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괜찮아진 줄 알았다.
다 괜찮아진 줄 알았다.
상담 때도 상담 선생님께 말씀을 드렸다.
'이제 다 괜찮아진 것 같아요. 제가 온화한 사람이 된 것만 같아서 이제는 조금 살만해요.
과거의 상처들보다 현재에 집중하게 됐어요.' 그렇게 얘기했던 것 같다.
상담선생님도 나의 변화에 또다시 놀랐다. 이렇게 빠른 회복이 있는 내담자는 정말 드물다는 얘기를 또다시 했다.
그러다 보니 원래 받기로 했던 상담 총 8회기 중 중간 정도 왔을 뿐인데 이미 종결을 하는 분위기로 상담이 흘렀던 것 같다. 상담선생님도 앞으로 남은 상담과정에서는 상담내용들을 정리해 나가는 것을 시작해 보자고 했다.
다음 병원 진료 일정이 되어 정신의학과를 찾았다.
증상을 얘기하다가 전에 이 정도면 괜찮겠지 하고 넘겼던 증상들..
약을 먹으면 잠이 많이 쏟아져 하루에도 13시간~14시간씩 자는 증상, 그럼에도 하품이 쏟아질 듯이 나오는 증상, 하품을 할 때마다 숨이 차는 증상, 화장실을 자주가게 되는 증상, 약간의 두통이 있는 증상. 식욕이 줄어드는 증상.
정신과 약은 처음인지라, 원래 그런 거겠지라고 넘겼던 증상이 모두 약의 부작용임을 알게 되었다.
안전하게 가기 위해 약을 한번 바꿔보자는 의사 선생님의 권유가 있었다. 그래서 약을 바꾸고 다시 새롭게 적응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곤 일주일 정도가 흘렀던 것 같다.
큰 부작용이 나타났다. 우울과 불안 중 우울 증세가 심해진 것이다.
처음이었다. 내 입에서 '나 이제 그만 살고 싶어'라는 이야기가 나온 것은.
그동안 아무리 우울했어도 그만 살고 싶다는 얘기를 해본 적은 없었다. 나도 감당할 수 없이 파도처럼 몰려오는 이 우울감이 너무 말도 안 되게 감당하기 어려웠다.
남편 앞에서 아이처럼 소리 내어 울었다. 상담, 정신과 진료를 받으며 할 수 있는 것은 다해 본 것 같은데, 하루 만에 우울해진 나는 이제 가망이 없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말도 안 되게 내 입에서 내뱉어진 말에 듣는 남편도 많이 놀랐던 것 같다. '예쁜 두 딸들이 있는데, 살아야지.'라는 얘기를 하면서 나를 많이 달래 주었다.
너무 진정이 안 돼서 남편에게 말했다. '미안해. 그런데 나 괜찮아. 약 먹으면 괜찮아질 거야. 나 빨리 약 먹고 잘게. 내일 아침이면 다시 괜찮아질 거야' 사실 걱정하는 남편을 안심시키기 위해 한 말이었다.
그러곤 자려고 누웠을 때, 내일이 없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무서운 생각마저 들었다.
약을 먹기 이전에는 감정의 기복이 어느 정도 평범한 수위에서 왔다 갔다 했다면,
약을 먹은 이후로 감정의 기복들이 많이 줄어들었었는데,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땅끝까지 추락하는 듯한 기분에, 남편과 나 둘 다 많이 속상해하고 당황해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정말 말도 안 되는 기분이었다.
어느 정도 마음이 진정된 이후에 남편과 긴 대화 끝에, 남편이 약의 부작용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내일도 증상이 이어지면 병원을 재 방문하거나 전화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유했다.
다음날 계속되는 우울증상에 병원에 전화를 했다.
의사 선생님이 말했다. '탈억제라는 부작용인 것 같아요. 일단 00 약을 빼고 먹어보고 다음 예약일에 바로 내원해 주시는데 혹시 그전에 너무 힘들면 꼭 전화를 주세요'
다음날, 다행히 또다시 하루가 시작되었다.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예쁜 두 아이들을 못 보는 줄 알았다.
그렇지만 우울한 증상이 나아지지 않아 병원을 내원했다.
'좀 어떠셨어요?'라는 의사 선생님 질문에 눈물이 터져 나왔다.
'힘들었어요. 저는 아이가 둘이고 아직 아이들이 어린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저 정말 어떻게 해요 선생님'
우선 의사 선생님은 나의 이야기를 듣고는 이번엔 일주일치 약을 처방하며, 다시 힘내보자고 했다. 그러곤 언제나처럼 이번에도 파이팅 하자고 얘기를 해주셨다.
말도 안 되는 상황 이후, 이틀간을 펑펑 우니 아이러니하게도 조금 마음이 괜찮았다.
이후 일주일간 약도 열심히 먹고 남편의 권유로 새벽기도도 종종 나가고 운동도 시작했다.
신앙의 도움도 있었고, 약도 잘 맞았고, 운동으로 체력도 길러져서인지,
다시 잠시 이탈했던 회복의 길로 되돌아왔다.
이후에도 한번 약의 부작용인지- 아니면 나를 아프게 했던 과거의 상처였던 모진 말의 대상이 나에게 또다시 모진 말을 했던 사건이 있어서였는지 모르겠지만- 한번 잠시 회복의 길을 이탈한 경우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시 빠르게 제자리로 돌아왔다.
제자리로 돌아오고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나 강해져야겠다. 좀 더 단단해져야겠다였다. 우선 과거보다 현재에, 타인보다 나에게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 집중하자 생각했다.
다시 회복의 길로 걸어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