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릴 적부터 무언가를 그렇게 잘 잃어버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달이 나고 말았습니다. 엄마가 마트에서 뭘 사 오라고 제게 천 원 한 장과 오백 원 한 개를 주었는데 그만 오백 원을 잃어버리고 만 것입니다. 분명 호주머니에 천 원과 함께 넣어두었는데 말이죠. 몸에는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고, 집으로 뛰어 돌아가는 길에도 그 땀을 식지 않았습니다. 현관 앞에 서서 한참을 서성였습니다. 엄마에게 이실직고 하니 잃어버린 오백 원을 찾을 때까지 집에 들어오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다시 집부터 마트까지의 동선을 샅샅이 뒤졌습니다. 순간 울음이 나왔습니다. 이대로 영영 오백 원을 찾지 못할 것 같은 불안과, 그깟 오백 원 때문에 처한 지금의 상황이 억울했기 때문입니다. 시간을 흘렀고, 결국 오백 원은 찾지 못했습니다. 그때, 머리 위에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누군가 제 이름을 부르는 게 들렸습니다. 누나였습니다. 누나는 어디선가 가져온 오백 원을 몰래 던져주었습니다. 순간 누나가 예수나 부처님처럼 보였습니다. 저는 바로 올라가면 우리 남매의 전무후무한 첩보작전이 들통날까 봐 시간차를 둔 뒤 약간의 울먹임을 섞어 혼잣말로 “어, 찾았다!!”라고 외쳤습니다. 그 뒤는 해피엔딩입니다.
만약 누나가 제게 오백 원을 던져주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집이야 어찌 돌아갔겠지만 그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을 게 확실합니다. 지금에서야 그때를 돌아보며 생각합니다. 마르지 않는 식은땀이 흐르는 두려움 속에도, 도무지 나아질 길이 없는 막막한 현실 앞에 주저앉은 채 그저 엉엉 우는 게 전부인 순간에도 언제나 나를 구원해 줄 축복은 있지 않을까 하고요. 혹시 여러분들이 처한 지금 이 상황이 더는 나아질 게 없이 느껴지고, 두꺼운 벽 앞에 그만큼 두꺼운 무력함을 느끼고 있다면 말해주고 싶습니다. 어떠한 상황에도 축복은 있다는 것을요. 부디 무너지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