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쓰고 싶어 끄적이는 마음

평온한 가을 어느 목요일 저녁에

by 틈새의 땅

자전거를 탔다. 트레일 숲 속은 어느새 울긋불긋 단풍이 제법 많이 들었다. 길 위엔 일찍 떨어진 낙엽이 수북이 쌓였고 나무에서는 후두득-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낙엽 속을 달리는 다람쥐들도 귀엽고 황금색으로 물들어가는 강아지풀도 나름 운치가 있다. 시인처럼 풍부한 감성을 지녔다면 이런 자연의 모습을 아름다운 시적 언어로 포착할 수 있겠지만 그럴만한 감성도 언어감각도 부족한 게 조금 아쉽기도 했다. 그래도 이 순간을 조금이나마 기억할 수 있는 제일 쉬운 방법. 전화기를 꺼내 중간중간 사진을 찍었다. 매년 거의 같은 장소 비슷한 모습이지만 자연의 변화는 매번 새로운 감동을 준다.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우아하고 아름다워 그 모습에 취해 특별히 몸이 아프거나 날씨가 나쁘지 않는 한 일이 끝나면 꼭 달리기를 하거나 자전거를 탄다. 내 마음도 변덕스런 날씨처럼 바람도 불고 비가 내릴 때도 있는데 그렇게 마음이 흔들리는 날도 자연과 함께 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고요하고 평온한 마음으로 되돌아온다. 요즘은 개인적인 것보다는 한국도 그렇고 미국도 그렇고 전 세계가 정치 경제적 극단으로 치닫는 것 같아 세상이 폭삭 망할까 봐 가끔씩 불안할 때도 있다. 그런 날은 특별히 더 자연을 찾는다. 자연 속에 침잠하다 보면 당장 망할 것 같은 시끄런 인간 세상도 결국 우주의 순리대로 자체적인 정화과정을 거쳐 어떤 식으로든 평형을 이루게 될 거라는 믿음이 굳어지기 때문이다.


오늘도 그렇게 숲 속 나무와 풀과 찌르르-거리는 가을 귀뚜라미에게 에너지를 충전받고 집으로 왔는데 왠지 모르게 여운이 남아 무언가를 끄적이고 싶다. 그런데 몇 주째 진도가 나가지 않는 나 홀로 독자인 SF소설도 그렇고 속을 뒤집는 사람들 아니 솔직히 직장상사나 동료에게 신경질 나서 징징거릴 만한 ㅋㅋ... 속상한 사건도 없다 보니 일기장에도 쓸게 없다. 그래서 브런치에 들어와 사람들 사는 이야기를 듣다가 아니 읽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에 꽤 진심이다. 그래서 나는 왜 무엇을 쓰려는지 생각해 봤다. 게임을 좋아해서인지 시작은 게임 스토리 텔링 쓰기에서 시작했다. 부족할지라도 직접 소설을 써서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게임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그래서 나름 언리얼(Epic의 게임엔진을 기반으로 한 3D&게임제작 툴)로 뭔가 뚝딱거려 만드는 것도 꽤 좋아하는데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브런치에도 내가 만든 비주얼 스토리 애니메이션을 올리고 싶다. 그렇게 시작해 글쓰기를 하다 보니 글이라는 게 참 매력이 있다.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내가 나로 우뚝 설 수 있게 만드는 어떤 마법 같은 힘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먹고사는 것도 먹고사는 거지만 내 돈을 들여서라도 SF소설집이나 게임시나리오 스토리텔링 하나 출판하고 싶다는 바램이 생겼다. 이 세상을 왔다간 기념 정도?. 어쨌거나 잘 쓰지는 못하지만 쓴다는 행위를 통해 크고 작은 삶의 애환들에 대한 감정의 매듭을 하나씩 풀다 보니 조금은 고집스레 갇혀있었던 나만의 성안에서 걸어 나올 수 있었다. 내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니 나와 이어진 삶의 인연들에게 좀 더 너그럽고 친절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쓴다는 행위자체가 게임만큼이나 좋다. 2025년 10월 어느 목요일 글을 쓴다는 게 내게 어떤 의미인지 이렇게 한번 정리해 봤다. 이젠 망해버려 들어오는 사람 거의 없지만 그래도 오늘은 오랜만에 영원한 내 사랑 데스티니(Bungie의 액션 MMO, Space battle shooting game)나 한판 뛰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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