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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버른 스쿨링 Week7 오늘은 내가 제니

by 수연 Mar 27. 2025

돈베일 프라이머리 스쿨에서는 제2외국어로 중국어(Mandarin)를 배우는데, 그 수업을 담당하는 분이 한국인(미스터 고) 선생님이다. 이분은 과거 "중국이 뜰 것"이라는 예측 하여, 대만으로 유학까지 간 국제시장 시대의 개척자셨다. 몇십 년을 해외에서 생활하며 이제는 유튜브까지 진출하신 진정한 글로벌 인재다.


그런 그분이 다문화의 날(multicultural day)을 맞아 한국 음식을 선생님들께 대접하고 싶다며 스쿨링 팀에게 도움을 요청하셨다.



선생님 30명을 위해 점심 메뉴를 만들 것!


고 선생님께서 모든 재료를 준비해 오셨다. 심지어 쿠쿠 밥솥까지! 한인마트에서 직접 공수한 소불고기 8kg, 10인분의 밥, 비비고 만두, 그리고 서울김치, 단무지까지. 이 정도면 거의 출장 뷔페 수준이다.


자, 이제 8kg의 불고기를 구워볼까?

브런치 글 이미지 1

먼저 양파와 파를 썰어 불고기 양념을 더했다. 단짠단짠의 조합은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맛! 우리 한국인이야 국물이 자글자글한 불고기를 먹지만, 호주인은 바싹 익힌 고기를 선호하여 국물은 버리고 최대한 불맛 입힌 고기를 구웠다.


그래서 BBQ 그릴을 꺼내 들었다. 학교 밖에서 불맛을 입히며 굽기 시작하니 온 학교에 불고기 냄새가 퍼졌다.


그때, 여자아이 셋이 킁킁거리며 다가와 한 마디.

"이게 무슨 냄새예요? 조금만 먹어봐도 돼요?"

한 꼬집씩 맛보더니 감탄사를 내뱉고 떠났다.



드디어 배식 시작.


베지테리언 선생님들께는 군만두와 단무지, 김치를, 나머지 선생님들께는 불고기와 김치를 나눠 드렸다.


호주는 점심을 가볍게 해결하는 문화라, 보통 사과 두 쪽이나 샌드위치로 때운다고 한다. 그래서 이른바 빅 디너(Big Dinner)를 든든하게 먹는데... 그래서 다들 살이 쪘나....?


그런데 사과 두 쪽으로 점심을 해결하는 사람들이 불고기를 두 번씩 리필해 간다.


K-열풍 덕분인지 김치도 인기 폭발! 더 이상 김치는 낯선 음식이 아니라는 걸 실감했다. 선생님들은 입을 모아 "너무 맛있다!"라며 극찬했다.


만약 누군가 내게 "멜버른에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이 언제냐"라고 묻는다면, 바로 오늘이라고 답할 것이다. 한국 음식을 맛있게 먹으며 기뻐하는 선생님들을 보니, 우리나라의 문화가 인정받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오늘, 나는 돈베일 프라이머리 스쿨의 ‘제니’이자 ‘스트레이보이’였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이렇게 정성 들여서 하는 사람 없어요. 이렇게 하면 1년 내내 우리 아이들한테 정말 잘해줘요!"


사실, 선생님들이 맛있게 드신 것도 좋았지만, 진짜 속마음은 따로 있었다.


우리 아이를, 그리고 앞으로 올 스쿨링 학생들을 잘 봐주시길 바라는 마음.


하루 종일 서 있어서 허리는 뻐근했지만, 오늘만큼은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간 것보다 더 뿌듯한 하루였다.


사실 아직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가보지 않았지만, 가보고 Best of Best를 꼽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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