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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Anne Jul 17. 2022

숲 속 생일파티


아이 친구가 생일 파티를 했다.

근처 숲 공원에서다.


입구에는 놀이터가 있고, 여러 갈래의 숲길을 따라가면 각기 다른 동네로 이끌어 준다. 군데군데 나무 테이블이 있고, 바로 옆에는 불을 지필 수 있게 돌을 쌓아놓았다. 친구 엄마는 커다란 이케아 가방 두 개에다 플라스틱 접시와 컵, 직접 만든 케이크, 당근, 오이, 과자, 음료수 등을 수북이 넣어서 집에서부터 걸어왔다. 참 튼튼한 사람이다.

딸아이를 바래다주고 바로 자리를 뜨려고 했으나, 그 엄마는 내가 있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주저앉았다. 하지만, 사실 나는 이 엄마를 좋아하고, 그녀의 자연스럽고도 자유로운 스타일을 좋아한다.


오전에 비가 온 뒤라, 나무가 젖어있었다. 좀 더 숲 안쪽으로 들어가 안 젖은 나무들을 들고 나왔다.  6월 초순이지만 비가 온 뒤라, 불이 있으면 따뜻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시지를 구워 먹어야 한다. 빨리 불을 지펴야 한다. 그 엄마가 가져온 도끼로 나무들을 찍는다. 굵기가 아주 굵지 않아도 생나무라 힘이 든다. 대충 찍다가 안 되면 긴 채로 앞에서부터 불을 태우며 조금씩 당겨주면 된다. 몇 줌의 잔가지들을 소중하게 다루자 불길은 금방 일어났다. 중간 가지들로 불길이 옮겨 붙자 아이들은 나무 꼬챙이를 찾는다. 탄탄하고 긴 나무 막대기 끝을 뾰족하게 칼로 다듬어 소시지를 굽는다. 그리고 그 나무 꼬챙이를 옆의 나무에 세워놓으면 다른 누군가가 와서 다시, 잘 사용할 수 있다. 아이들이 소시지를 꽂아서는 불 옆으로 쪼르르 앉았다.



체격이 좋은 아이 하나가 꼬챙이를 못 찾았다. 소시지를 포기하지 않은 아이와 나무를 더 구해야 하는 내가 숲으로 들어갔다. 그 아이가 이끄는 대로 가다 보니 깊숙이 가게 되었다. 끈적이는 진흙길은 좁았고 나뭇가지들은 눈앞에서 훼방을 놓았다. 결국 돌아 돌아 내가 아는 화덕이 있는 곳으로 데려갔다. 그곳에는 내가 보고 싶었던 풍경이 있었다. 끝없이 넘실대는 바람 부는 들판이다. 바다를 본 것처럼 가슴이 훤히 뚫린다. 작년에는 옥수수밭이었는데, 올해는 밀을 심어놓았다.

나무 꼬챙이를 구하고, 나는 비에 덜 젖은  나뭇가지를 구해 질질 끌고 왔다. 숲 속에는  장작들을 쌓아놓은 걸 볼 수 있다. 누구든 와서 불을 지피고, 소시지를 구워 먹을 수 있다. 비만 오지 않았다면 그걸 사용했을 거다.

다람쥐가 쌩, 지나갔다. 아이가 "우리가 다람쥐를 봤다"라는 말을 이곳 말로 알려줬다. 어리지만 발음도 정확하고, 틀린 부분을 야무지게도 지적해줬다. 딸아이는 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마스크를 썼다. 약 2년여 동안,  마스크를 벗고 이렇게 가까이에서 동양인 아줌마를 바라볼 기회가 없었던 아이는 순수하면서도 호기심 있게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마침내 "예쁘다"라는 말을 나에게 해 주었다. 아이와 친구가 된 느낌이다.



공원, 숲, 불, 아이들, 그리고 자연에서의 자연스러움 등이 묻어나 밤 9시가 되어도 희뿌연, 하지(夏至) 전의 밤이 아쉬웠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와 샤워하던 나는 소리를 막 질러대고 말았다. 팔 안쪽에 커다란 틱 벌레가 머리를 박고 있었다. 오랜 세월 말로만 듣던 틱 벌레를 내 눈앞에서 처음 봤다. 뭔가 검은 게 있어서 떼어내려고 했으나, 꿈쩍도 하지 않아 내 눈을 끔뻑하게 했다. 머리를 박고 다리가 여러 개인 틱 벌레는 내 눈앞에 있으나 어찌할 수가 없었다. 전혀 간지럽지도 않았다. 응급실로 급히 갔다. 의사는 소독하고, 솜에다 뭔가를 짜서 동글동글 돌리더니 머리까지 빼낸다. 뭐냐고 했더니, 물비누라고 한다. 그리고는 괜찮다고 한다. 살인진드기는 아니었나 보다.


등에 틱 벌레를 물린 한 친구는 그 사실을 모른 채로 며칠을 함께했다고 한다. 그 이후로 무척이나 유난을 떤다. 숲에 갈 때면 양말 속에 바지를, 바지 속에 티셔츠를 넣어 입고, 긴소매에 모자를 꼭 썼다. 특히 검은 머릿속은 찾기가 정말 힘들다. 속으로 왜 저렇게까지 하나 했는데, 인제야 이해가 간다.


그날 아이 친구 몸에는 8마리의 틱 벌레가 있었다고 한다. 오늘은 자연이 좋아, 자연 속에 너무 깊이 파 묻혔나 보다. 이제는 지만, 조심조심 즐기면 될까, 한다.




* 참고로 틱 벌레 예방주사가 있다.

약 6개월에서 1년 반 동안  3차까지 주사를 맞으면 되고,  매 3~ 5년마다 추가 접종이 있다.

며칠에 거쳐 머리를 박고, 피를 빨면서 천천히 몸속으로 이동한다. 반드시 머리까지 빼줘야 한다.

약국에는 틱 벌레를 제거하는 전용 핀셋 및 약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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