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입덧은 언제 끝날까요?

생명의 씨앗이 자라고 있다는 증거래요.

by 스크류바

소리 소문 없이 시작한 입덧은 점점 커져 하나의 근심 덩어리를 만들게 되었다.

특히 주변에서는 엄마가 먹지 못하면 태아가 영양 결핍이 될 거라고 자꾸 얘기했기 때문에 토할 거 같아도 꾸역꾸역 입에 음식을 넣었다.

먹긴 먹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래 봐야 하루에 한 끼를 먹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나 또한 비슷한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아가가 크지도 못하고 혹시 어디가 안 좋은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은 하늘보다 높게 높게 쌓이게 되었다.


그런 걱정과 근심이 무지막지하게 정신을 지배하다 보니 병원 갈 때마다 엄청 긴장하게 되었다.

검사를 많이 해서 아프거나 싫어하는 약을 먹는 것도 아니고 우리 아가가 뱃속에서 건강하게 잘 있는지만 확인하는 것뿐인데도 심장이 미어터질 거 같이 미친 듯이 두근거렸다.

그래도 함께 병원을 가주는 가족이 옆에 있을 때는 담담한 듯 아무렇지 않게 행동했지만 겉과 속은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듯했다.


이번에 병원을 가게 되었을 때에는 우리 아가와의 만남 예정일이 정해지는 날이라서 팔딱 뛰는 심장을 꼭 부여잡았다.

아무래도 불규칙했던 생리 때문에 아가가 언제 생겼는지 언제 나올지 정확하게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그러하듯 산모수첩을 내고 혈압과 몸무게를 쟀다.

그런데 너무 긴장한 탓인지 혈압이 150/95로 치솟았다. 간호사 선생님도 조금 쉬고 다시 보자고 하셨다.

다시 쟀는데도 147/91이 당당하게 떴다.


저 자리에만 앉으면 긴장 최고치

“산모님 혈압 원래 높으셨어요?”

“에? 아니에요. 저 원래 괜찮았는데 너무 긴장하고 있는 거 같아요.”

“아이고, 마음 편히 갖으셔도 되세요. 일단 순서가 되셨으니 들어가셔요~.”


아니나 다를까 그렇게 들어가자마자 의사 선생님께서도 나의 혈압을 보고 이렇게 높으면 안 좋다는 얘기를 늘어놓으셨다.

경과를 잘 보고 집에서 꾸준하게 혈압을 재보라는 당부를 하시고는 아가를 보러 가자고 인자한 미소를 보여주셨다.

배를 보이고 눕자 약을 찌익하고 뿌리고 초음파 기계를 댔다.

초음파 기계를 통해서 보여진 커다란 TV에서 우리 아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자, 여기 보시면 우리 아가 잘 크고 있죠? 저번 하고 다르게 아가 형태가 되고 있는 거 같죠?”

“네! 와 너무 신기해요!”

“자, 양수도 괜찮고 아가 집도 너무 괜찮고 자궁에 혹이 하나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좋아요. 크게 걱정할 건 아닙니다.

주수에 맞춰 아주 잘 크고 있네요. 오늘 예정일 정하는 날이죠? 아가 크기를 확인해보니까……. 22년 1월 5일이네요.”


손과발이 생긴 2등신 우리아가. 귀여워잉

우리 아가 생일이 정해졌다.

정확한 건 아니지만 수치상 22년 1월 5일이었다. 아가가 주수에 맞춰 잘 크고 있다는 말에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의사 선생님은 여전히 웃으며 2주 뒤에 보자고 하셨고 혹시 중간에 문제가 생기고 그러면 언제든지 병원으로 오라고 하고 나를 보내주셨다.

병원을 나서는 발걸음이 아주 가벼워서 뭐든 먹을 수 있을 거 같았고 아주 오랜만에 뜨끈하고 매콤한 해장국을 반 그릇 뚝딱했다.

오래간만에 포만감 있는 낮잠을 잤다. 아마 우리 아가도 행복했을 거 같다.


그리고 그날 천천히 알리고 싶었던 임신소식을 친구에게 알리자 호들갑을 떨며 전화를 주었다.

얘기하다가 입덧 얘기가 나왔는데 이미 출산을 하고 둘째를 품고 있던 친구는 나의 근심과 걱정을 정성스레 들어주었다.

너무 안 크면 어쩌냐, 아가가 아프면 어쩌냐는 둥 초보 예비엄마 티를 팍팍 내는 걱정이었다.

그리고 친구는 웃으며 나에게 정답을 알려주었다.


“친구야. 있잖아. 나도 처음에는 엄청 걱정을 했던 거 같아. 근데, 생각보다 우리 아가는 뱃속에서 엄청 잘 커.”

“응? 응. 오늘 병원 다녀왔는데 주수에 맞춰 잘 크고 있다던데?”

“그래. 네가 아무리 못 먹어서 기운도 없다고 해도 우리 아가는 엄마 뱃속에 착붙해서 엄마가 쌓아둔 영양소 쪽쪽 잘 빨아먹으면서 이미 크고 있다고~

네가 생각했던 것보다 우리 아가는 매우 건강하고 튼튼하니까 괜한 걱정 해서 오히려 아가 아프게 하지 말라고.”


뒤통수를 한대 팍 맞은 거 같았다.

내 근심과 걱정이 우리 아가에게 스트레스를 줘서 더 힘들게 할 거라는 생각을 왜 못했을까.

친구는 그렇게 안심을 주고 전화를 끊었다. 답을 얻은 거 같아 마음이 편안해졌다.

엄마가 되어 가는 과정에 작고 큰 고난과 역경이 계속해서 휩싸여 있을게 뻔한데 그래도 답을 들으니 조금은 성장한 듯했다.

나 자신을 엄마라고 부르는 것도 아직 쉽게 적응되고 있지 않지만 그래도 우리 아가를 지키고 싶은 마음은 날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는 거 같았다.

아주 작은 경험을 했지만 아가를 품는 과정에서, 또 출산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엄마는 점점 강해질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았다.


아가야.

엄마는 우리 아가를 열심히 지킬게.

우리 아가는 엄마한테 건강하고 튼튼하게 와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