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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혜정 Jul 13. 2024

드디어, ‘바프’ 찍는 날!(1)

– 나를 위한 이벤트의 결말

'바프' 촬영 당일은 온종일 마음이 분주했다. 오후 4시로 예정된 촬영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음은 어찌나 설레고 두근대는지... 기대감으로 사정없이 부풀어 오르는 마음을 가라앉히느라 혼났다. 


'바프' 촬영 당일,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체중계에 올라간 거였지만, 이후에도 할 일은 많았다. 일단 촬영 스튜디오에 가져갈 짐을 챙겨야 했다. 두 가지 콘셉트를 찍기로 했으니 의상도 두 벌 준비하고, 그에 맞는 신발과 양말도 챙기고, 당 떨어지면 먹을 초코바 2개, 에너지바 1개도 짐 가방 한 편에 넣어뒀다. 촬영 전날 대략 내가 원하는 방향을 정리해 시안을 전달해 두긴 했지만, 혹시 몰라 1시간 넘게 인터넷을 뒤져 찾은 시안 사진도 핸드폰에 저장했다. 20년 넘게 사람을 인터뷰하고 촬영을 진행해 왔건만, 내가 직접 피사체가 되는 처음이라 그런지 어째 준비 과정이 영 체계적이질 못하고 혼돈 그 자체였다.ㅠ.ㅠ


짐을 챙긴 후에는 간단하게 아침(단백질음료 200ml)을 먹었다. 24시간 단식 후에 먹는 아침은 꿀맛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바프' 촬영기를 검색해 보니 촬영 당일에는 햇반과 젓갈류를 먹으라는 얘기가 주류를 이뤘지만, 근육을 펌핑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라 그냥 패스했다. 몸에 그리 근육이 많지도 않을뿐더러 몸선만 예쁘게 나오면 된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현재의 납작한 배를 유지하려면 많이 먹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촬영할 때 몸에 눌린 자국(속옷이나 겉옷, 양말 등의 밴드 자국)이 남아 있으면 보기에 안 좋다는 의견들이 많아서 아침 요가는 생략했고, 그 대신 최대한 느슨한 옷을 입고 아침 산책을 다녀왔다. 상쾌한 아침 공기를 가르며 3km 남짓 걸으니 몸 안 가득 에너지가 차오르는 기분이었다. 산책을 다녀온 후에는 반신욕도 했다. 올해 들어 가장 가벼운 체중(51.1.kg)과 날씬한 체형을 촬영 시간까지 유지하기 위해서. 반신욕이 다리 부기 빼는 데 효과 만점이라니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싶었다. 따뜻한 물로 30분 정도 반신욕을 한 후에는 샤워를 하고 가볍게 점심(삶은 계란 1개, 체다치즈 1장, 토마토 1개)을 먹었다. 

 

'바프' 촬영을 위해 준비한 의상. 젝시믹스에서 구매했다.




   2시에 헤어메이크업이 예약돼 있어서 점심 식사 후에는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사실 '바프' 촬영에 헤어메이크업까지 받을 생각은 없었는데, 촬영 스튜디오 예약할 때 보니 패키지로 설정이 되어 있어서 그냥 큰맘 먹고 함께 예약을 해버렸다. 촬영 및 헤어메이크업 비용이 예상보다 저렴했던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 결혼할 때 말고는 전문가에게 헤어메이크업을 받아본 적이 없었던 터라 기대감이 차올랐다. 


머리는 샴푸만 하고, 얼굴은 기초 스킨케어만 하고 오라는 사전 지시를 충실히 따른 후 차에 미리 챙겨둔 짐을 싣고 숍으로 갔다. 머리는 커트 스타일의 단발이라 스타일링하는 데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메이크업은 꽤나 오랜 시간 계속됐다. 눈썹을 예쁘게 다듬고, 피부 겹겹이 화장을 쌓아 올리고, 속눈썹을 한 올 한 올 붙이는 전문가의 손길은 빠르고 정확했다. 그녀의 손을 거칠 때마다 칙칙했던 피부가 환해지고, 보통 크기였던 눈이 1.5배는 커지고, 입술은 촉촉하게 반짝거렸다. 마법의 손길이 따로 없었다.



 

헤어메이크업이 끝난 후에는 잠깐 집에 들렀다. 촬영 스튜디오에 같이 가주겠다며 반차 휴가를 내고 나온 남편과 함께 움직이기 위해서. "월요일이라 휴가 내기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왔어?"라는 나의 질문에, 남편은 "아무리 바빠도 와야지. 너한테 중요한 날이잖아"라는 답변을 들려주었다. 아, 기특한 남편. 나이가 들수록 더 감동이다. 


그런데 남편과 함께 촬영 스튜디오에 도착해 보니, 어째 내부 조명도 꺼져 있고 공기도 후텁지근한 게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사진가 얘길 들어보니 주변 건물에서 공사를 진행하면서 전선을 잘못 건드려 전기가 나갔단다. 속으론 '에구, 이를 어쩌지? 왠지 조짐이 좋지 않네'라고 생각했지만,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사진가에게는 내색하지 않고 '괜찮다'고만 얘기했다. 다행히 금세 복구가 돼 바로 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는데, 본격적인 촬영 전 사진가와 촬영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고 가벼운 스몰토크를 나누다 알게 된 진실. 24시간 단식은 필수가 아니었다!


사진가에게 "조금이라도 날씬하게 나오려고 어제 내내 단식을 했어요. 트레이너도 촬영 전날 24시간 단식을 권하더라고요."라고 했더니, 사진가가 하는 말. "저한테도 물어보시지. 제 경험상 촬영 전날 단식하신 분들은 촬영 당일에 표정이 안 좋으시더라고요. 단식을 하면 신경이 예민해지고 기분이 다운되거든요. 오늘 촬영 왠지 걱정되네요. 하하." 


이런, 제길. 역시 모든 일에는 앞뒤가 있고 장점과 단점이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는 하루였다.

(좀 더 자세한 바프 촬영기는 다음 주에...)

 

이번에 촬영한 '바프' 사진. 보정본이라 원본보다 더 날씬하고 예쁘게 나왔다. 역시 전문가의 손길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photo by Elfin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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