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의 한 민속마을에 갔습니다. 크리스마스 이후로 최대의 명절인 부활절 기간에 사람들은 고향으로 되돌아옵니다. 갈 곳이 없는 우리는 여행을 합니다. 10시간이 넘는 거리를 달려가기도했습니다. 열정과 체력이 예전만 같지 못한 우리는, 올해는 집 근처를 배회합니다.
얼어있던 태양이 제 모습을 보이고, 달이 가득 차오릅니다. 춘분 후, 첫 보름달이 뜨고 일요일이 오면 부활절(09.04.2023)입니다. 그래서 매해 날짜가 달라집니다. 종교와 자연과 사람이 모두 어우러집니다. 서머타임은 다시 시작되고, 없던 바람이 마구 불어댑니다. 그리고 드디어 남들이 다 가졌던 봄이 내게 오려나, 하고 기다립니다.
제가 사는 곳은 Good Friday, Easter Sunday 그리고 Easter Monday, 3일 동안 마트문을 닫았습니다. 하지만, 이곳에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 핸드폰을 들이밀기가 좀 그렇습니다. 왜 여기 사람들은 사진을 잘 찍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뻔뻔하기가, 용감하기가 아니면 글로써 모든 걸 표현해 내기가 모두 어렵습니다. 물건을 사면서, 때로는 몰래, 몇몇은 물어보고, 결국 몇 장을 찍었습니다.
아이들은 나무매듭이 맞부딪혀 소리가 나는, 장난감 같은 악기를 여기저기서 돌려댑니다. 어른들은 주로 버드나무 채찍을 들고 다닙니다.
부활절은 종교적인 의미도 있지만, 다시 온 봄날을 축하하고, 농경사회에서 한 해의 농사를 시작하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특히나, 달걀은 출생과 다산, 수확을 상징합니다. 성대한 목요일에는 녹색음식(시금치, 케일, 쐐기풀 등)을 먹고, 성 금요일에는 해가 뜨기 전에 개울가에서 목욕을 했습니다. 하얀 토요일에는 겨우내 묵은 청소를 하고, 달걀을 장식합니다. 그리고 버드나무로 채찍이나 바구니를 짭니다. Easter Monday에는 남자가 여자에게 물을 끼얹거나, 버드나무 채찍으로 때리는 풍습이 있습니다. 여자는 그 답례로 달걀이나 케이크 등을 선물했다 합니다. 이러한 풍습들은 건강과 풍요로움, 아름다움과 젊음 등을 축원했습니다. 농사가 시작되는 중요한 시기에 미리 액땜하는 행위였습니다.
여러 상점들이 있지만, 역시나 먹는 가게가 제일 호황입니다. 푸르갈(Frgál)이라는 음식은 양귀비 씨, 생치즈, 과일잼 등을 이용해서 만드는 전통파이입니다. 축제나 결혼, 명절 같은 날에 먹습니다. 마치 우리네떡과 같습니다. 언젠가 남편이 체코의 한 골프대회에서 상품으로 받아온 적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파니, 다시 사 먹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먹다가 맙니다.
한동안 부활절 상품들로 떠들썩하던 마트는 이제는 모종과 묘목, 흙포대 등을 팔고, 발코니나 정원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상품( 야외테이블, 의자, 아이들 야외 그네, 미끄럼틀, 트램펄린 등)과 바비큐 용품들을 팔고 있습니다.
이제는 정말로 봄이 오겠지요? 맨날 봄타령만 하는 거 같아조금 머쓱해도, 봄은 선물이니까요. 거의 6개월이나 되는 흐릿한 겨울을 견뎌낸 우리에게 그리고 자연에, 오래되어 시시해진 겨울은 잠시 내버려 두고, 새 봄이라는 계절을 선물 받고 싶습니다. 이제야 개나리가 활짝 폈습니다.조금씩 소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