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2017
전철이 너무 타고 싶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습관처럼 전철역을 지나쳤다. 도톤보리를 조금 벗어나니 조용한 골목길에 마주했다. 연휴 기간 때문인지 무지막지하게 들이닥친 사람들 때문인지 시끌벅적한 그곳을 지나서인지 항상 북적북적했던 이곳에서 처음 느끼는 고요함이었다. 하늘은 어두웠지만 달이 밝았고, 빛나는 네온사인이 가득한 그곳에 어둠은 없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무슨 자신감인지 지도도 보지 않고 숙소를 향해 뚜벅뚜벅 걸었다.
조금은 울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돈이 부족해 저녁을 먹지 못하는 나 자신이 조금은 초라했다. 항상 괜찮다고 생각해왔는데, 나는 미식 여행을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왔는데, 아마 누군가 옆에 있었다면 펑펑 안겨 울었겠지, 그럼 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질까, 이까짓 돈이 뭐라고, 긴 여행을 앞둔 내가 정말 그 이유 때문에 초라해진 걸까라고 생각해봤다. 자신 있게 걱정 말라는 말을 건네곤 애써 웃어 보이며 아빠와의 통화를 끝내고 한참을 입술을 깨물며 걸었다.
한참 동안 내가 미운 기분이 들었다. 에어컨이 돌아가지 않는 숙소에 도착해 창문을 활짝 열고는 씻지도 않고 침대에 누워 별생각 없이 책을 폈다. 바람 한번 흩날리지 않았던 오늘의 이곳이 조금 야박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저녁이 되니 약간 쌀쌀해질 정도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숙소에 오는 내내 우울한 기운이 나를 감싸고 있었는데 달큼한 바람이 불어오니 나도 모르게 또 미소를 짓고는 내일을 기대하고 있었다.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오사카 도톤보리의 밤이었다.
2017.05.03 pm 1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