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찬, 골드베르그 변주곡

Aria with 30 Variations

by 하늘아래

임윤찬, 골드베르그 변주곡

Aria with 30 Variations "Goldberg Variations" BWV988

글렌굴드의 전설적인 녹음


《골드베르그변주곡》은 오늘 같이 흐린 날씨에 듣기 참 좋습니다. 글렌굴드가 녹음한 전설적인 1981년 연주앨범으로 오늘 아침 한 시간 정도 딴 일하면서 들었는데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완벽한 스튜디오 녹음의 진수는 들을수록 감탄스럽습니다. 글렌굴드가 잠들어 있는 캐나다 토론토 그의 묘비에는 《골드베르그변주곡》 첫 번째 변주의 세 마디가 새겨져 있습니다. 너무나 이 곡을 좋아했던 거장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음반을 들어보면 음표 사이의 침묵에 채워져 있는 그의 손짓과 몸짓, 웅얼거리는 소리를 느낄 수 있습니다.


캐나다 토론토 글렌굴드의 비문. 골드베르그 변주곡의 첫 번째 변주 세 마디가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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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찬의 골드베르그변주곡


45년이 지난 2026년 2월 6일,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골드베르그변주곡 앨범이 레이블 데카에서 출시될 예정입니다. LP판도 함께 발매했네요. 2025년 4월 25일, 뉴욕 카네기 홀에서 열린 임윤찬의 공연 실황을 담은 앨범입니다. 임윤찬은 8살 때 글렌굴드의 연주로 이 곡을 처음 접하고 곡의 섬세함과 아름다움에 놀랐다고 합니다. 임윤찬은 2022년,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 우승 후 여러 인터뷰에서 독주회에서 꼭 골드베르그변주곡을 연주하고 싶다고 말했었죠. 이번 앨범은 그의 오랜 꿈이 이뤄낸 결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임윤찬은 늘 자신의 연주에 독창적인 해석을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 작품을 '음악으로 쓴 한 인간의 인생여정에 빗대었어요. 첫 번째 아리아가 탄생이라면, 서른 개의 변주곡은 굴곡있는 인생을, 마지막 아리아는 죽음을 마주하는 이야기라는 것이지요. 임윤찬은 무척 겸손하고 섬세합니다. 대가의 숨결 위에 자신만의 개성을 어떻게 얹어 곡을 표현했을지 궁금합니다.


https://youtu.be/seYfmj3L2EA?si=5c2JO8Fw3uC74vAt



바흐도 아마 3이라는 삼위일체의 숫자, 예수 생애 30년을 생각하며 이 곡을 작곡했는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보면 25번 변주곡부터는 마치 예수의 예루살렘 입성을, 26번 변주곡부터 29번 변주곡까지는 수난과 부활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으며 마지막 곡은 구원의 완성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임윤찬이 위그모어홀 연주나 국내 투어연주에서 변주곡 뒷부분을 의도적으로 매우 강렬하고 드라마틱하게 연주하는 이유도 아마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또한 연주할 때마다 다르게 연주할 수 있는 여지가 많습니다. 그의 스승인 피아니스트 손민수의 절제하고 차분하고 경건한 연주와는 매우 대조적인 해석입니다. 임윤찬의 이런 호기어린 해석이 참 좋습니다. 바로크 음악이 임윤찬을 만나면 훨씬 낭만적으로 변합니다. 곡의 해석이 낭만적이란 말입니다. 바흐의 음악에 슈만이 들어가고 쇼팽이 들어갑니다. 골드베르그변주곡이 수면음악이 아니라 긴장감있게 설레게 다가오는 이유입니다. 데카 앨범은 손실없는 음향으로 유명합니다. 임윤찬의 경쾌한 건반터치-특히나 바흐의 16분음표, 32분음표 트릴-나 페달음은 물론 거친 숨결까지 잡아냈는지 궁금합니다. 어쩌면 바로크의 닫혀있는 다성음악이 임윤찬의 해석으로 더욱 확장된 다양한 색채를 내는 것 같습니다.


임윤찬 2025년 4월 25일 카네기홀 실황앨범. 2026. 02. 06 발매


골드베르그변주곡에 대하여


사실 바흐의 《골드베르그변주곡 》은 작곡된 지 3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술적 완성도와 감정적 깊이로 인해 피아니스트들에게 넘어야 할 산으로 꼽힙니다. 누구나 쉽게 연주할 수 있는 곡이 아닙니다. 바흐는 이 곡을 주제 아리아―30개의 변주―주제 아리아라는 3개의 틀로 구성했어요. 수미쌍관법, ‘이제는 돌아와 이제는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뭐 이런 분위기입니다. 32개의 변주곡 전체는 16번 변주곡을 중심으로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뉘고 30개의 변주들은 3개의 곡이 한 쌍이 되어 10개가 배열되어 있어요. 3의 배수를 이루는 변주들(3, 6, 9 등등)은 카논(Canone) 형식입니다. 전문가들이 말하길 이 카논은 변주곡이 진행될수록 음정이 1도씩 증가해 27번 변주에 이르면 9도까지 증가한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쿼드리베트’(quodlibet)’ 즉 ‘자유롭게’라고 지시되어 있는 30번 변주에 이르면 당시 유행했던 선율을 예외적으로 가미해 재미있게 하나의 작품을 마무리했어요. 바흐가 “요건 몰랐지?”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곡의 원제목은 《2단 하프시코드를 위한 아리아와 여러 가지 변주곡》입니다. 임윤찬의 연주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하프시코드 연주도 정감이 갑니다. 피에르 앙타이(Pierre Hantai)라고 이 분 하프시코드 연주의 장인이라고 할 수 있는 분인데 유튜브를 보니 무려 20년 전, 로마의 빌라메디치(Villa Medici)에 있는 2단 하프시코드로 《골드베르그변주곡》를 연주한 영상이 있네요. 링크영상에 들어가 보시면 좋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9NYqiKm3g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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