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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혜정 Jul 20. 2024

드디어, '바프' 찍는 날!(2)

-3개월간의 다이어트 대장정, '먹부림'으로 마무리

세상에 거저 되는 일은 없다더니 촬영이 이렇게 힘든 일일 줄이야... 쉬워만 보이던 포즈는 온몸에 힘을 줘야만 가능한 난이도 극상의 포즈였고, 그냥 예쁘게 웃는 것도 어찌나 어려운지 나중엔 얼굴에 경련이 일 지경이었다. 


촬영할 때 가장 힘든 건 역시나 포즈였다. 눈으로 볼 땐 괜찮아 보이는 포즈도 카메라 렌즈로 보면 뚱뚱해 보이거나 어색해 보이는 경우가 많아서 사진가의 지시에 따라 사진 상으로 예뻐 보이는 포즈를 취해야 했는데, 내 몸이 내 맘처럼 움직이질 않아 고전을 면치 못했다.ㅠ.ㅠ 특히 손을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었는데, 조금이라도 자연스러워 보일 수 있도록 팔을 앞으로 길게 뻗거나 깍지를 껴서 위로 올리거나 허리에 손을 올리는 동작을 반복했다. 


"팔을 길게 뻗으셔야 팔뚝살이 얇아 보입니다."

"배에 힘을 주세요. 그래야 보정할 때 복근을 만들어 드릴 수 있어요."

"발레리나처럼 발 끝에도 힘을 줘서 앞으로 뻗으세요. 그래야 전체적인 선이 예쁘게 나옵니다."

"표정이 너무 굳었어요. 환하게 웃으세요."


촬영하면서 각 콘셉트마다 20여 개에 가까운 동작을 취했는데, 그때마다 사진가가 반복했던 얘기들이다. 나도 잘 안 되는 포즈와 표정을 만드느라 힘들었지만, 사진가도 참 극한직업이란 생각이 들었던 게, 포즈 설명해야지, 직접 시연도 해 보여야지, 잘못하면 포즈 수정도 해줘야지, 모델 표정이 안 좋으면 웃겨줘야지... 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게다가 그 와중에 순간 포착을 잘해서 베스트 컷도 건져야 하고... 전문 모델이야 촬영이 좀 더 수월할 테지만 같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촬영은 쉽지 않을 듯했다.




어쨌거나 경험 많은 사진가 덕분에 2시간여의 '바프' 촬영을 유쾌하게 마치고, 촬영에 동행해 준 남편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갔다. 너무 힘들고 지친 나머지 마지막에 남편과 투샷을 부탁하려고 했던 걸 잊은 게 아쉬웠지만, '뭐, 할 수 없지'라고 생각하며 겁나 먹고 싶었던 철판순대볶음을 먹으러 Go Go! 


와, 3달 만에 먹는 맵고 짜고 MSG가 팍팍 들어간 메뉴는 그야말로 천상의 맛이었다. 시원한 맥주까지 함께 마시니 완전 꿀맛! 그동안 '바프' 촬영한다고 다이어트에 매진하느라 먹고 싶은 것도 못 먹고 꾹 참았던 나 스스로에 대한 보상이랄까? 쉴 새 없이 입에 순대와 곱창을 집어넣으면서도 '살찌면 어떡하지?'라는 걱정보다는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이 느껴졌다.




그날 바로 도착한 원본 사진 중 3컷을 셀렉해 알려주면 일주일 안에 보정본을 보내준다길래, 내가 1차 셀렉한 사진을 딸과 아들에게 보여줬더니 "엄마, 완전 예쁘게 나왔다"며 호들갑(?)을 떨어줘서 자존감이 더 상승! 어찌나 맘에 드는 컷이 많은지 결국 추가 비용을 더 들여 5컷을 보정 요청했다.


그리고 일주일 후 받아본 보정컷은 역시나 원본보다 훨씬 더 날씬하고 예뻤다. 날렵한 턱선과 납작한 배, 늘씬한 몸 선... 뭐, 실제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성형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내 나이 50의 행복한 한때로 기억하기로 했다. 


날씬해 보이는 포즈와 예쁜 표정을 위해 2시간 동안 집중했더니 나중엔 삭신이 다 쑤셨다.ㅠ.ㅠ


내가 기획한 나를 위한 이벤트의 결말. 이만하면 성공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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