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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혜 Jun 17. 2022

결혼과 이혼사이 #8. 터무니없이 다정한 사람아

나의 남편에게 전하는 편지 (2)

안녕. 사랑하는 나의 남편.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의 두 번째 페이지를 써내려 갑니다.


당신도 알다시피, 나는 당신과 결혼한 후 몸이 많이 아팠습니다.


하루에 3L 이상 물을 마셔도 목마름이 그칠 줄 몰랐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갑자기 몸에 열이 올라와 가만히 앉아있기 어려워했습니다. 업무를 하다가 당황스러울 정도로 예상치 못하게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고, 자기 전에는 '부디 내일은 눈을 뜨지 않게 해 주세요'라며 많은 날을 간절히 바라며 잠을 청했습니다.

누구에게 비는지도 모를 간절한 기도를 하며.




당신은 나보다 더 방황하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모든 상황이 혼란스럽고 자신의 생각을 의심하고 있겠죠.

터무니없이 다정한 당신의 방황 곁에 제가 있을 테니 외롭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하루는 내가 당신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이 만약 초등학생 때의 어린 당신을 만나면 뭐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어?"

당신은 대답했습니다.

"나는 어린 나에게 '네가 해보고 싶은데로 해봐. 다른 사람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땐 싸워도 보고, 목소리를 키워서 너의 주장도 이야기해봐.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너의 잘못이 아니야. 괜찮아. 그럴 수 있어'라고 말하고 싶어"


꼬마 아이가 지금껏 얼마나 참고 견디며 살아왔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하고 싶은 것보단 안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먼저 찾고, 해야만 하는 것들이 가득한 현실 속에서 살아온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괜찮아. 그럴 수 있어. 네가 하고 싶은 걸 해. 해보면 별거 아니야!'




당신이 정확한 선택을 하는 그전까지는

그동안 그래 왔듯, 터무니없이 다정한 당신을 계속 사랑할 것입니다.

당신조차 어쩌지 못하는 부모님을 가진 당신의 미래를 계속 지지하고 응원할 것이며 안식처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당신이 언젠간 부디 스스로 깨닫기 바랍니다.

세상은 재밌고 즐거운 일이 많다는 것을. 누군가의 하소연에 죄책감과 책임감을 갖지 않아도 되고,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당신은 더 이상 초등학생 시절 연약했던 꼬마가 아니라, 본인의 행복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씩씩하고 멋진 남자라는 것을.


당신이 어떤 결정을 하든 우리의 추억은 당신만의 것이 되지 않을 겁니다.



-나의 남편에게 전하는 편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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