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작년 처음 학교에 발령이 났을 때는 모든 신경을 학교에 쏟고 매진했다.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고 싶어서 밤늦게까지 수업준비와 관련 자료들을 찾는 날들이 부지기수였다. 그러나 내 욕심만큼 쫓아오지 못하는 아이들을 볼 때면 '내가 잘 못 가르치나?', '설명이 어렵나..?'등등 자책을 하기도 했다. 반대로 내가 학창 시절의 모습을 떠올려보니 충분히 이해가 되더라. 선생님은 본인 과목에만 충실하면 되지만, 학생들은 수많은 과목 중 하나였던 것이다. 그러니 나만큼 쫓아오지 못했던 거였구나. 나의 부족이 아니구나.
올해는 욕심을 많이 내려놓기로 다짐했다. 일에서도 내려놓는 연습을 의도적으로 했던 것이다. 학교의 프로세스를 1년 경험해 봤던 터라 올해는 정말 순조로웠다. 수업에 있어서도 어떻게 완급조절을 해야 할지 체득했고, 그동안 쌓인 수업 자료 덕분에 비교적 수월했다. 내년에는 수업 시수가 두배로 늘어나는 바람에 많이 바빠질 예정이지만, 그마저도 기대가 된다.
오늘부로 올 한 해의 과정이 끝나고 겨울 방학이 성큼 다가왔다. 회사 생활을 했던 당시를 떠올려보면, 이렇게 길게 쉴 수 있는 날은 꿈도 꾸지 못했다. 단, 하루 연차 내는 것도 부서의 눈치를 보고 회사의 사정에 타협하기 바빴으니 말이다. 그런 나에게 방학은 억지로라도 내가 쉴 수 있고, 나를 더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어준다. 인생의 완급조절을 위해 이번 겨울방학은 힘을 비축하고 내면을 다지는 데에 온 마음을 다해보려 한다.
유재석의 말을 빌리자면, 유재석은 목표가 없다고 한다. 다만, 하루하루 현재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뿐. 그렇다. 거창한 목표를 세우거나, 나에게 버거운 많은 목표를 세우다 보면 그 목표를 수행해내지 못했을 때의 나에 대한 실망감은 배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단, 한 달 만이라도 목표 없이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고 내 마음을 잘 들여다보며 하루하루를 보낼 계획이다. 매일마다 목표를 세우고, 장기적 목표를 세워가며 나를 옥죄어왔던 시간들 사이에서 어떤 것들을 경험할지 기대된다.
올 한 해도 고생했다. 내년에도 잘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