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학원을 다니는 고등학교 생활은 힘들 것이라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행복했다.
나이가 들어서 행복했었다..라고 느낀 걸 수도 있지만 당시의 나도 미술학원을 굉장히 좋아했고 그 4시간가량의 넓은 종이에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너무도 좋았다. 가끔 마음대로 안 되는 내 손이 너무너무 미울 때도 있었지만..
학교에서 열심히 농구하면서 놀고 미술학원에서 좋아하는 그림 열심히 그리고, 남들은 감옥 같다던 고등학교가 나에게는 농구하러 가는 농구장이었고 친구들을 볼 수 있는 만남의 장 정도로 생각을 했으니, 지금 돌이켜보니 공부는 죽어라 안 했었던 것 같다.
농구하면서 놀고, 미술학원에서 열심히 그림 그리고, 학원 끝나고 당구장에 가서 학원 선생님들이랑 당구를 치다 보니 어느새 고등학교 3학년 수능을 앞두고 있었다. 이때 미술학원들은 성적을 올려야 한다며 한 달가량 수능 준비를 하라고 학원에 나오지 말라고 한다. 이때쯤 되니 나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독서실을 끊어 열심히 문제집을 풀었었다. 수능은 생각보다 떨리지도 않았고, 쉽지도 않았지만 그냥 조금 못 친 모의고사 정도로 성적이 나왔었다. 물론 내 행복 회로가 돌리고 있던 성적과는 1등급씩 떨어졌지만 예상을 크게 벗어나는 수치는 아니었다. 애초에 기대를 별로 안 했어서 대미지도 크게 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상남자 정시 파이터인 나는 3달간 지옥의 입시미술판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수능이 끝난 이후의 입시미술학원은 꽤나 살벌했다. 선생님들의 고성이 난무하고, 그 고성 뒤에는 매타작 소리가 꼭 이어졌다. 물론 그 학원에서 가장 많이 맞은 몇 사람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나였다.
입시미술학원에서는 각 학원의 스타일이 있는데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성격 때문인지 우리미술학원의 스타일을 따르기 않았기 때문에 아주 많이 혼났었다.
주조색은 무조건 원색으로, 보조색은 유사색으로, 광원은 보색으로.
난 이 법칙이 굉장히 싫었다. 그림은 이렇게 그려서는 안 된다라고 속으로 소리쳤지만 어쩌겠는가
그래야 대학을 합격한다고 하는데..
법칙에 따르기 싫은 손과 합격하려면 배운대로 해야한다는 머리가 시험장에서도 열심히 싸웠기 때문일까,
대학입시는 처참히 실패했다. 다시 입시미술을 하는것보다 편입을 목표로 대학을 진학하여
지금까지 오게되었는데 그리 후회스럽지도, 아쉽지도 않다.
재수를 해서 1년 더 그 틀에 나를 가두지 않았던게 더 좋았을거라 생각하기에 오히려 좋아! 라는 생각이 들 뿐
지금도 수많은 미대입시생들이 그저 입시를 위한 그림을 그리고 있겠지만
그들이 모두 입시미술만을 위한 그림기계가 되지않았으면 하고,
지금의 힘든 시간들이 나중에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것을 그려나갈수있는 힘을 기르는것을 알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