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ne Anne Jul 10. 2020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초대받지 못한 사람은 마녀로 변한다.


- 공주의 탄생을 축하하는 잔치에 요정들은 초대를 받았지만, 초대받지 못한 한 명의 마녀가 있었다. 그러자 그 마녀는 저주를 내린다. "공주는 물레에 찔려죽을 거라고" -

우리 아들이 현지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거의 일 년이 되어가던 6월, 방과 후 미술수업을 마치고 우리 아들과 한 친구만 빼고 나머지 아이들이 생일인 친구의 집으로 우르르 함께 이동했다.
아들은 눈물이 글썽글썽했고, 나도 서운한 표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 후, 그 친구 엄마를 마주칠 때면 어색했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그 엄마도 왠지 내 눈치를 보는 듯했다.

그때 생각했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나오는 마녀는 진짜 마녀가 아니었다고.
초대받지 못한 마음에 화가 요정이 나쁜 마법을 부린 거라고.

그 후, 나는 아들의 생일파티를 올해까지 3년 연속으로  했다.


 학교에서 남자애들은 두루두루  같이 놀지만 개중에는 친하지 않은 남자 친구도 있었다.
현지 애들은 친한 여자아이들도 초대했고, 친하지 않은 남자아이들은 초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아들을 설득했다. 모든 남자 친구들을 초대해야 한다고.

다행히도 매번 생일 파티는 성공적이었다.
아이들은 재밌게 놀았고, 부모들이 픽업을 오면 더 놀고 싶어 했다.

첫 해에는 정성 들여 준비한  한국음식들을 아이들은 구경만 했다. 5시간 넘게 아이들은 과자를 집어먹고 과일주스만 들이켰다.
그리고 뒤늦게 사온  맥도널드 햄버거를 허겁지겁 먹었다.

두 번째 해부터는  아이들이 김밥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린이 샴페인을 10명이서 7병을 마시고 갔다.
이제 우리 반 아이들은 대부분 김밥을 안다.  여름 방학 전 담임 선생님의 부탁으로 교실에서 직접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김밥을 만들어 보았다.
크리스마스 바자회에서도 김밥을 팔았다.
나의 외국어 과외선생님 아이디어 김밥을 한 줄씩이 아닌 한 개씩 팔았다. 하나당 10센트, 거의 130원씩.
만들어 간 수량이 많지도 않았지만, 우리 반 친구들과 엄마들이 다 사 먹어줬다. 나의 손이 금손인데 너무 싸고 맛있다면서.

그리고 세 번째 해에는 김밥이 모자랐다.

가끔 나에게 문자가 온다. 자기 아들이 김밥이 먹고 싶다고 해서 해 줬다고. 사진도 같이 보내주는데 제법 잘 만들었다.
이제 아이들은 체코, 슬로바키아 콜라, 코라(Kofola)어른처럼 마고 갔다.

나는 매번 모든 남자아이들에게 초대 편지를 보냈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고맙게도 와 주었다. 그리고 중간에 전학 온 두 명의 전학생들도 당연히 함께 초대했다.
그리고 나는 만족했다. 내가 처음에 느낀 소외감을 아무에게도 주지 않았다고.

하지만, 나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우리 아파트에 아들과 친한 한국 친구가 있었다. 아이들끼리 와도 된다 한 것을 내가 굳이 중간에서 안 왔으면 좋겠다고 말을 한 것이다.

나중에 따로 만나 놀아도 된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곳의 학교는 1학년부터 9학년 때까지, 같은  친구들이 계속 올라간다. 그래서 더더욱 잘 지내는 것이 중요하다.

전학 온 남자애들 2명과는 아직 친하지 않았고, 그 친구는 우리 아들반 친구들을 아무도 몰랐다. 호스트로서 모든 아이들을 챙겨야 할 아들이 아무래도 한국 친구를 더 많이 챙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런데 그 사건은 나와 그 아이 엄마와의 관계가 틀어지는 시발점이 되었다.

판단을 잘 못한 나의 잘못인지, 아니면 다른 학교 친구들과의 생일파티에  자기 아들의 초대받지 못함을 이해해주지 못한 그 엄마의 잘못인지.

명확하지가 않다.

하지만, 그건 분명하다.

나는 편치 않았고, 그 엄마는 감정이 상해버렸다. 아들의 상심에 그 엄마도 아마 예전의 나처럼 서운했을 것이다.


그때 내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 우리는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까?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때 틀어질 관계였다면 그 이후에 또 다른 사건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의 인연은 거기까지였다. 우정도 사랑처럼 때가 다하면 헤어지게 된다.

하지만 좋은 인연으로 끝맺었어야  하는데, 나쁜 결을 맺게 돼 마음이 쓰인다.
부디, 흐르는 세월 속에 서운했던 마음을 흘러 보내 주기를 바래본다. 그리고 못 헤아린 나를 용서해 주기를 바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