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뭐하니?>가 처음 나왔을 때의 반응을 기억한다. 한 사람이 자신의 일상을 찍고 다른 사람에게 건네주는 형식의 릴레이 카메라는 그 소재의 신선함에 비해서 반응이 좋지 않았다. 사실 예능에서 필요한 어떤 강한 임팩트가 없던 것은 사실이었다. 따로 진행자나 정해진 포맷이 없기에 게스트에 따라 콘텐츠의 기복이 심했고 이 모든 걸 편집으로 잘 꾸려가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 김태호 PD와 유재석이 뭉친 결과물이었기 때문에 기대했던 시청자들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김태호와 유재석은 거기서 멈출 생각이 없었다. 뜬금없이 유재석에게 드럼을 가르치기 시작한 김태호는 유재석을 유고스타로 만드는 유플래쉬라는 부제를 가진 프로젝트를 계획한다. 유재석 브랜딩, 이른바 유(YOO)니버스의 시작이었다. 유플래쉬가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둔 후 유재석은 트로트에 도전하면서 유산슬이라는 활동명을 갖게 되었고 유산슬 신드롬을 만들어내며 연예대상 신인상을 거머쥐게 된다. 그 후 유라섹과 유르페우스, 닭터유 등을 만들어내며 <놀면 뭐하니?>는 유재석이라는 인물 자체를 콘텐츠화 시키는 데에 완벽히 성공했다. 그리고 부캐 프로젝트는 싹쓰리와 환불원정대에 이르러 정점을 찍게 된다.
돌이켜보면 이 시도가 엄청 놀랄만한 것은 아니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특징이 출연자들에게 어느 정도 틀을 제공한 후 그 안에서 그들의 리얼한 (설령 그것이 어떤 콘셉트나 연출이 일정 부분 들어가 있을지라도) 모습을 담아내는 것이라면 그 시초라고 할 수 있는 <무한도전>을 만든 김태호는 그것에 최적화된 인물이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은 각 인물들이 프로그램 속에서 각자의 캐릭터와 케미스트리를 나름 구축해가면서 어떤 포맷이 중요한가 가 아닌 누가 중요하냐, 즉 무한도전의 멤버들 자체를 콘텐츠화 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들의 일상이, 도전이 곧 프로그램이 되었고 무한상사 같은 프로젝트로 그 브랜드화는 더욱 공고해졌다.
<놀면 뭐하니?>가 무한도전의 유재석 개인 버전이라고도 불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2000년대부터 지금까지 국내 최정상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유재석이었지만 그는 주로 중심에서 프로그램을 조율하고 남들의 캐릭터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역할이었다. 하지만 유재석 혼자 프로그램을 이끌어가야 하는 상황이 되자 김태호는 기다렸다는 듯이 유재석의 잠재된 능력을 끌어내었다.
2020 MBC 연예대상에서 유재석이 대상을 수상하며 김태호와 유재석 콤비는 무한도전 이후 자신들의 건재함을 다시 한번 세상에 알리게 되었다. <놀면 뭐하니?>가 앞으로 무한도전처럼 장수하며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갈지 어떨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의 도전과 함께 유(YOO)니버스가 더욱 확장되는 걸 지켜보는 것은 당분간 시청자들에게 큰 행복일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 유니버스에 무한도전도 한번 들어와 주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