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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그니pogni Dec 12. 2022

인도가 싫어 퇴사했습니다.

인디안 보이, Pogni가 전하는 인도 이야기 #프롤로그

첸나이 인근, 스리페룸부두르(Sriperumbudur) 어느 철길 위에서



나는 인디안, 인디안, 인디안 보이~♪♬
(MC몽, Indian Boy 노래 中)



지금은 아니지만, 전(前) 직장을 다녔을 때 이 노래는 나의 주제곡과 같았다. 여기서 Indian이란, 본래 북아메리카 지역에 거주한 원주민이 아닌 진짜 인도 사람을 의미한다.


나는 전(前) 직장을 약 6년 정도 다니고 회사를 옮겼다.


직무는 자동차 원가·영업쪽이었다. 퇴사를 하려니 우리 구매 담당 고객님의 갑질, 직장 상사의 수시 폭언, 군대보다 더한 회사 문화 등등 수없이 많은 이유가 떠올랐다. 그 많은 이유 중에 시도 때도 없이 가는 인도 출장도 퇴사 사유 중에 하나였다.


그 넓은 땅덩어리 중에서도 인도 첸나이(Chennai) 지역만을 갔는데, 사람들이 무슨 중국 다녀오듯이 인도를 다녀오냐고 말할 정도였다. 관련팀 담당 전화를 받을 때 잊을만 하면 인도에 있었으니 그럴만하다. 이에 대한 훈장으로 아시아나 클럽, 다이아몬드 회원(스타얼라이언스, 골드 회원)이 됐다.



세계에서 가장 긴 해변, 첸나이(Chennai) 마리나 비치(Marina Beach)에 주말을 즐기러 나온 로컬(Local) 사람들





돌이켜보면, 1년 365일 中 연평균 90~100일 정도를 인도 출장을 이유로 나가있었다. 말이 90에서 100일이지 내가 그곳에 정착한 주재원도 아니고 파견 신분으로 매년 3달 가까이 있다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었다. 남들은 돈 받으면서 인도 여행한다고 우스갯소리로 말하지만, 여행과 일의 차이는 천지차이다.


2020년 하루에 30만 명 이상씩 나오는 인도에서 코로나 확진지가 나오는 기간에 출장을 다녀왔고, 그보다 더한 시국에 고객사 요청으로 출장을 나가라길래 나는 회사를 나왔다. 


물론 이미 옮길 회사를 알아보고 합격 통지를 받았기에 당당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당시엔 정말 코로나 현황 때문에 출장을 가기 정말 싫었다. 얼마나 싫었냐면 현(現)직장 최종 면접을 봤을 때, 퇴사사유에 대해 솔직하게 인도에 목숨걸고 출장가고 싶지 않다고 얘기했다. 간절하면 통하는 것인지 그렇게 전(前)직장을 탈출할 수 있었다.


그런데, 회사를 옮기고 흥미로웠던 것은 현(現)직장 사장님을 포함하여 임원분들 中 상당수가 인도 주재원 출신이었단 점이다. 허허..... 어쨌든 인도와 나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인가보다.



힌두사원의 도시 칸치푸람(Kanchipuram), 까막쉬 암발 사원(Kamakshi Ambal Devasthanam)





출국시에는『김해공항 - 방콕 - 첸나이』, 그리고 귀국시에는『첸나이 - 방콕 - 타이베이 - 인천 - 김포 - 김해공항』이 일반적인 나의 항공편 ROUTE이다. 비행 시간은 9~10시간 정도지만, 환승 때문에 결코 쉬운 일정은 아니다. 매번 출장을 오고 가는 것이 강행군 그 자체였는데, 대략적인 살인 스케쥴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김해공항에서 오전 8시 무렵 출발을 하면 첸나이 국제공항에 새벽 1시 무렵 도착하고, 3시쯤 씻고 자서 7시까지 출근을 한다. 반대로 첸나이에서 새벽 2시쯤 출발하면, 김해공항에 도착하는 것은 저녁 8시 무렵. 그런데, 다음날이 평일이면 7시 30분까지 출근이다.


글로 풀어보니 당시 정말 어떻게 출장을 다녔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인도는 1년 365일 中 300일을 일하는 나라인데, 기본적으로 무조건 토요일은 출근해야하고 법인장의 지시에 따라 일요일 출근도 종종 있었다. 온전히 인도를 여행지로써 즐길 수 있는 날은 일요일 하루 뿐이었는데, 스타벅스 커피 한잔 마시러 첸나이 시내까지 가는 시간이 1시간이 넘게 걸리는 것이 현실이었다.



남인도 진지 포트 왕의 성(Gingee Fort, The Castle of King)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난 지금 시점, 종종 당시 인도에서 겪었던 순간 순간들이 생각난다.


먼저 출장오는 길에 김치 30㎏ 받아서 오라는 인간, 실컷 부려먹고 축의금도 안 주는 사람, 마트에서 이것저것 사오라고 시켜서 사다주면 돈도 엄청 늦게 주는 인간 등 쓰레기 같은 주재원들 모습이 생각난다.


그렇지만, 그것보다는 시간이 지나고나서 항상 나를 Support 해주던 현지 직원 Thirupathi, Ravi와 같이 현지 Costing Team 동료들의 따뜻함이 더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나는 인도라서 안 괜찮아 퇴사를 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당시 현지에서 '희노애락'이 가득 담긴 경험은 내겐 큰 자산이 됐다. 어디든 환경이 인도보다 더한 곳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니 말이다. 허허......


Anyway, 이번 브런치 매거진에서는 주재원도 아니고, 여행자도 아닌 파견자 신분으로 바라본 인도를 글로 그려보고자 한다. 과연 파견자 혹은 출장자인 내게 어땠길래 인도는 안 괜찮은 곳이 됐을까? 이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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