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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바타비아

June,2018

by 느림주의자

걷다 보니 끝나가는 길을 보곤 앞에 길이 더 놓여있길 바라본다. 더 이상 돌아갈 길이 없기에,


네덜란드의 식민지를 받아왔던 인도네시아의 수도의 원래 이름은 ‘바타비아’. 동남아시아에서 제일 큰 대도시이지만 지대가 낮은 탓에 우기가 될 때면 도시가 물바다가 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자카르타를 여행할 때 볼만한 것이 있을까 동남아시아에서 제일 큰 대도시라고 불리우는 그곳에 뭐가 있을까 들 뜬마음으로 자카르타에 대해 검색을 했다. 하지만 내 눈에 띄는 곳은 별로 없었고 도무지 방문할만한 곳이 없었다. 도시 전체가 빌딩 투성이에 쇼핑몰 투성이라 더 그랬을지 모르겠다;

한국에 보낼 편지를 몇 자 적고 하려던 수영을 하지 못했다. 불을 켜달라고 말할까 고민을 하다가 한밤의 시원한 수영을 내일로 미뤄버렸다. 피를 찾는 모기는 내 살에 뿌려진 기피제를 느끼곤 나를 피해 날아놓았다. 왠지 모르게 통쾌했다. 끝없이 덥던 보골의 오전과 다르게 자카르타의 오후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집 앞 이슬람 사원에서 기도문을 외는 소리가 들려온다. 바람과 함께 불어오는 향초 향도 그리 나쁘지 않다. 금식이 풀린 그들은 오늘 저녁 얼마나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까,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이어폰을 끼고 걷다 그 틈으로 들리는 귀뚜라미 소리가 듣기 좋아 노래를 꺼본다. 늦은 밤은 아닌데 빌리지 안에 나 말곤 아무도 없다는 듯 너무나 고요하다. 이유모를 눈물을 흘리곤 이 시간이 너무 좋아 벌써 네 바퀴를 돌았는데 걷다 보니 끝나가는 길을 보곤 앞에 길이 더 놓여있길 바라본다. 내일 아침엔 러닝을 뛰고 수영을 해야지. 스피커로 노래를 크게 틀어두고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우리는 얼마나 많은 색을 칠할 수 있을까. 분홍빛 하늘처럼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지금 내 마음이 어떤 색을 하고 있을까 궁금할 때면 오늘의 색을 떠올려야지. 그렇게 내 마음을 더 빛내며 살아야지.

오늘 밤, 내 마음속의 모든 마음들을 내 일기장 속의 모든 말들을 꺼내놓고만 싶다. 그 마음들을 전할 수 있을까
020618 pm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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