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은 다 아는 '바프'의 비밀
간헐적 단식이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는 얘긴 들어봤지만, 16:8 단식(16시간은 공복 유지, 8시간만 식사)도 아니고 24시간 단식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무튼 '바프' 덕에 참 별별 경험을 다해 본다.
"샘, 세 달 만에 5kg를 감량하는 게 가능하긴 한 걸까요? 벌써 두 달 가까이 식단도 꾸준히,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아직 2kg밖에 안 빠졌어요.ㅠ.ㅠ"
"보통 바프 촬영하시는 분들은 촬영 전날 24시간 단식이 기본이에요. 24시간 단식하면 1~2kg는 무조건 빠집니다."
바프 촬영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체중이 내려갈 기미가 안 보여 답답한 마음에 하소연을 했더니 트레이너가 이런 답을 들려줬다. 세상에, 24시간 단식이라니... 한창 바쁘게 일할 때 어쩌다 한 끼 건너뛰어 본 적은 있어도, 삼시세끼 꼬박꼬박 챙겨 먹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 온 나에게 24시간 단식은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바프 촬영 일주일 전에도 몸무게 변동이 거의 없자, '이제 믿을 건 24시간 단식뿐이구나'라는 깨달음이 찾아왔다. 50살 생일 전에 바프 촬영을 하기로 결심한 터라 목표 체중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촬영일을 연기하고 싶진 않았고, 세 달 가까이 계속해 온 식단도 이젠 그만하고 싶단 생각이 간절했다. 50년간 단 한 번도 24시간 단식 따위 해본 적 없지만(단식을 하기엔 기본적으로 식탐이 많은 유형이라...ㅠ.ㅠ), '뭐, 한 번쯤 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역시 사람의 마음이란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인가 보다.
촬영 일주일 전 52.8kg로 시작한 몸무게는 52.3kg를 거쳐 52.0kg에 도달했다. 그리고 촬영 이틀 전 드디어 51kg대(51.9kg^^)를 찍었을 땐 '우와' 하는 환호성이 절로 나왔다. 트레이너가 조언해 준 대로 24시간 단식을 실행하면 목표 몸무게인 50kg에 도달할 수도 있겠단 희망 섞인 관측도 할 수 있게 됐다.
바프 촬영일을 월요일로 잡았던 탓에 24시간 단식을 실행해야 하는 날은 일요일이었다. 아침 6시, 눈이 절로 떠졌다. 늘 6시에 기상하는 습관 때문이었는데, 오늘 하루는 종일 굶어야 된다는 생각이 들자 미친 듯이 배가 고파졌다. 먹고 싶은 음식들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녔지만, 꾹 참고 보리차를 마셨다. 트레이너는 바프 촬영 전날 단식뿐 아니라 단수까지 하는 사람도 많다고 했지만, 나는 그 레벨까진 안되니 물이나 마시며 버티자는 심산이었다. 다행인 건 평소 아침식사 시간인 7~8시 사이를 넘기자 배고픔이 잦아들었다는 거다.
그러나 고비는 오래지 않아 찾아왔다. 남편의 점심을 차려주면서 하얀 쌀밥과 김치찌개, 갖은 반찬 등을 식탁 위에 올리니 맹렬한 허기가 몰려왔다. 평소 같으면 내가 밥을 안 먹어도 밥 먹는 남편 옆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을 테지만, 이날만큼은 도무지 그럴 수가 없었다. 그나마 먹을 게 눈에 안 보여야 먹고 싶은 걸 참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식탁을 떠나 거실 소파에 한참을 누워 있었다. 배는 고픈데 먹은 건 물 뿐이라 기력이 없었다. 걱정이 된 남편이 "괜찮아? 버틸 수 있겠어?"라고 물었지만, "응. 뭐 하루 굶는다고 어떻게 되겠어?"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신기한 건 평소 식사 시간이었던 때만 넘기면 배고픔이 이내 가라앉았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몸은 생각보다 체계적(시간과 몸의 신호 체계가 명확하다!)이라는 걸 깨닫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저녁까지 거른 후 침대에 누웠는데, 의외로 공복감이 견딜 만했다. 늘 가득 차 있던 뱃속이 비워진 듯 편안한 느낌이었고, 속이 쓰리다거나 어지럽다거나 하는 부작용도 없었다. 식사는 비록 걸렀지만 물을 계속 마셔준 덕분인 듯했다.
그렇게 아침점심저녁을 모두 거르고 잠자리에 든 나에게 남편이 던진 말.
"진짜 대단하다. 촬영 때문에 24시간 단식을 하다니... 여자들이 독하긴 독해."
'음, 바프 촬영하는 사람들은 다 하는 거고, 여자만 하는 게 아니라 남자들도 하던데...'라고 속으로 생각했지만, 기운이 없어서 대꾸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다음 날인 바프 촬영 당일. 24시간 단식으로 몸무게 감량이 얼마나 됐을지 궁금해 일어나자마자 체중계에 올라갔는데... 헐... 고작 0.8kg 감량이라니! '에휴, 남들은 2kg도 빠진다던데, 나는 왜...'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지만, '뭐, 이젠 더 이상 시간도 없고, 이걸로 만족할 수밖에'라며 체념했다. 그리곤 허기를 메우기 위해 단백질음료를 마셨다. 너무 많이 먹으면 살찔까 봐.
그렇게 나의 바프 도전기는 55kg에서 출발해 간신히 표준 체중인 51.1kg에 도달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표준에 이른 것만으로도 어디냐, 감지덕지하면서.
*지난주 몸 상태가 영 별로라 토요일 연재 일정을 지키지 못했네요.ㅠ.ㅠ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양해해 주시길 바라봅니다.