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계좌엔 돈보다 시간이 들어 있다.

3%의 수익과 3%의 손실이 주는 것

by 이쁜이 아빠

내 계좌를 보면, 사람들은 묻는다.
“얼마 넣었어요?”
“요즘 수익은 어때요?”

나는 웃으며 이렇게 말한다.
“내 계좌엔 돈보다 시간이 들어 있어요.”

매수 버튼을 누르기 전,
나는 뉴스를 훑고, 시황을 정리한다.
체결강도, 거래대금, 장 시작 전 공시까지.

그 모든 준비는 단 몇 초의 진입을 위해 존재한다.
그 짧은 순간을 위해,
나는 몇 시간을 쓰고, 몇 년의 감을 보태며,
수없이 반복한 손절의 기억을 꺼낸다.

이 계좌에는 단순한 수익률만 들어 있지 않다.
퇴직 이후 2년 동안의 아침과 점심,
며칠간의 설렘과 수많은 실망,
그리고 다시 해보겠다는 다짐들이 들어 있다.

내 계좌엔 내 하루가 있고,
내 계좌엔 내 계절이 있다.

누군가는 계좌를 ‘잔고’로만 본다.
나는 ‘시간의 총합’으로 본다.

3%의 수익은,
어젯밤 복기했던 전략이 맞아떨어졌다는 증거이고,
3%의 손실은,
내 감정이 시장보다 앞섰다는 경고다.

그것을 알아채는 데는,
수익보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

가끔은 좌절도 있다.
매매일지에 빈칸만 남는 날,
주문 버튼을 수십 번 눌렀지만 모두 취소한 날.

그런 날조차,
결국 ‘기록’이라는 시간으로 내 계좌에 쌓인다.

그게 쌓여서,
나는 조금 더 느긋해지고,
조금 더 조심스러워지고,
조금 더 ‘시장에 살아 있는 사람’이 되어간다.

내 계좌엔 돈이 아니라,
‘살아온 날들’이 들어 있다.

단순히 수익을 쫓는 게 아니다.
시간을 견디고, 감정을 조율하며,
내일의 기회를 기다리는 공간이다.

누군가는 수익률로 나를 평가하겠지만,
나는 안다.
이 계좌엔 내가 살아낸 시간이 담겨 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기록하고, 복기하고, 웃으며 ‘출근’한다.
나의 두 번째 직장으로.

퇴직 후, 매일 아침
주식시장과 감정 사이에서 자신을 조율하는 중.

“계좌는 잔고가 아니라, 기록의 총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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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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