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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혜정 Sep 11. 2023

우리가 함께한 시간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 '포니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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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마지막 날, 절친들과 함께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열리는 <포니의 시간> 전에 다녀왔습니다. 지난해 가을부터 올해 봄까지, 현대자동차가 전시와 함께 선보인 간행물 '리트레이스 컬렉션(RETRACE Collection)' 작업에 참여한 터라 궁금한 마음에 방문했는데, 생각보다 흥미롭더군요. 5층에서 시작돼 1층까지 이어지는 이 전시, 7080 세대라면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과 향수를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10월 8일까지 계속된다고 하니 혹시 시간이 된다면 가보시길요. 관람료는 무료입니다.


5층 한편에 자리한 비디오테이프 감상 공간입니다. 원형 테이블에는 30개의 번호가 붙은 서랍이 있는데, 각 서랍에는 영화 포스터 스티커가 들어 있어요.


저와 친구들이 <포니의 시간> 전에서 가장 만족스러워했던 공간은 5층 '7080 age'였습니다. 포니가 탄생한 1970~80년대의 생활상을 잘 보여주는 여러 가지 콘텐츠들이 빼곡했는데요, 그 당시 개봉 영화관에 걸려 있던 영화 포스터 그림을 디지털 사이니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영화 시작 전 틀어주었던 대한뉴스 영상도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샘이 깊은 물>, <뿌리 깊은 나무>, <마당> 등 당대의 유명했던 잡지와 재미난 잡지 콘텐츠들도 확인할 수 있었어요. 터치스크린 기능을 활용해 연도별 자장면값, 국민소득 등의 변화상도 들여다볼 수 있었고요. 비디오테이프로 당시의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었습니다. 특히 재미났던 건 번호 뽑기를 통해 명함 사이즈 정도의 영화 포스터 스티커를 선물로 받을 수 있었다는 거예요. 제가 받은 건 올리비아 핫세 주연의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 해리슨 포드 주연의 액션 어드벤처 <레이더스> 스티커였는데, 그 시절 촌스러운 무드를 그대로 살린 레트로 스타일이 오히려 맘에 들더군요.


당시에 간행됐던 유명 잡지들을 진열해 놓은 공간이에요. 1970~80년대의 사회적 분위기가 어땠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기사나 카툰도 공개돼 있습니다.


4층부터 1층까지는 좀 더 포니에 집중한 전시가 펼쳐집니다. 포니 개발에 관한 여러 가지 사료와 당시의 개발 및 생산 과정을 재현한 미니어처는 물론, 포니 왜건, 포니 픽업, 캐나다 수출용 차량인 포니 CX 등 포니 라인업이 모두 전시돼 있어요. 토리노 모터쇼에 포니와 함께 출품됐지만 시판까진 이르지 못한 포니 쿠페도 당당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요. 특히 포니 쿠페는 지금 봐도 하나도 촌스럽지 않은 세련된 스타일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마음에 쏙 들었던 파란색 포니. 4층 'PONY archive' 전시 공간에 진열돼 있습니다.
세련된 스타일이 인상적인 포니 쿠페. 왼쪽 뒤편은 포니 쿠페를 오마주한 콘셉트카 'N Vision 74'예요.  3층 'Design heritage' 공간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3층까지 전시를 관람한 후에는 2층 폴바셋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겼습니다. 전시 얘기부터 집안 대소사 얘기까지 화제가 끊이질 않았어요. 이래서 절친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늘 즐겁고 행복합니다.


2층 폴바셋은 커피도 맛났지만 아이스크림도 끝내줬어요. 지친 다리를 쉬어가기에 딱이었달까요. 즐거운 수다로 에너지를 충전한 후에는 1층 전시 공간에서 포니 굿즈를 구경했답니다.
1층 전시장에는 티셔츠부터 포스터, 방향제에 이르기까지 재미난 아이디어의 굿즈들이 가득했어요.
<포니의 시간>에는 포니와 함께 성장해 온 우리의 시간, 대한민국의 시간이 녹아 있습니다. 1970~80년대의 시대상도 반영돼 있고요. 포니가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건 아마도 그런 이유에서겠지요. 하지만 저에게 <포니의 시간>은 그런 거시적 관점보다는 '절친들과 함께한 행복한 추억의 시간'으로 기억될 듯합니다. 함께 촬영한 사진이 훗날 이 시간을 증명해 줄 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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