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UX의 이유

e-호조는 왜그럴까

by 열반기업가

벌써 공무원이 되어 온갖 잡다한 회계프로그램을 써온지 2년하고도 3개월이 되었다.


e-나라도움, 세외수입정보시스템, e-호조와 같은 지자체에서 사용하는 회계프로그램인데

그중 단연 최악의 경험을 제공하는것은 바로 e-호조이다.

물론 세가지 모두다 끔찍한 경험을 제공하곤 하지만


그중 e호조를 꼽는 이유는 사용자의 경험치를 요구한다는 점이다.

물론 모든 프로그램은 사용자의 경험치를 요구한다지만 이건 좀 다른 경험치를 요구한다.

방탈출게임에서 온갖 단서들을 조합해서 퍼즐을 풀어내야하는 그런 경험치.


익숙해지면 어디에 어떤단서가 있는지 알게되어서 금방금방 풀어버리지만 처음 마주하게되면

처음보는 단어들과 그지같은 복잡한UI에 눈앞이 캄캄해진다.


마치 다크소울이나 몬스터헌터처럼 초보자들은 첫판 보스에게 뚜드려맞다가 죽는 느낌

아 ㅋㅋㅋ 모르면 죽어야지 ㅋㅋ


악명높은 e호조 화면

이 복잡한화면을 보면 한숨이 푹푹나온다.

물론 여기에 나와있는 모든걸 알아야하는게 아니기에 너도 나도 그냥 몇가지 기능에 익숙해져서 군말없이 일하고 있다.


물론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름의 규칙이 있고 분류가 있어서 무조건 나쁜 UI라고 할순없지만...

여전히 유저가 강해져야 사용할수있는 UX는 바꿔야한다는 의견에는 변함이 없다.


물론 국가예산을 사용하는데 카카오페이마냥 간단히 처리할수는 없겠지만 추후에 조금이나마 개선되어

공무원들의 적극행정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지금보다는 나아졌으면 좋겠다.



e호조의 UX가 나쁜 이유를 몇가지 추려보았는데

그중 UI 디자인의 미적요소, 형태적요소를 배제한 채 선정해봤다.

디자인까지 얘기하자면 대체 어디서부터 말해야할지 모르겠어서...


1. 너무 많은 기능

e호조 지출관리탭 안에있는 메뉴들

우선 회계절차와 계약절차 자체가 복잡하다보니 그 모든 기능을 담아내려고 한듯 보인다.

예를들어 지출품의를 하기위한 메뉴를 보면

지출품의결재요청 > 지출품의결재목록 > 지출품의승인내역등록 > 지출품의목록 > 지출품의등록

나름의 순서를 가지고 메뉴를 배치해둔건 괜찮은듯 보인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지출품의라는 하나의 목적에 의해 만들어진 메뉴들인데 지출품의라는 하나의 목적과 관련없는 메뉴가 무려

18개중 13개.

아주 관계가 없는건 아니지만 지출집행현황을 파악하는데 지출품의메뉴를 열어야하는상황.

이런 상황들이 유저의 경험치로 프로그램을 다뤄야하는 이유가 되곤한다.


조금더 직관적인 분류가 되어있었다면 어떨까 하고 생각한다.



2. 일의 순서를 알수없는 UI

무슨 기준으로 배치된건지 잘 모르겠다

1번에서도 언급을 했지만 나름의 일의 순서를 가지고 UI를 구성하는것은 매우 중요하다.


어포던스디자인을 활용해 은유적인 표현을 사용해 부드럽게 다음단계로 유저를 유도한다면 가장 이상적인 UX를 구성할수 있다. 물론 직접적으로 순서를 제공해주는것도 괜찮다.


하지만 e호조에서는 순서와 상관없이 냅다 꽂아버린 메뉴들이 많아보이는건 내가 저 회계과목에 대해 잘 몰라서일수도있고,

만든사람이 잘못된것인지 몰랐던것일수도 있다.





3. 없어도 되는 버튼들

이호조4.JPG 같은모양의 버튼이 굉장히 많다

기능을 만들어 놨는데 버튼이 왜 없어도 되냐 물으실수 있겠지만 위 화면에 나오는 버튼중 업무상 반드시 눌러야하는 버튼을 노란색으로 표시했다.

이 외에 버튼 중 크게보기, 대량계좌검증, 부가세, e세출바로가기, 임시저장 등은 사용빈도가 낮은것에 비해 반드시 눌러야하는 버튼과 같은 레벨로 디자인되어있어 유저입장에서는 부담을 느낄수 있다.

표시된 버튼을 누르지않으면 밑에 창이 활성화되지않는다.

그리고 위 화면에서 추가 버튼을 누르게되면 새로운 창이 뜨는데 여기서 새로운 거래처 계좌번호를 입력하기 위해서는 표시된 추가버튼을 눌러야지만 아래의 거래처 창이 활성화 된다.


처음 사용할때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서 어떻게 계좌번호를 입력해야할지 몰랐었던 기억이난다.


심지어 추가 버튼을 눌러 나오게된 우측의 화면은 거래처 저장페이지다. 자주 사용되는 계좌를 저장하는 페이지인데 한번만 사용하는 계좌는 어떻게 추가해야하냐고 묻는다면


이전화면의 주황색 + 버튼을 눌러야만 한다. 그에대한 설명은 어디에서도 찾을수없고 그냥 사용자가 이스터에그를 찾는것마냥 알아서 눌러보며 익혀야한다는것.

심지어 몇몇 버튼은 잘못누르면 그대로 제출되거나 해서 수정하려면 회계과에 반려를 당한 후에서야 수정이 가능하다.

버튼간의 중요도, 특히 제출, 등록과 같이 이후 단계로 넘어가는 버튼에 대한 중요도는 표시해주는것이 좋다.


4. 모호하고 어려운 용어

공무원으로 처음 들어와서 가장 어려웠던것 중 하나가 바로 행정용어들이었다.

e호조가 어렵고 짜증나는 이유중 하나로 이 어려운 용어들의 총집합체인 것을 꼽겠다.


무슨뜻인지 몰라서 짜증나는게 아니다.

어려운 단어와 어려운단어가 합쳐져서 쓸데없이 시너지를 내고있어서이다.


좌측화면은 e호조중 극히 일부를 캡쳐한 화면이다.


예산+편성+사업이관

예산을편성해서 어떤 사업에 이관하는걸까?

아니면 예산을 편성한 사업을 어딘가로 이관시키는걸까?





모호한 용어를 사용하는경우도 마찬가지다.

성질별세출요구총괄을 보면 어떤 성질을 기준으로 세출요구를 총괄하겠다는건지 모르겠다.


위와 같은 경우엔 용어를 바꾸기는 어려우니 합쳐진 용어를 다시 분리시키는것이 좋다.

성질별세출요구총괄 메뉴로 들어가 이 기능을 사용하고싶다면 세출요구총괄로 먼저 들어간 후

성질별, 조건별, 기능별 세출요구총괄을 선택할 수 있게끔 한다면 훨씬 간결하고 이해하기도 쉬울것이다.


물론 가장 좋은것은 직관적으로 어떤 메뉴인지 파악할수 있는 단어를 사용하는것이 좋다.



5. 중구난방 메뉴

무슨 기준으로 구분된건지 잘 모르겠다.

대메뉴의 기준이 모호하고 중간단계의 메뉴들이 상위 탭과 상관없는 경우가 종종 발견되곤한다.


이런 경우엔 그냥 원하는 메뉴를 메뉴찾기 창을 통해 검색해서 찾지않는이상 정말정말 찾기 힘들다.

심지어 용어가 모호한경우엔 뭐라고 검색해야할지로 모를때가 있는데 사용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답답함을 느끼게된다.







대메뉴 > 중간메뉴 > 원하는 메뉴의 상하관계가 명확해야하지만 위의 복잡한 용어들과 좌측 화면의 중구난방 메뉴가 콜라보를 해버리면 굉장히 골치가 아프다.



6. 복잡한 절차


절차에 관련된 사항은 사실 e호조의 문제가 아니라 복잡한 행정절차와 관련이 깊지만..

이를 e호조에서는 모든 절차에 대한 메뉴를 만들어 제공해주는것으로 대답했다.

이호조8.JPG 모든 절차에대한 메뉴를 제공해주는 친절한 이호조씨

계약관련 대메뉴에서는 심사, 입찰, 검수, 대금지급, 하자 등등 순서가 명확해서인지 메뉴만 봐도 일의 순서가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있어서 꽤나 괜찮은 메뉴 구성이지만

사업하나하나 저 모든 프로세스를 다 거쳐야하는거라면 절차에 대한 메뉴를 구성할게 아니라

사업당 위 절차에 대한 프로세스를 탭으로 구성해 한페이지에 제공해주는것이 업무에대한 프로세스를 훨씬 명확하고 쉽게 보여줄 수 있을것이다.

이호조9.JPG 신청서 제출에 대한 프로세스를 탭으로 정리한 e나라도움

위 사진은 e나라도움의 사업변경신청서 제출을 위한 화면이다.

e나라도움도 물론 중구난방인 메뉴들과 사용하기 어려운 UX를 제공하곤 하지만 비교적 합리적인 메뉴구성을 보여준다.


위처럼 한 페이지에 절차에 대한 구성을 해준다면 복잡한 절차에의한 메뉴지옥에서 사용자를 구원할수있다.




평소 e호조의 그지같은 UX/UI 대해 항상 불평을 늘어놓았지만 이렇게 정리하고보니 UX/UI에 대한 오답노트의 역할을 톡톡히..해낸거같아서 오히려 고맙게 생각이 되기도(?) 한다.


e호조의 불합리성에 대한 논문을 쓴다면 아주 잘 쓸수있을거같긴한데 아무튼 좋은 UI와 UX에 대해 대답하라고 하면 아직 버벅거리겠지만 e호조를 통해 나쁜 UX와 UI에 대해 좀더 뚜렷이 정리한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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