쏜애플의 서울을 듣고
그런 날이 있다.
감정이 한없이 내려앉는 날이 있다.
해가 떠도 깜깜한 날이 있다.
혼자 있는 시간이 편하지만,
혼자 있는 것이 싫어지는 날이 있다.
너무나 익숙한 '인생은 원래 혼자야'라는 말이 머리에 맴도는 날이 있다.
그렇게 자위를 해도 전혀 풀리지 않는 날이 있다.
수없이 연쇄작용을 일으키는 감정들을 연료로 삼아 앞으로 나아가고 싶지만 어디로도 가지 못한다. 답답해서, 무엇하나 움직이지 않는 나를 억지로 이끌어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한다.
지금 나가면 괜찮을까. 의구심 한가득 안고 책 한 권 가방에 쑤셔 넣는다. 읽을지 안 읽을지는 모르지만 일단 챙기고 본다.
하늘은 아직은 밝다. 이미 한걸음 떼는 내 다리가 묵직해 집에 돌아갈까, 생각이 잠깐 들지만 왠지 집에 다시 들어가기는 싫다. 들어가면 다시 움직이지 않을 거니까.
의구심은 사라졌지만 왜일까 찝찝하다. 어딜 가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집 밖으로 나갈 때는 항상 목적지가 있었다. 지금은? 하다못해 집 앞 편의점이라도 가야 하는데 가서 내 잔돈을 소비할 이유가 없다. 그동안은 잘 몰랐지만 나에겐 항상 목적지가 있었던 것이다.
어딜 가야 할까. 난 지도에 없는 곳으로 가려고 집을 나선 것이다. 그건 생각보다 위험한 일인가. 집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집은 싫다. 자칫 잘못하면 제자리걸음의 함정에 빠진다. 나는 움직이지만 움직이지 않는다. 어느 누구도 움직이지 않는 사람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다.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뿐인 존재는 사람이 아닌 정물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런 곳 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사는 도시는 그런 곳 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사는 서울은 그런 곳 인지도 모른다.
움직이지 않으면 찾아주지 않는 곳.
그렇다고 누구 탓을 할 것인가 내가 발을 떼지 못한 것을.
그러니 우리는 조심해야 한다. 목적지 없이 집에서 나온 날이면.
지도에 없는 곳으로 가려고 집을 나선 날이면.
(쏜애플의 서울을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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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만 먹으면
새까맣게 칠한 밤을 넘어서
너를 만날 수 있는
세계란 걸 알고 있지만
그게 참 어려워
수 없이 나를 스쳐 간
어떤 이에게도 먼저
손을 뻗어 준 적이 없네
우리는 결국 한 번도
서로 체온을 나누며
인사를 한 적이 없었네
우린 함께 울지 못하고
서로 미워하는 법만 배우다
아무 데도 가지 못 한 채로
이 도시에 갇혀버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