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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그니pogni Jul 29. 2021

프랑스, 미슐랭 식당에 가봤니? (Around 에펠탑)

Pongi, 유라시아 여행기 : 프랑스, 파리 #4

꽃보다할배에서 나와 더 유명해진 '샤이요 궁전(Palais de Chaillot)'



TV가 바보상자는 아니야!

 


 '걸어서 파리 속으로', 이제 개선문을 지났으니 에펠탑을 향할 차례다. 하지만 에펠탑에 가기 전에 놓치지 말아야 할 명소가 하나 있다. 바로, '샤이요 궁전(Palais de Chaillot)'이다. 절로 여행을 가고 싶게 만드는 프로그램 '꽃보다' 시리즈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꽃할배에서 에펠탑을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곳이다. 예전에 대학교 신입생 스무 살 무렵에는 KBS의 '1박 2일'에 미쳐서 입대하기 전에 '내일로' 초창기 겨울 여행을 하면서 그들의 흔적을 따라갔다. 가령 담양에 유명한 '죽녹원'이 있는데, 꽁꽁 언 이승기가 빠져서 '승당수'라고 명명된 연못에서 사진을 찍는 등 말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그렇게 여행을 좋아하던 청년이 아니었다. 하지만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여행의 재미에 빠지게 됐고, 직접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렇다, 어른들이 예전에 TV를 많이 볼 때면 말씀하시던 "TV는 바보상자야!, 그러니까 그만 봐!"라는 말이 꼭 맞는 말은 아니었다. 이렇게 여행이란 취미를 갖게 됐고, 이것을 매개로 글을 쓰고 있으며 실제로 N사의 플랫폼을 통해 짭짤한 수익까지 내고 있으니 말이다.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돈도 버는 맛을 알게 해 준 생각 해보면 아주 소중한 존재였던 것이다.

샤이요에서의 에펠탑을 배경으로 찍은 독사진

  상당히 쌀쌀하다는 파리의 겨울이었지만, 한없이 눈부셨던 파리의 오후. 모바일 날씨 앱의 온도는 무려 15℃를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날씨운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키르기스스탄에서 10월의 눈을 보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11월의 강추위로 얼굴과 귀가 심하게 아려서 도착하자마자 H&M 매장에서 군고구마 장수 모자를 샀으니까 말이다. 다행히 이번 유럽 여행만큼은 날씨 요정이 나를 지켜줘서 다행이었다. 비록 브뤼셀과 룩셈부르크에서는 흐렸지만, 1년에 화창한 날이 며칠 없기로 소문난 런던과 이날 파리 날씨만큼은 환상적이었다. 두껍게 입은 외투가 무색할 정도로 말이다.


  샤이요 궁전 모습은 환상적이었다. 프랑스 하면 가장 유명한 궁전은 베르사유 궁전이지만, 샤이요 궁의 외관은 이에 못지않게 웅장했다. 그러면 이제 에펠탑 배경의 사진 명당으로 가볼까? 앙상한 나뭇가지만 아니었으면 봄이라고 해도 믿었을 만큼 따스했던 거리, 요리조리 눈치게임을 하다가 드디어 제대로 된 명당에 자리를 잡았다. 나는 사진을 찍을 때, 하늘을 보고 싶었다. 그냥 이날의 공기를 조금이라도 하늘과 가까이에서 마시고 싶었다고 해야 하나? 에펠탑에 가면 초록색 잔디밭에서 에펠탑을 배경의 포토존이 있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샤이요 궁전에서 찍는 사진이 훨씬 괜찮았다. 그래서 오늘의 글에도 넣을까 고민하다가 바로 삭제 行. 샤이요 궁과 에펠탑은 '지척'에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다. 걸어서 5분이면 닿는 거리인데, 여기에서 센 강을 건너야 한다. 한 걸음 한 걸음씩 다가갈수록 설렜던 그날의 기억, 그 기억 속으로 다가가 본다.



샤이요 궁에서 센 강 다리를 건너 에펠탑으로 가는 길
탑 아래에서 바라본 에펠탑



낭만 가득한 에펠탑 아래에서



  처음에 지어졌을 때, 도시에 흉물을 만들었다고 엄청나게 욕을 먹었던 에펠탑. 이제는 파리하면 0순위로 전 세계인에게 생각나는 랜드마크가 됐다. 인생지사 새옹지마란 옛말이 절로 떠오르는 파리의 랜드마크. 센 강에 설치된 다리를 지나 에펠탑까지 가까이 가는데, 12월 31일에 내가 에펠탑 아래에 있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고 해야 하나? 해외여행의 낭만이란 이런 비현실적인 현실을 걷고 있다는 점에서 비롯되는 듯하다. 그리고 원래는 남들처럼 파리에 대한 낭만이 없어서 굳이 넣어야 하나 싶다가 메가버스 노선도 때문에 억지로 1박 2일을 끼여 넣었다. 그렇지만, 정말로 가지 않았으면 후회했을 뻔했다. 지금 이 순간, 굳이 줄을 서서 에펠탑 위로 갈 필요도 없다. 나는 지금 에펠탑 아래에 서있는 파리의 이방인이다.


  내가 그날 봤던 에펠탑 아래의 기억의 조각들을 Rewind 해보면, 우선 가장 기억나는 것이 롤스로이스 社의 '클래식 자동차(Classic Car)'이다. 같이 여행을 다녔던 일행이 이걸 보고 '대박'이라면서 달려갔는데, 이미 그 주변에는 수많은 관광객이 인증 사진을 찍고 있었다. 사실 당시에는 자동차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 뭐 그렇게 대단한 거라고 싶었지만, 지금은 자동차 업계에서 일하면서 밥벌이를 하고 있으니 인생은 정말 모른다. 차보다 내 눈에 더 들어왔던 것은 그 안에 타고 있는 사람이었다. 무슨 궁전 체험하는 것도 아니고, 백인 여성이 중세시대에 봤을법한 무도회 혹은 귀족 복장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마도 12월 31일이니까 이벤트성으로 이렇게 입었겠지만, 예상치 못한 모습에 정말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기억나는 장면은 에펠탑 모형 등 기념품을 팔고 있는 흑인 노점상들. 그들의 복장이나 행동 그리고 지하철에서 봤던 노숙자 모습과 결합하여 보면, 파리가 얼마나 빈부격차가 큰 도시인지 새삼스레 체감할 수 있었다. 어쨌든 그런 걸 떠나서 탑 아래 잔디밭과 멋진 가로수길 등 파리 낭만의 끝판왕이 바로 에펠탑 주변이 아니었나 싶다. 괜히 명불허전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는 것이 아니다.

  


안녕, 미슐랭 ★★ 맛집?!


입에 들어가자마자 녹았던 '푸아그라'

  여행을 하며 가장 와닿는 말이 하나 있다. 바로 '금강산도 식후경'이 아니겠는가? 요즘에는 해외여행을 가면 굳이 네이버 검색을 통해 블로그 리뷰 등을 보고 맛있는 곳을 몇 군데 정하고 여행 루트에 끼어 넣는다. 하지만 당시에는 내가 아닌 자칭 유럽 전문가 종민이가 여행 계획과 루트를 짜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냥 따라만 다녔던 것 같다. 게다가 영국에서 샀던 EU 가입국 전용 심카드가 EU 가입국 전체가 아닌 영국 전용 심카드인 것을 뒤늦게 알게 되어서 당장 검색할 시간도 없었다. 무조건 계획대로 된다면 여행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그냥 발길 닿는 대로 따라갔다. 정말 이번 여행에서는 파리를 떠나기 직전 먹었던 베트남 쌀국수 가게를 제외하고는 본능적으로 배고프면 눈에 들어오는 식당을 찾아갔다. 그리고 하이에나처럼 거리를 헤매다가 운이 좋게 발견한 에펠탑 맛집, 무려 미슐랭 투스타(★★) 식당이라니!! 망설일 필요도 없이 그냥 들어갔다.



오늘의 코스로 주세요!



  메뉴판에 메뉴는 단 한 가지, '오늘의 코스(Today's Course)'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빵 - 애피타이저 - 메인 요리 - 디저트」 순서대로 나오는 전형적인 양식 코스 요리였다. 일단 빵은 맛있고, 애피타이저로는 그 유명한 '푸아그라(Foie Gras)'가 나왔다. 음식을 보고서 이렇게 가슴이 두근거렸던 적이 있던가? 말로만 들었지 고가 음식이라서 생각지도 않았던 요리가 전채 음식으로 나와서 속으로 'Lucky'라면서 쾌재를 불렀다. 그렇다면, 맛은 어땠을까? 역시 미슐랭 식당 명성에 걸맞게 순간 맛의 향연에 빠져 마치 요리왕 비룡 만화에서 비룡의 음식을 먹고 상상의 나래로 빠졌던 캐릭터가 된 느낌이었다. 푸아그라는 이름만 들어봤지 이렇게 푸딩처럼 입에서 녹는 요리인줄 처음 알았다. 그냥 입속으로 들어가자마자 녹아버렸다.


오늘의 메뉴, '조개관자 스테이크' 

 다음은 이제 메인 요리 차례다. 무엇이 나올지 몰라 전채요리를 맛보고 기대 만발이었다. 그리고 '조개관자 스테이크'가 나왔다. 조개관자로 스테이크를 만들어 먹는다는 것은 당시에 상상도 못 했던 요리였다. 조개라고 하면 끓여먹거나 조개구이로 먹거나 하는 것이 다였는데 말이다. 어떤 식재료를 사용했는지 모르겠지만 Creamy 한 소스에서 달콤하면서 맛있는 향이 풍겨온다. 그리고 양이 얼마 되지 않으니 조심스레 칼로 적은 양을 썰어서 입에 넣어 본다. 역시나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 맛! 당시에 태어나서 이런 음식은 처음으로 먹어봤다. 이래서 '미슐랭, 미슐랭'을 찾는구나라고 느꼈다. 유럽여행을 통틀어서도 가장 맛있는 식사였고, 2년 전에 갔던 북유럽 여행에서도 이렇게 맛있는 음식은 먹어보지 못했다. 그리고 디저트까지 포함한 코스요리의 가격이 "€25"였다는 사실도 충격적이었다. 검색도 하지 않고 우연히 만난 레스토랑 치고는 정말 대단한 Quality였다.



파리의 해는 저물어가고...



  오후 3시가 넘어서 먹어 거의 점심 겸 저녁 식사였다. 그런데, 이렇게 맛있게 먹고도 문제가 있었다. '여전히 배가 고프다'라는 점이다. 맛은 있었지만, 양이 너무 적은 것이 문제였다. 그나마도 저녁은 파리 한인민박에서 한식이 나올 예정이라 조금만 참아보기로 한다. 그리고 어느새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오후 4시도 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겨울은 겨울인가 보다. 해가 짧다. 오후 5시부터 대중교통 무료 행사가 시작되기 때문에 얼른 발걸음을 숙소로 돌려야 하는 것이 아쉬웠다. 소매치기 당하지 않으려면 일찍 가야지. 하지만 아직 하루는 한참 남았다. 민박에서 준비한 '와인 파티'가 남아있다. 와인의 본고장 프랑스에서 마시는 와인은 어떤 맛일지 궁금해진다. 아쉽지만 이렇게 12월의 마지막 날을 마무리 해야지. 그리고 새해 첫날에는 몽마르뜨 언덕으로 가서 새해 분위기를 한껏 즐겨보려고 한다.



해질 무렵 센 강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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