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이 마음을 살린다

소소한 독후감입니다

by 열반기업가

행복한 공간을 위한 심리학 이라는 서브타이틀이 눈을 사로잡는다. 이책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나 디자인적 이론에 빗대어 공간을 설명하거나 디자인 방법론에 대해 말하고 있지 않다.

아쉬운점이 있다면 바로 표지가 아닐까 싶다. 행복한 공간을 위한 책, 포근해 보이는 소파에 앉아있는 남자, 마치 우리집을 행복한 공간으로 만들어주는 DIY 인테리어 디자인 책처럼 보이는 디자인이 예전 ‘판의미로’ 영화 포스터 같다고나 할까. 환상적인 동화이야기가 펼쳐질줄 알았지만 내용은 어른을 위한 판타지영화였던 그 영화처럼 누군가는 우리집에 필요한 DIY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려고 이 책을 샀던이도 분명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실수로 이 책을 구매하는 ‘행운’을 가진 사람은 공간이 만들어주는 치유와 평온함을 이해하는데 독특한 가이드북 역할을 했으리라.



책의 내용은 공간에대한 내용이 아니었다. 공간이 주는 행복과 평온에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공간은 삶의 모든 것에 관여하고있다는 사실을 또한번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때문에 이해하기 힘든점도 조금은 있다. 삶속에서 늘 마주하는 것이 공간이지만 책을 읽는 내가 상상하는 행복과 평온의 공간, 햇빛이 적당량 들어오는 건강한 스페이스, 청각적인 안정감을 주는 장소 등 힐링스페이스를 상상하게끔 만드는 책이지만 과연 내 상상이 필자가 말하는 공간에 부합하는지 약간의 의문점은 있다.


설거지를 하면서도 거실의 가족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아일랜드 키친에서 더 큰 만족감을 느낀다는 보고가 있다고 한다. 부엌과 거실에서 애착형성 호르몬인 오기토신의 분비가 늘어난다는 얘기다. 서재가 넓어야 행복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침실이 넓어야 만족스런 사람이 있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것은 뇌가 많은양의 모르핀을 투여해주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라는 문구가 있다.

상상력을 자극당하며 책을 읽다보니 일상에서의 스트레스 때문에 몸에 마약으로 분류되는 중추신경계 직접작용의 아편계 진통 의약품를 놔 주는 상상을 했다.

조금 부질없는 생각이라는 성찰을 하고 집안을 둘러보니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것으로 고통에서 해방당하는 기분을 느끼기엔 서울은 너무 회색빛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문든 내가 사는공간과 내가 겪는 공간은 책에서 말하는 공간과는 거리가 있다는걸 체감하게된다.


스트레스는 생각보다 우리의 건강에 치명적이다. 책을읽는 동안에도 스트레스에 대한 내용이 많이 나오는데 스트레스가 불안증세로 나타나게되고 이러한 불안증세가 불면증으로 이어지며 불면증으로 인한 다양하고 치명적인 건강이상증세를 겪어본적이 있기에 그 위험성을 공감하며 책을 읽어나갔다.

무엇보다도 아픈사람에게는 차분하고 편안한 환경이 필요하다. 우리를 둘러싼 공간들은 그런 일을 할 수 있고, 해야한다 라는 구절또한 와닿았다.

공간으로 인해 내가 받았던 스트레스와 그로인한 불안증세, 불면증 등을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었거나, 악화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공간으로 감정을 조정한다는 것이 섬뜩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이는 뒤집어 생각하면 사람들을 기분좋게 만들고, 걷게 만들고, 남들과 어울리게 만드는 도시를 설계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 원칙을 테마파크나 쇼핑몰만이 아니라 도시에도 적용할 수 있다면, 오늘날의 도시가 정신건강과 신체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다.



병실 창밖 자연풍경의 치유효과는 1984년 환경심리학자인 로저 울리히 박사가 과학적으로 증명해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바 있다. 창밖에 자연풍경이 보이는 병실의 환자들이 다른 병실의 환자들보다 일찍 치유돼 퇴원했다는 것이다. 이런 연구 결과는 병원의 건축계획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 건축가의 직관이나 사회적 통념이 아닌 과학적 근거로서 말이다.

“병실 창으로 자연풍경이 내다보일 때 환자들은 더 빨리 회복된다”고 한다. 이 얘기는 누구나 쉽게 수긍할 만한 이야기 같지만 오늘날 보편적인 병실 환경을 떠올려보면 우리 현실은 그 이야기와는 꽤 멀게 느껴진다.

병원의 최우선의 가치는 보다 많은 환자의 수용을 바탕으로 한 치료이기 때문인것같다.


역사적으로 병원의 공간구조는 새로운 치료법이 고안되고 과학적 가설이 증명될 때마다 의료기술의 발달에 긴밀하게 대응하며 진화해왔다. 그 결과 현대의 병원 공간은 각종 최첨단 기구로 가득 차고 세분화된 처치실과 병실이 미로처럼 복잡하게 연결됐다.


치유에 대한 적절한 비유를 든 구절또한 있다. ‘치유는 마치 아래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가려는 것과 같다. 같은자리를 유지하려면 계속해서 한걸음씩 올라가야 한다. 건강이 바로 그 자리이고, 치유는 그 자리에 머물기위해 끊임없이 계속해야하는 행진이다.’

그러기위해선 그 에스컬레이터의 배경이 치유를 도울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건강을 향한 행진이 조금이라도 수월하지 않을까?


이 책은 치유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공간과 연결해보는 의미 있는 시도이다. 저자의 통찰력 있는 화법은 건강과 행복에 대한 본질적인 의미를 관통하며, 건축 그리고 공간을 다루는 새로운 태도와 가치를 일깨워준다. 독자는 건축학·뇌과학·생물학·심리학·의학·종교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범위를 넘나들며 뇌와 마음과 공간의 연결선을 그리게 된다. 또한 현재 부상하고 있는 새로운 분야의 생동감 넘치는 고민의 공감대를 찾을 수 있다


 국내에서도 2010년에 신경건축학연구회가 발족해 활동하고 있다. 뇌과학·심리학·인지과학·인간공학·건축학 분야의 젊은 연구자들과 건축가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관심사를 공유하고 함께 풀 수 있는 연구 문제를 활발하게 모색 중이다. 행복에 대한 과학적 근거만으로 행복한 공간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스트레스만큼 건강에 위협적인 것이 고립이라고 한다. 끊임없이 지적 호기심을 갈망하고 더 많은 사람들의 행복을 목표로 하는 건축가와 과학자의 협업이 풍부하게 이뤄지는 곳,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세상이 흥미로우며 살아볼 만한 곳이라고 느끼게 되는 곳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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