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고 익히는 것의 기쁨
공자는 첫 번째 구절에서 “배우고, 또 때에 맞추어 그 배운 것을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문장은 논어의 첫 문장으로, 공자의 삶과 철학을 상징하는 중요한 시작이죠. 그런데 이 말의 깊이는 단순히 ‘기쁘다’는 표현 그 이상입니다. 사실 이 ‘앎의 기쁨’을 느끼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요? 그리고 공자의 이 지혜가 우리 삶 속에서 어떻게 울려 퍼질 수 있을까요?
논어의 제1장, '학이편(學而篇)'은 첫 문장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悅乎)”로 시작합니다.
‘학이편’이라는 이름은 바로 이 첫 문장의 '학이'에서 따온 것입니다. 공자는 여기서 배운 것을 그때그때 익히고, 그 기쁨을 즐기라고 강조합니다. 배움이 단순히 지식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서 때에 맞춰 실천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마치 그때그때 새로이 솟아나는 기쁨과 같은 것이죠.
공자는 '기쁨'과 '즐거움'을 구분해 이야기합니다. 悅(기쁨)은 우리가 배움에서 오는 내면의 만족을 뜻한다면, 樂(즐거움)은 친구와 나누는 사귐의 기쁨입니다. 혼자서 느끼는 기쁨과, 함께 나누는 즐거움 사이의 차이죠. 공자는 우리에게 삶의 두 가지 기쁨을 권장합니다. 배우는 기쁨과 그 배운 것을 나누는 즐거움. 이때 '붕(朋)'이라는 표현도 주목할 만합니다. 붕은 같은 스승 밑에서 배운 학당의 벗을 의미하며, 학문적인 연대감을 상징하죠.
마지막 구절에서 공자는 진정한 군자의 모습에 대해 언급합니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 해도, 그 때문에 얼굴을 붉히지 않는다면, 그 또한 군자가 아닌가?” 공자는 자신의 내면을 지켜가면서도 외부의 평가에 초연할 것을 권장합니다. 이는 그가 한때 천하를 주유하며 자신의 사상과 철학을 인정받지 못했던 경험에서 비롯된 자기 성찰일 수도 있습니다.
이 구절은 진정한 성숙이란 외부의 인정이나 평가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공자의 깨달음을 담고 있습니다. 한때 주목받지 못하더라도, 스스로의 길을 가고 내면의 성찰을 잃지 않는다면 그 또한 군자의 길이라는 것. 자칫 일상에서 스스로를 잃고, 남의 평가에 흔들리기 쉬운 우리에게 이 구절은 깊은 울림을 줍니다.
공자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어쩌면 ‘배움이 그 자체로 기쁨이 될 수 있는가?’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모두 일상에서 배우고, 또한 누군가와의 인연 속에서 그 배움을 나누는 과정 속에 있습니다. 논어의 첫 구절이 말하는 그 배움과 실천의 기쁨, 그것이야말로 삶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진정한 기쁨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