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하나 안 신었다고, 온몸의 기온이 이렇게나 떨어진다. 알 필요가 있을까 했던 것들을 조금씩 살아가면서 알게 된다.
얼마 전 다친 발가락이 아직 아물지를 못했다. 그래서 아직 붕대를 두르기 때문에 양말을 신고 운동화를 신지는 못하는데 체감온도가 훨씬 떨어진 기분이 든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고작 일주일 전에 다친 발가락도 아물지를 않아서 12월이 다 돼 가는데 쪼리를 신고 다니고 있는데 두 달을 넘게 항상 붙어 다니고 사라진 누군가가 없어서 헛헛함을 느끼는 건 어쩌면 당연한 걸 지도 모른다.
펜션청소가 손에 익어서 점점 빨리 끝난다. 작업실에 가서 작업을 할 수도 있지만 요 며칠은 그냥 하고 싶은걸 더 하게 두기로 했다.
생각해 보면 지난여름 이후 협재에 온 적이 없는 거 같아서 기름값 걱정은 뒤로 미루고 협재 바다에 왔다. 종일 흐려서 몇 번을 울었던 어제와는 다르게 오늘은 좀 더 상쾌한 기분이다. 날씨도 그걸 말해주는 듯 협재바다의 장점을 정말 잘 보여주는 하늘을 하고 있었다. 이쁘면 이쁜 걸 봐야지, 보고 싶으면 봐야지. 그러려고 제주에 온 거니까. 이쁜 색을 하고 있는 하늘과 바다를 두고 계속 써 내려가는 걸 할 수는 없어서 잠깐 꺼야겠다.
한쪽 발가락에 붕대를 하고 있지만 물속을 구경하고 싶어서 물 가까이에도 갔다가 물고기도 보고, 해변에 앉아서 천천히 색들도 관찰하고, 사진을 찍는 여행객 들도 보고, 나에게 한껏 밝게 다가온 산책하는 강아지와도 잠깐의 교감을 하니 양말을 신지 못한쪽의 발가락에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제 어딘가에 들어가라는 온도의 신호였다.
제주에 아는 지인 중에 그래도 나의 취향을 고려해서 카페를 추천해 줄 거 같은 S에게 근처 카페를 추천받았다. 진짜 무너질 것만 같은 기분이 괜찮아졌다. 시간이 지나서일수도 있겠지만 청소를 하면서 한 동생과의 두 시간 동안의 통화가, 그려놓은 것 같이 맑은 날씨가, 마음에 드는 구절이 나오는 (나를 위로해 주는) 노래가 어쩌면 조금 직관적이고 이상적으로 나의 상황을 바라보는 내 자체가 조금씩 나를 적응하게 만든 걸 지도 모른다.
추천받은 카페는 S의 예상에 딱 맞게 내 마음에 들었다. 해가 잘 들었고 좋아하는 메뉴가 있었고 가구의 색도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선곡이 좋았다. 평소 같았으면 드립커피 한잔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을 텐데 괜찮아지고 있는 나를 응원하며 케이크도 같이 주문했다.
헛헛함은 내가 모르는 새에 나의 틈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나의 기분을 어두운 파란빛으로 만들지만 나는 조금씩 밝은 색의 파란빛을 찾고 있는 것만 같다. 아니 그랬으면 좋겠다.
‘나는 내가 물 같아서 묻으면 털어내고 금세 마르고 흔적도 남지 않는 사람이면 좋겠다. 흘러가는 사람이면 좋겠어.’
라는 최진영작가의 말이 마음속에 와서 닿았다.
2025 11 28 1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