았다. 아마 프랑스인이 한국 청국장이나, 중국 취두부를 먹으면 이런 기분이겠지? 하지만 따지고 보면 호의를 베푼 상인 앞에서 이걸 뱉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포커페이스로 맛있는 척 먹었다. 그리고 다음 타자는 프랑스産 수제 소시지다. 이거는 좀 낫겠지 하고 먹었는데, '음............... 그냥 소금 덩어리군'이란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국물 문화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 나트륨 섭취량이 많다고 하는데, 이걸 먹어보니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결국엔 크리스마켓에서 구매한 것은 '뱅쇼(Vin Chaud)' 한잔이었다. 영국에서도 Mulled Wine이랑 비슷한 개념인데, 전자는 순수하게 '와인'을 데워서 먹는 것이다. 그리고 영국의 그것은 와인에 각종 과일이 많이 들어가 와인이 아닌 다른 음료를 데워먹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가볍게 겨울철에 길거리에서 따뜻한 와인을 판매하는 곳이 생겼으면 좋겠는데, 우리나라가 와인 산지가 아니다 보니 아마도 가격이 맞지 않아 이걸 길거리에서 파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어쨌든 그렇게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시간을 보내고 드디어 '샹젤리제 거리'에 도착했다. 하지만 연말연시 연휴기간으로 인해 거의 모든 상점은 'Closed'였다. 그런데, 내 생각에는 '오~ 샹젤리제~'를 외치면서 까지 어마어마하게 멋진 거리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냥 큼직한 유럽풍 건물이 대로를 따라 운집해 있는데, 그게 명풍 상점들이 많아서 더 유명해진 느낌이랄까? 물론 샹젤리제의 꽃은 야경이라고 들었다. 하지만 내가 봤던 샹젤리제는 그냥 큰 상점거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저기 멀리 '개선문'이 보인다. 샹젤리제는 어찌나 거리가 길던지 걸어도 걸어도 개선문가 거리감이 줄어들지 않는 느낌이었다.



개선문 앞에서 인증샷을 찍으려고 길게 줄을 선 관광객들과 개선문 앞에 우리들



  그렇게 이날 '걸어서 파리 속으로' 여행의 반환점 개선문에 도달했다. 이미 개선문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수없이 많은 이방인들, 그 속에 우리도 뛰어든다. 파리(Paris)란 도시는 정말 다양한 지역에서 사람들이 관광하러 오는 것 같다. 줄을 서서 차가 지나가지 않을 때 웅성이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온 세상의 모든 언어가 한 곳에서 뒤섞인듯한 느낌을 줬다. 그리고 도로 한가운데에 어찌 이렇게 관광객을 배려해서 포토존을 만들었는지, 개선문 안으로 올라가 꼭대기에서 파리 도심을 볼 수도 있다지만 나는 이걸 배경으로 찍은 이 사진이 더 마음에 든다. 파리 여행하면 떠오르는 사진이 바로 우리 4명이 개선문 앞에서 찍은 이 사진이다. 비록 에펠탑, 몽마르뜨 등에서도 많은 촬영을 했지만 왜 이곳의 사진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일까? 그건 가장 파리 여행에서 행복했던 순간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흐렸던 날씨도 점점 맑아져 12월 31일의 설렘이 더욱 부풀어 오른다. 에펠탑에서는 그리고 다음 여정에서는 어떤 에피소드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이제 에펠탑으로 아니 사이요 궁전부터 먼저 가보자.



에펠탑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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