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도 하기 전 나는 부모가 되었다.

덜컥 아이가 생겼다.

by 서봄


허니문 베이비,

30대도 채 되지 않은 부부

결혼하면서 데이트도 더 많이 하고

재미있는 신혼을 꿈꿨다.

결혼하고 난 후 가족 계획은 커녕

남편과의 함께 사는 것도 적응할 시간도 없이

덜컥 아이가 생겼다.


누군가는 말했다.

“이 좋은 시절에 뭐가 급하다고 벌써 아이를 가져?”

또 어떤 사람은

“일찍 낳는 게 훨씬 좋다”고도 했다.

하지만 기뻐할 겨를도 없이

입덧이 시작되었다.


엄마는 늘 입덧이 심했다고 했다.

딸은 엄마를 닮는다는데,

나는 왜 입덧을 할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까.


나는 누구보다 자신 있던 게 하나 있었는데,

그게 태교였다.

손으로 뭔가 만드는 걸 좋아했던 나는

태교만큼은 잘 해낼 거라 믿었다.

그런데 참 오만했다.

쉽게 생각한 것들은 하나같이 쉽지 않았다.


앉아만 있어도 속이 울렁거렸고

뭔가를 만드는 건 커녕

하루 종일 TV만 켜놓은 채

울렁이는 속을 붙잡고

남편 퇴근만 기다렸다.

전통매듭을 가르치던 내가,

우아하게 손으로 만들며

책을 읽어주는 엄마를 꿈꾸던 내가

정작 서 있기도 힘든 사람이 되었다.


입덧은 7~8개월까지 심했고

9~10개월에는 속이 쓰려

음식을 계속 먹을 수 밖에 없던 먹덧이 찾아왔다.

어서 낳기만을 바랐다.

아이를 낳고 나면

다 나아질 줄 알았다.

하지만 출산으로 몸에 무리가 와

아이가 돌이 될 무렵까지 몇 차례 수술을 받아야 했다.

그 시기 나는

몸도 마음도, 무너지는 시기를 지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