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는 아이들의 기록
아이들이 학원 문을 열고 들어올 때
나는 늘 비슷한 마음이 된다.
오늘은 또
어떤 얼굴로 들어올까?
어떤 이야기를 안고 왔을까?
어떤 날은
헐레벌떡 뛰어들어오며
급식 이야기부터 시작해
같은 반 친구 이야기,
시험 성적이야기,
선생님께 칭찬받은 이야기까지
하고 싶은 말을 한꺼번에 쏟아낸다.
어떤 날은
"선생님, 이거 제가 생각해냈어요."하며
눈을 반짝이며 말을 걸어오고,
전에 내가 말해주었던 책을
학교에서 빌려왔다며
쫑알쫑알 신나게 이야기하기도 한다.
가끔은 아무 말 없이
연필만 꼭 쥔 채
조용히 자리에 앉는 아이도 있다.
그 모든 순간이
나에게는 다 소중하다.
흔히 이런 말이 있다.
고통 없이 피는 꽃은 없다고
아이의 성장도 그렇다
보이지 않는 시간을 지나오며 천천히 자라난다.
비바람을 맞고 나서야 꽃이 피듯,
아이들도 인내와 기다림 속에서
자기만의 꽃을 피운다.
그래서 나는
어떤 고통을 겪느냐보다
내 제자들이
어떤 꽃을 피워낼 아이인지를
지켜보고 기다린다.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마음,
희망을 잃지 않는 용기,
하루하루를 소중히 살아가는 태도를 지닌
어른으로 자라나길 바란다.
우리는
국어와 수학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아이들이 평생 가져갈
좋은 습관과 태도를 함께 키우고 싶다.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른다며
주변에서 잔소리를 들을지라도,
나는 우리 아이들이
자신만의 보석을 깨울 수 있는
아이로 자라나기를 믿는다.
그리고 그 믿음 위에서
아이들은 반드시
자기만의 꽃을 피울 것이다.
아이들의 성장은
눈에 띄게,
한번에 오지 않는다.
어제와 똑같아 보이는 오늘,
몇 주를 돌아도
제자리처럼 느껴지는 시간들.
하지만 그 안에서
아이들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문제를 끝까지 읽는 시간이 늘고,
설명을 들을 때
고개를 끄덕이는 횟수가 늘고,
말로만 맴돌던 생각이
어느 날 입으로 정리되어 나오고,
또 어느 날
글 한 줄로 나타난다.
우리는 그 작은 변화를 기록한다.
처음으로 문제를 끝까지 풀어낸 날,
틀렸지만 실망하지 않고
다시 풀어보며 설명하려 했던 순간,
며칠을 괴로워하다
"아, 알겠어요"하며
환하게 웃던 표정,
식만 쓰던 아이가
문제를 요약하고
자기 풀이를 적어 내려가던 때.
책을 싫어한다던 아이가
스스로 책을 고르고
끝까지 읽어낸 날,
단어만 적겠다던 아이가
한 장을 가득 채우고
보충 종이를 달라던 순간,
잘 쓰게 된 뒤에도
도입을 한참 고민하며
"다른 표현을 쓰고 싶어요."라고 말하던 아이,
넘지 못하던 레벨을 통과하며
어려워진 책에도 즐겁게 읽어내는 모습까지
이런 순간들이
진짜 아이들의 성장이라고
나는 믿는다.
아이는
결과로만 자라지 않는다.
100점이 아이를 자라게 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해냈다."는 경험이
아이를 자라게 한다.
틀려도 다시 해보고
모르겠어도 포기하지 않고
자기 생각을 꺼내보는 용기.
그 과정을 지나온 아이는
점수보다 먼저
자기 자신을 믿게 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말한다.
아이에게
그리고 마음속으로
.
.
.
.
.
넌 나의 기쁨이야.
.
.
.
.
.
잘 해서도 아니고,
빠르기 때문도 아니며,
남들보다 앞서서도 아니다.
자기 속도로
자기 길을
묵묵히 가고 있기 때문에.
이 글은
잘하는 아이들의 기록이 아니다.
성장하고 있는 아이들의 기록이다.
그리고 나는
그 곁에서
아이의 성장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기쁘다.
오늘도
그 기쁨을 안고
아이들 곁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