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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스카 Dec 22. 2018

진심

파랗게 멍든 시간들.26

진심은 어떻게 형언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아마 나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마음이기 때문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어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것이 있고 그걸 볼 수 있다는 건 기쁜 일이다. 무대나 스크린에서만이 아니라 삶의 곳곳에서, 발걸음 닿는 모든 곳에서 그런 것들을 볼 수 있다. 언어가 통제된 상태에서 보여줄 수 없는 감정을 보여 줘야 한다는 건 분위기에서, 손짓과 표정에서, 내 몸이 향하고 있는 신체적 언어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아마 그게 진심이고,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의 본질적인 것이 아닐까 느낀다.

가끔 끼를 부린다는 말을 듣곤한다. 그닥 잘생기지도, 매력있는 상도 아닌 내가 끼를 부린다면 그게 무슨 말일까 싶은데 아마 친근한 상대에게 하는 작은 터치나, 표정 혹은 어투가 그런게 아닐까 하면서 고민한다. 정말 속을 터놓고 얘기하는 사이가 아니라면 나의 이런 모습을 잘 모르기 때문에 보통 친구들을 대할때 최대한 말을 많이 안하려고 하고, 들어주는 입장을 고수한다. 그럼에도 알게모르게 튀어나오는 나의 비언어적 행동들이 오해를 불러일으켜서 요즘은 차라리 과하게 액션을 취하곤 한다. 그래도 슬금슬금 나오는건 어쩔 수 없고. 그런데 이 행동들이 당신이 친근하다는 나의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니까. 이게 나의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의 본질인 것 같다.

때로는 감정이 우선이어서 그런 행동을 하는지, 그런 행동을 했기에 감정이 잡히는건지 감이 잡히지 않을 때도 있다. 4년 전 그날 그 친구도 울었고 나도 울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머리와 마음의 처리 속도가 다를 수도 있다는걸 깨달았던 날이기도 하다. 내 머리로는 정리가 되었다 치지만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보내는게 싫었던 그 밤. 군대라는 한정적인 곳에서 떠나버린다면 더욱 상처 받을것 같다는 이기심은 놓아준다는 합리화로 머리를 지배했었고, 여전히 향하고 있는 마음은 그저 그 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사무치게 그리워 했지. 여하튼, 이런 상황들은 눈으로 당기세요를 보면서도 손으로 문을 밀었을 때 답답함으로 나를 찾아오게 되었고, 토로하기 무섭게 더 단단하게 변했다. 투명한 줄 알았던 관계 사이엔 꽤 견고한 벽이 있었다는 걸, 그러니까 투명한 벽도 벽이라는걸 실감해버렸다.

감정에 워낙 솔직하다 못해 감정을 숨기는걸 하지 못하는 ‘나’다보니, 놀랄만치 감정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 나는 차라리 숨기지 못할바에야 과하게 나타내 아닌척 해버리니까. 이것 또한 시간이 지나고 한두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배울 수 있었던 것이다. 상대방의 눈 속에서 저마다의 감정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과 신체적 언어는 어느정도 숨길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그러다 보니 나는 얼룩진 마음을 애써 닫은 것 같은 눈동자를 가진 사람들을 눈여겨 보게 된다. 내가 바라보는 눈 속이 그들과 닮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알 수 없는 속을 우물대며 살펴 보려 할 수록 나를 투영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러다 뭔가 다르다고 느낄 때, 그때가 진심이라고 생각이 된다. 살짝 새어나온 진심. 그들에게 보여지는 내가 아닌, 진짜 그들의 마음.

결론적으로 나의 진심은 전달되지 못한 순간 혼자만의 감정, 언어, 온도가 되버린다. 그것들로부터 남은 것들 역시 전부 나만의 몫이다. 이렇게 숨기지 못하고 과소비 되는 감정들 마저도 혼자 앓고 견뎌야 한다는 게 새삼 서러워지는 밤들을 보냈다. 처음부터 남겨질 것들을 알았다면 나는 감정을 숨기는 법을 알았을까. 그럼에도 지금의 내가 후회 하나 없는 것은 내 진심하나만큼은 절실히 표현하고자 노력했고, 난 그들에게 충실했다. 이를 후회 한다는 것은 내 지난 시간을 부정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내가 언어로 뱉어 냈든, 몸에서 새어 나왔든 거짓으로 누군가를 대한 적은 없다는 것. 이것 하나 만큼은 자부 할 수 있다. 전하지 못한 진심은 나의 몫으로써 다른 누군가에게 전달하면 되겠지. 이렇게 서러움이 점점 거두워져 가는 시간들을 보낸다. 단단해지려면 멀었다. 해가 끝나간다. 곧 다가올 새해에는 더욱 단단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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