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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Anne Jul 27. 2024

노란 수선화


어느 2월,


마트에서 노란 수선화 한 묶음을 사 왔습니다.

다른 꽃들처럼 세워져 있지 않고, 나란히 뉘어져 있습니다. 두 개의 고무줄로 아래와 위를 묶어놓고, 수선화임을 알리는 작은 태그하나가 전부입니다. 예전에 한 번은 프리지어 줄 알고 잘못 산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수선화는 프리지어의 향기를 지니고 있지는 습니다.


에게 봄은 언제나 분홍색이었는데, 느덧 이국의  봄에  익숙해졌나 봅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슬며시 다가와 있는, 네덜란드에서 온 수선화 한 묶음을 집어 들며 봄을 느낍니다. 짙은 노란색의 부화관 옆으로 진달래꽃처럼 엷은, 노란빛의 꽃잎이 5, 6개 피어 있습니다. 집으로 갖고 와,  고무줄을 풀고  포장지를 잠시 갖다 대보다, 결국 하얀 리본으로 새로 묶어 놓습니다.






골짜기와 산 위에 높이 떠도는
 구름처럼 외로이 헤매다니다
 나는 문득 떼 지어 활짝 펴있는
 황금빛 수선화를 보았느니

(중략)

나는 그저 바라보고 또 바라볼 뿐
내가 정말 얻은 것은 알지 못했다.

 '수선화, 윌리엄 워즈워스'



바람 빠진 내게 잠시 왔던 수선화는, 봄으로 잔뜩 부풀려 놓았습니다. 집들이하는 친구는 받아 들고 어떤 마음이 들지는 모르겠습니다.


어릴 때, 절 예뻐해 주셨 할아버지 선생님이 해님을 노란색으로 그려가자, 친구들처럼 빨간색으로 고치라고 슬쩍 말해준 적이 있었습니다. 

오랜만의 햇살에 봄기운을 느끼며, '그래, 나는 원래 분홍을 만드는 빨강보다는 노랑을 더욱 따뜻하게 느꼈는 지도 몰라'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우연히 발견한 한 그루의 분홍꽃나무를 빨강머리 앤처럼 끝없이 이어진 꽃길이라고 상상해 본 적이 많았습니다.

오늘, 수선화를 바라보고 또 바라보다, 비로소 나에게 노란 봄이 왔다는 걸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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