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ple is the best

by ㅎㅎ

몇 년 사이에, 한국에서 세계 각국의 대표 음식을 맛 볼 수 있게 되었다. 내가 가장 처음 맛 본 이국적 음식은 아마 연예인 홍석천 씨가 운영하는 '마이타이'에서 먹은 태국 음식일 것이다. 내 기억에 따르자면 그 때부터 점차 이태원부터 다양한 외국음식 문화가 보급된 것 같다. 처음엔 태국 음식이 유행을하더니, 베트남 음식이 주목을 받았고...그 흐름은 마라탕으로 이어졌다. 우리나라처럼 유행이 빠르게 변하는 나라도 없다고 하는데, 요식업에도 이런 유행이 생긴 것 같다. 우리 식문화에도 다양한 변화가 생겼지만, 주식은 여전히 밥이라고 할 수 있다. 하루에 세번은 그렇다 치더라도, 하루에 한끼정돈 밥을 먹어줘야 속이 든든하다. 그리고 그래야 배가 더부룩하지 않다. 매 번 먹는 밥이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밥에 대해서는 전문가나 다름없다. 그리고 누구는 진밥을 좋아하고, 누구는 꼬든 밥을 좋아하고...그 취향도 사람 수 만큼이나 다양하다. 그리고 현미, 검은콩, 흑미, 조, 수수를 비롯해 감자, 고구마를 넣어서 다양한 밥의 종류를 즐길 수도 있다. 밥 짓는 방법도 가마솥, 전기밥솥, 압력밥솥..그리고 개나 주라는 냄비 밥도 있다. 다양한 취향만큼이나 다양한 변주가 가능한게 바로 밥이다.



못하기도 힘들지만 잘하기도 힘든게 바로 밥짓기다. 나는 딱 한 번 밥이 정말 맛있는 식당에 간 적이 있다. 라디오 녹음을 마치고 근처에 한 식당에 들어가서 늦은 점심을 먹었는데 그곳은 동네식당이었지만 그 근방에서는 꽤 맛집으로 소문이 나 있던 곳이었다. 음식을 주문하고 얼마지나지 않아...반찬과 공기밥이 나왔다. 그 공기밥 뚜껑을 열었는데 김이 모락모락나면서 밥에 윤기가 흘렀다. 밥알 하나하나가 탱탱하니 수분감이 있어보였다. 굳이 맛보지 않아도 맛있게 지어진 밥인 걸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누군가 갑자기 나에게 당신에게 최고의 밥을 묻는다면, 그건 당연히 엄마가 지어준 밥일 것이다. 특별한 건 없지만 익숙하고, 그렇지만 가장 그리운 그 맛!



나는 피아니스트로서 평생의 목표가 있다. 어릴 땐, 화려한 조명 아래 수천 명의 사람들이 나만 바라보는 무대에서 연주하는 콘서트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한 동안 그 꿈을 포기하지 못해 힘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각자의 자리가 있다는 걸 안다. 그래서 아주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되겠다는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바하의 피아노 작품과 베토벤 32개 피아노소나타 전곡 연주라는 목표는 이루고 싶다. 한 유명한 음악학자는 바하의 평균을 클라비어 곡 집을 구약성경, 그리고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신약성경에 비유했다. 서구문화에서 성경이 가진 위상은 모두가 잘 알 것이다. 이 두 작품집을 성경에 빗댄것은..이 두작품이 음악사에 끼친 영향이 얼마나 크고 방대한지를 말해준다. 실제로, 많은 후대 작곡가들이 이 두 작품집에서 영감을 받았고 깨달음을 얻었다. 나 역시 그렇다. 그 중에 오늘은 바흐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 사실, 바흐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이기에 어떤 음식에 비유를 해야 할까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바흐의 음악은 조미가 가미 된 음식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서 밥이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음악은 많지만 위안을 주는 음악을 드물다. 그리고 바흐의 음악처럼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는 음악을 찾기 힘들다. 이런 바흐의 위상 때문일까? 음악을 공부하는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바흐를 배운다. 그리고 세상에는 바흐를 잘 연주하는 연주자가 너무나 많다. 나도 바흐를 잘 연주해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싶은 욕심이 있다. 하지만, 조금은 욕심을 내려놓고자 한다. 우리 엄마가 해준 밥처럼, 최소한 누군가에게 익숙하고 편안하게 다가오는 연주를 하는 바흐 스페셜리스트가 되는 것도 연주자로서 참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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