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살, 결혼을 하고 준비되지 않은 나를 마주하기
나의 스물여덟은
모든 것이 버겁게 느껴지던 시절이었다.
그때 남편은
결혼하자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네가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게 해주고 싶어.
이제는 내가 그렇게 해줄게.”
그 한마디에
나는 마음이 놓였던 것 같다.
지금의 무거움을
잠시 내려놓아도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어쩌면
나는 결혼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의 따스함이 너무도 좋아
나도 안전한 공간으로 가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내가 감당하던 버거움을
조금만이라도 내려놓을 수 있는 자리
그런 곳을 바랐던 것 같다.
도망가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대부분 그렇듯,
엄마 곁에 있을 때는
그 자리가 얼마나 좋은지 잘 모른다.
나 또한 그랬다.
결혼하기 전이 왜 좋은지,
아이를 낳기 전이 왜 소중한지
그때는 알지 못 했다.
그때의 나는
좋은 사람을 만났다는 이유만으로
지금과는 다른 삶을 기대했다.
사랑받는 아내,
사랑받는 며느리,
순종적인 엄마를 보며 자란 나는
그런 역할을
자연스럽게 나의 미래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렇게 결혼을 했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내게 가장 우선이었던 것은
신혼집도, 예물도, 신혼여행도 아니었다.
아빠의 병원 근처 살던 월세방에서
엄마가 부담이 되지 않게 전세방 마련하기,
아빠의 병으로 남은 병원비와 빚 갚기
결혼을 하더라도
나는 먼저
엄마의 짐을 덜어주고 싶었다.
그 모든 것을 정리하고 나니
손에 남은 돈은
삼천만 원이 채 되지 않았다.
월급이 백오십만 원 남짓이던 나는
교통비와 밥값을 빼면
한 달에 십만 원도 쓰지 않던 사람이었다.
그런 나에게
삼천만원은 꽤 큰돈이었다.
나는 그렇게
가장 먼저 어른이 되어야 했고,
그의 아내가 되었고,
곧 엄마가 되었다.
그 순서가
조금은 빨랐다는 것을
그땐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